大巡典經 제 2 장 천사의 성도와 기행이적 《 61~1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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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巡典經 제 2 장 천사의 성도와 기행이적 《 61~134 》
61 정미 사월에 고부 손바래기로부터 태인으로 가실 새
먼저 원일을 보내시어 여관을 정하게 하시고
이튿날 손바래기를 떠나 그 앞 주막에 이르사
형렬에게 일러 가라사대
나는 여기서 자리니
너는 먼저 가서 원일과 함께 자고
내일 아침에 하마정에서 나를 기다리라
형렬이 명을 받고
태인에 이르러 원일을 만나 함께 자고
이튿날 원일로 더불어 하마정에 이르니
마침 장날이라 사람이 많이 모여들더라
천사 형렬과 원일을 만나 길가 술집에 앉으시고
원일에게 이러 가라사대
내가 오늘 벼락을 쓰리니 술을 가져오라
원일이 술을 올림에
천사 잔을 드사 두어번 둘으신 뒤에 마시시니
문득 바람이 일어나고 소나기가 쏟아지며 우뢰와 번개가 크게 일어나더니
이윽고 비가 개이거늘
원일을 명하여 가라사대
신경원의 집에 가면 알 일이 있으리니 빨리 다녀오라
원일이 명을 받고 경원의 집에 가니
마침 나무 장사가 비를 피하여 경원의 집에 들어와서 말하여 가로대
나는 오늘 놀라운 일을 보았노라
오는 길에 늙은 여인과 젊은 여인이 길에서 싸우는 것을 보았는데
그 내용을 들은즉 젊은 여인은 늙은 여인의 며느리라
아들을 난지 이레가 못되어 어젯 밤에 상부(喪夫)하였는데
초상(初喪)도 치루지 아니하고 간난 애를 버리고 도망하므로
늙은 여인이 쫓아 와서 어린애를 데리고 가서 기르라고 애걸하되
며느리가 듣지 않고 서로 다투다가 문득 벼락을 맞아서 며느리가 죽었으니
이로 볼진대 천도가 소명(昭明)하도다 하거늘
원일이 돌아와서 들은 말을 아뢰니
가라사대
내가 오늘 아침에 물망리 주막을 지날 때에
한 젊은 여인이 이슬을 털며 빨리 지나기더니
그 뒤로 늙은 여인이 달려오며 젊은 여인의 자취를 묻는 고로
그 사실을 자세히 들으니
실로 인도상 용서치 못할 죄악이라
하물며 그 작배(作配)는 저희들끼리 스스로 지은 것이라 하니
대저 부모가 지어준 것은 인연(人緣)이요
스스로 지은 것은 천연(天緣)이라
인연은 오히려 고칠 수 있으되
천연은 고치지 못하는 것이어늘
이제 인도(人道)에 거슬리고 천연의 의(義)를 저버리니
어찌 천벌이 없으리오 하시니라
62 오월 단양절에 종도들과 마을 사람들이 천사를 모시고 학선암으로 소풍(逍風)하러 갈 새
중로에서 소나기가 크게 몰려 오거늘
천사 담뱃대로 몰려 오는 비를 향하여 한 번 두르시니
문득 비가 다른 쪽으로 몰려 가더니 학선암에 이른 뒤에 비로소 비가 몰려 오니라
63 유월로부터 두어달 동안 대흥리 경석의 집에 계실 때
공우가 종유(從遊)하기 달포 전에 천원장에서
예수교인과 다투다가 큰 돌에 맞아서 가슴뼈가 상하여 한참 혼도(昏倒)하였다가
겨우 일어나서 수십일동안 치료를 받은 뒤에 겨우 다니기는 하되
아직까지 가슴에 손을 대지 못하고 크게 고통하는 중임을 아뢰니
가라사대
네가 이전에 어느 길 가에서 남의 가슴을 쳐서 사경에 이르게 한 일이 있으니
그 일을 생각하여 잘 뉘우치라
또
네가 몸이 쾌한 뒤에는 가해자를 찾아서 죽이려고 생각하나 네가 상해한 척이
그에게 붙어서 갚은 바이니 오히려 그만하기가 다행이라
네 마음을 잘 풀어 가해자를 은인과 같이 생각하라
그러면 곧 나으리라
공우 이 말씀에 크게 감복하여 가해자를 미워하던 마음을 풀어버리고
훗일에 만나면 반드시 잘 대접하리라는 생각을 두었더니
수일 후에 천원 예수교회에 열두 고을 목사가 모여서 대전도회를 연다는 말이 들리거늘
천사 공우에게 일러 가라사대
네 상처를 낫게 하기 위하여 열두 고을 목사를 움직였노라 하시더니
그 사흘 만에 공우의 상처가 완전히 나으니라
64 하루는 가물치회를 올렸더니
천사 잡수신 뒤에 문밖을 거닐으시다가 하늘을 우러러 보시고 웃어 가라사대
그 기운이 빠르다 하시거늘
종도들이 하늘을 우러러보니
구름과 같은 이상한 기운이 가물치 모양을 이루어 동쪽을 향하여 떠가더라
65 하루는 종도들이 금사(琴士)를 불러서 가야금을 타게 하고 유쾌히 놀더니
천사 금지(禁止)하사 가라사대
저 허공을 보라
나는 모든 일을 함부로 하기 어려우니라
종도들이 모두 우러러 보니
구름과 같은 이상한 기운이 가야금 타는 형상과 오륙인이 벌려앉은 모형을 이루어
허공에 떠있더라
66 중복 날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오늘 번개가 나지 아니하면
충재(蟲災)가 생겨서 농작물이 큰 해를 입으리니 잘 살피라 하시거늘
모두 주의하여 저물도록 살피되 번개가 나지 아니하거늘
천사 하늘을 우러러 가라사대
천지가 어찌 생민의 재앙을 이렇듯 돌아보지 아니하느뇨 하시며
마른 짚을 끊어서 화로에 꽂아 사르시니 문득 북방에서 번개가 치는지라
또 가라사대
북방사람만 살고 다른 지방 사람은 다 죽어야 옳으리오 하시니
다시 사방에서 번개가 번쩍이더라
67 하루는 원일 공우외 서너 사람을 데리고 태인 살포정에 이르사
주막에 들어 쉬시니 문득 우뢰가 일어나며 번개가 크게 일어나 집에 내리려 하거늘
천사 허공을 향하여 꾸짖으시니 우뢰와 번개가 곧 그치는지라
공우는 대흥리에서 글을 써서 벽에 붙여 우뢰를 크게 일으키시고
또 이번에 우뢰와 번개를 꾸짖어 그치게 하심을 보고는
비로소 천사께서 천지조화를 마음대로 쓰시는 줄 알고 이로부터 더욱 경외(敬畏)하더니
하루는 공우에게 일러 가라사대
네가 오랫동안 식고(食告)를 잘 하였으나 이제 만날 사람 만났으니
식고는 내게로 돌릴지어다 하시니
공우 더욱 기뻐하여 평생 소원을 이룬 줄 깨달으면서 곧 그리 하겠나이다 라고 대답
하니라. 원래 공우는 동학신도의 통례와 같이 「大神師應感(대신사응감)」이라는
식고를 하지 않고 항상 「하느님 뵈여지이다」라는 발원으로 식고하더니
이제 천사께서 말씀하신 바를 듣건대 반드시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을 통찰하심이며
또 천지조화를 마음대로 쓰시는 것을 볼진대 분명히 하느님으로서 강림(降臨)하심이
의심없다고 생각하니라
68 하루는 경석에게 일러 가라사대
네 선조의 뫼 구월산 금반사치(金盤死稚)의 기운을 옮겨 오리라 하시고
경석으로 하여금 춤추게 하시고 공우로 하여금 북을 치게 하시니라
69 하루는 정남기의 집에 이르시니
남기의 아들이 무슨 일로 부친에게 꾸지람을 듣고
불순한 말로 대답한 뒤에 밖으로 나가다가 다시 안으로 향하여 들어오더니
문득 문앞에 우뚝서서 움직이지 못하고 땀을 흘리며 연하여 소리를 지르매
온 집안 사람들이 크게 놀래어 어찌 할 바를 모르는지라
이윽고 천사 돌아 보시며 가라사대
어찌 그렇게 고통하느냐 하시니
그제야 능히 움직이며 정신을 돌리거늘
집안 사람들이 그 까닭을 물으니
대하여 가로대
뜻밖에 정신이 혼미하여 지며 숨이 막혀서 호흡을 통치 못하며
골절이 굳어져서 굴신을 못하였노라
천사 물어 가라사대
그 때에 네 가슴이 답답하더냐
대하여 가로대
심히 답답하여 견딜 수 없더이다
가라사대
네가 당한 바로써 네 부친의 가슴을 헤아려보라
네 부친에게 그렇게 불경한 말을 하였으니 그 가슴이 어떠하였으랴
이 뒤로는 허물을 뉘우쳐 다시는 그리하지 말지어다 하시니라
70 하루는 경석에게 일러 가라사대
너는 강령(降靈)을 받아야 하리라 하시고
元皇正氣 來合我神(원황정기 내합아신)을 읽히시며 방문을 열으시니
경석이 문득 소리를 내어 통곡하다가 이윽고 그치거늘
가라사대
그 울음은 신명에게 벌을 받는 소리니라 하시니라
71 천사 대신명이 들어설 때마다 손을 들어 머리로 올려 예(禮)하시니라
72 박공우가 대흥리에서 천사를 모시고 구릿골로 올 때
과교리를 지나다가 문득 울음이 나오며 동학으로 다년간 고생하던 일이 생각키워
더욱 서럽게 울어지는지라
천사 돌아보시며 가라사대
무슨 일로 그다지 우느냐
공우 목메인 소리로 대하여 가로대
어쩐 일인지 부지중(不知中)에 울게 되고
전날 고생하던 일이 낱낱이 생각키워 능히 그치지 못하나이다
가라사대
잘 되게 하여 주리니 그만 그치라 하시니 울음이 곧 그쳐지더라
73 동짓달에 구릿골에 계실 새
공우가 뵈이러 오는 길에 우연히 흥이 나서
「모시러가자 모시러가자 부처님 모시고 우리집으로 돌아오자」라고 노래를 불렀더니
구릿골에 이르러 천사께 뵈이니 가라사대
내가 네집에 가기를 원하느냐 하시거늘
공우 기뻐하여 가로대
소원이로소이다 하고
천사를 모시고 돌아오다가 용암리 물방아집에 들어 쉴 새
천사 문을 열고 남쪽 하늘을 바라보시며 높다 높다 하시거늘
공우가 바라보니
구름이 가득 끼었는데 하늘이 방석 한닢 넓이 쯤 통하며 바람이 쓸슬히 불고 눈이 내리거늘
천사 공우에게 일러 가라사대
나와 친구로 지내자 하시니
공우는 그 말씀이 황공(惶恐)하기도 하고 이상히도 여겼더니
또 가라사대
기운이 적다 하시거늘
공우 부지중에 여쭈어 가로대
바람이 좀더 불리이다 하였더니 과연 바람이 크게 부는지라
또 가라사대
나와 친구로 지내자 하시며 기운이 적다 하시거늘
공우 또 가로대
바람이 더 높아지리이다 하였더니
그때는 바람이 크게 일어나서 모래와 돌을 날리는지라
천사 가라사대
용호대사(龍虎大師)의 기운을 공우에게 붙여 보았더니 그 기운이 작도다 하시니라
74 하루는 공우를 데리고 정읍으로 가실 때
공우에게 마음으로 풍운조화(風雲造化)를 외우라 하심으로
공우가 그대로 외우다가 문득 잊어버리고
그릇 천문지리(天文地理)를 외우더니
천사 돌아보시며 가라사대
그릇 외우니 다시 생각하라 하시거늘
공우 놀래어 생각하니 과연 그릇 외웠는지라
이로부터 고쳐 외우며 대흥리까지 왓더니 이날 밤에 비와 눈이 섞여 오거늘
가라사대
네가 한 번 그릇 생각함으로 인하여 천기(天氣)가 한결 같지 못하도다 하시니라
75 하루는 정읍 수통점에서 유숙(留宿)하실 때 공우가 시측(侍側)하였더니
이도삼이 와서
그 이웃 버들리에서 이십세쯤 된 여자가 범에게 물려갔다는 말을 고하거늘
천사께서 공우에게 하늘에 蟲星(충성)이 보이는가 보라 하시므로
공우 나가서 우러러보고
나타나 있음을 아뢰니
천사께서 목침으로 마루를 치시며 蟲星(충성)아 어찌 사람을 해하느냐 하시더니
이튿날 그 여자가 살아 왔는데 의복(衣服)은 파열(破裂)되었으나
몸의 상해는 크지 아니하더라
76 섣달에 고부 와룡리 신경수의 집에서 공사를 보실 때
원일에게 일러 가라사대
네가 일찍이 동천(東天)을 향하여 붉은 옷을 입고 구름을 타고 앉은 사람에게
사배(四拜)한 일이 있으니 이제 다시 그와 같이 절하라
내가 곧 그 사람이로다
원일이 곧 일어나서 사배하거늘
종도들이 원일에게 연고를 물으니
대답하여 가로대
연전(年前)에 우연히 병이 들어서 죽게 되었더니
정신이 황홀(恍惚)한 중에 어떤 큰 사람이 사인교(四人轎)를 타고 와서 내게 말하되
네가 새 옷을 입고 문밖에 나가서 동천에 붉은 옷을 입고 구름을 타고 앉은 어른
에게 절하라 그러면 네 병이 나으리라 하므로
그 말대로 새 옷을 입고 문밖에 나가서 동천을 바라보니
과연 붉은 옷을 입고 구름을 타고 앉은 어른이 계시므로 사배를 올렸더니
그때부터 병이 곧 나았는데 집안 사람들은 새 옷 입고 밖에 나가는 것을 해괴하게
여겼다 하더라
77 무신 이월에 종도들을 데리시고 어디를 가실 때
보리밭가로 지나시더니 종도들이 서로 말하되
이 세상에 빈부의 차별로 인하여 곡식중에 오직 먹기 어려운 보리가 빈민의 양식이
되어 먹을 때에 항상 괴로움을 느끼니 보리를 없이하여 버려야 먹는 데 차별이 없이
일치하리라 하거늘
천사 들으시고 가라사대
너희들의 말이 유리하니 보리를 없이하여 버리자 하셨더니
사월에 크게 가물어서 보리가 다 말라죽으니
농민들이 크게 소동하는지라
종도들이 이 일을 아뢰어 가로대
이제 만일 보리흉년이 들면 굶어 죽는 자가 많으리라 하거늘
천사 꾸짖어 가라사대
전자(前者)에 너희들이 보리를 없게하여 버림이 옳다하고
이제 다시 보리 흉년을 호소하느냐
나의 일은 비록 농담 한마디라도 도수에 박혀 천지에 울려 나가나니
이 뒤로는 모든 일에 실없는 말을 삼가라 하시고
전주 용머리 고개에 가사 김낙범을 명하여
거친 보리밥 한 그릇과 된장국 한 사발을 가져오라 하사
가라사대
궁민(窮民)의 음식이 이러하리라 하시고
된장국에 밥을 말아서 다 잡수시니
문득 검은 구름이 일어나며 비가 나려서 보리가 다시 생기를 얻어 풍작을 이루니라
78 공우가 종사(從事)함으로부터 천사의 순유(巡遊)에 많이 모시고 다녔는데
어디서든지 머무르시다가 다른 곳으로 떠나려 하실 때에는
밤이면 달머리가 나타나고
낮이면 햇머리가 나타나는 것을 징험(徵驗)하였으므로
언제든지 달머리나 했머리만 나타나면 출입하실 줄 알고 먼저 신발과 행장(行裝)을
단속(團束)하여 명을 기다리면 반드시 부르사 가자 하시며 떠나셨나니
대저 천사께서는 어디를 가시든지 미리 말씀을 아니 하셨더라
79 김보경이 곰개에 작은 집을 두고 본가를 돌보지 아니하거늘
천사 글을 써 주시며 가라사대
네 작은 집을 면대(面對)하여 불사르라
그러면 좋은 일이 있으리라
보경이 그대로 하였더니
뜻밖에 임질을 얻어 본가로 돌아와서 달포를 머물렀더니
그 동안에 작은 집이 다른 곳으로 간지라
천사 보경을 불러 경계하여 가라사대
이제는 집안이 편안하여 좋은 운수가 열리리니
본처를 사랑하여 저버리지 말라 하시고 임질을 낫게 하여 주시니라
80 하루는 여러 종도들을 데리시고 솜리를 지나실 때 나룻터에 이르니
사공이 없고 빈 배만 떠 있거늘
천사 몸소 노를 저어 건너신 뒤에 하늘을 우러러보시고 웃으시거늘
모두 우러러보니
구름 같은 이상한 기운이 노 저어 가는 모형을 이루어 천천히 떠가더라
81 이 뒤에 태인 금상리를 지나실 때
마침 날이 가물어서 모심기를 못하더니 동학신도 유한필이 그 전날 구름이 끼임을
보고 비가 올까하여 마른논에 호미로 모를 심었더니 이내 비가 오지 아니하여
모가 마르거늘
극히 초민(憔憫)하여 가로대
가뭄이 이렇게 심하여 비올 뜻이 없으니 호미심기를 갈아엎어서 콩이나 심을
수밖에 없도다 하며 탄식하거늘
천사 들으시고 가라사대
모심은 것을 갈아 엎어 다른 곡식을 심는 것은 변괴가 아니냐 하시며
한필을 앞세우고 그 곳에 가서 참혹한 광경을 보시고
서쪽 하늘을 향하여 만수(萬修)를 불르시니
검은 구름이 피어 오르며 소나기가 내리거늘
한필은 무슨 까닭인지 알지 못하고 다만 미리 아는 법이 있는가 하여 이상히 여기더라
82 어떤 여인이 간부(姦夫)를 보아 자식을 낳았으나 본부(本夫)는 모르더니
하루는 천사 그 여인에게 일러 가라사대
저 아해가 혈통이 바르지 못하니 어찌 모호하게 하여 큰 죄를 짓느냐 하시니
그 여인이 사실을 자백하니라
83 유월에 김병욱이 사람을 보내어 백남신의 친산(親山)에 묘적(墓賊)이 들어서
두골(頭骨)을 도적하여 갔다는 사유를 아뢰거늘
천사 등불을 밝혀 사흘 밤을 철야하사 상가(喪家)와 같이 지내시고
남신에게 말씀을 전하여 가라사대
두골을 찾으려 힘쓰지 말고 조용한 곳에 거처하여 외인 교제를 끊으라
처서절에는 스스로 두골을 가져오게 하리라 하시니라
이때에 사흘밤 철야하심을 종도들이 즐겨 하지 아니하니 가로대
이같이 힘을 들이되 당사자는 알지 못하니 무슨 공로를 알리이까
가라사대
두골만 찾게 할 뿐이요
그의 알고 모름은 관계할 바가 아니니라 하시니라
남신이 명하신 대로
유벽(幽僻)한 백운정(白雲亭)에 처하더니
칠월에 그 묘하촌(墓下村)에서 동장(洞長)이 자발적으로 동회(洞會)를 열고 의논하되
우리가 이 묘하촌에 살면서 범연(凡然)히 지낼 수 없으니 온 동리가 나서서 이 근처를
수색하여 만일 두골을 찾는 사람이 있으면 묘주에게 말하여 상을 주게 함이 가하다
하고 온 마을 사람을 동원하여 근처 산 기슭을 수색하니
이 때에 묘적이 생각하되 묘주가 돈을 들여서 두골을 찾으려 하지 아니 하니 차라리
이 기회에 두골을 찾아가면 도적이란 이름도 면하고 상당한 상을 받으리라하고
두골을 가지고 도장에게 가서 말하되 내가 여러곳을 수색하여 다행히 찾았노라
하거늘 동장이 그 사람을 데리고 백운정에 오니 이날이 곧 처서절이러라
84 이튿날 아침에 용머리 고개에 가셨더니 병욱이 와서 두골 찾은 일을 아뢰거늘
가라사대
묘적은 어떻게 하였느뇨
대하여 가로대
경무청으로 보냈나이다
가라사대
잘 설유(說諭)하여 돌려보냄이 가하거늘 어찌 그리하였느냐 하시고
검은 옷 한벌을 지어오라 하사 불사르시며 가라사대
징역에나 처하게 하리라 하시더니
과연 그 사람이 징역에 처하니라
종도들이 반드시 처서날에 찾게 된 까닭을 물으니
가라사대
매양 사사(私事)일이라도 천지공사의 도수 度數(도수)에 붙여 두기만 하면
그 도수에 이르러 공사(公事)와 사사(私事)가 다 함께 끌리나니라 하시니라
85 김덕찬이 천사께 대하여 항상 거만하더니
하루는 공사를 보실 새 크게 우뢰와 번개를 쓰시니
덕찬이 두려워하여 자리를 옮기거늘
일러 가라사대
네가 죄지은 바 없거늘 어찌 두려워하느냐
덕찬이 더욱 겁내며 어찌할 바를 모르더니 그 뒤로는 천사께 극히 공경하니라
86 남신의 일가 용안이 술도가 면허를 얻고
전주 부중에 있는 수백 술집에 술 빚는 것을 금하니
이 때에 천사 용머리 고개 김주보의 주막에 계실 때
주보의 아내가 가슴을 치며 가로대
다른 벌이는 없고 다만 술장사로 가권(家眷)이 살아 왔는데
이제 술을 빚지 못하면 무슨 벌이로 살아가리오 하거늘
천사 불쌍히 여기사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어찌 남장군만 있으리오 마땅히 여장군도 있으리라 하시고
종이에 여장군이라 써서 불사르시니
주보의 아내가 문득 신기(神氣)를 얻어서 부중(府中)을 돌며 호령(號令)하여 잠시에
수백 주모를 모아 거느리고 용안의 집을 엄습하여 형세가 불온(不穩)하거늘
용안이 크게 놀래어 군중에게 사과하고 술도가를 중지하니라
87 용머리 고개에 봉사 한 사람이 항상 길 가에 앉아서 피리를 불어 돈을 벌더니
하루는 천사 지나시다가 일러 가라사대
네 돈으로 술 한잔을 사 먹으려하노니 뜻이 어떠하뇨
대하야 가로대
몇잔이든지 사 잡수시기를 원하나이다
천사
웃으시고 돈 한 돈을 집어서 술 한잔을 사 잡수시면서 가라사대
불쌍하니 편히 먹게 하리라 하시더니
그 뒤에 얼마 아니되어 전주 부호 과부가 데려다가 같이 있게 되니라
88 하루는 신경원이 급히 사람을 보내어 아뢰되
경관(警官)의 조사(調査)가 심하여 날마다 와서 선생의 주소를 묻나이다
천사 온사람에게 글을 써주시며 가라사대
이 글을 경원에게 전하여 한 번 읽고 곧 불사르라 하시니
그 글은 이러하니라
「천용우로지박즉(天用雨露之薄則) 필유만방지원(必有萬方之怨)
지용수토지박즉(地用水土之薄則) 필유만물지원(必有萬物之怨)
인용덕화지박즉(人用德化之薄則) 필유만사지원(必有萬事之怨)
천용지용인용(天用地用人用) 통재어심(統在於心) 심야자(心也者)
귀신지추기야(鬼神之樞機也) 문호야(門戶也) 도로야(道路也)
개폐추기(開閉樞機) 출입문호(出入門戶) 왕래도로신(往來道路神)
혹유선(或有善) 혹유악(或有惡) 선자사지(善者師之) 악자개지(惡者改之)
오심지추기문호도로(吾心之樞機門戶道路) 대어천지(大於天地)」
경원이 받아 읽은 뒤에 곧 불살랐더니
그 뒤로 경관의 조사가 그치니라
89 김병욱의 차인 김윤근이 와 뵙고 여쭈어 가로대
요사이 날이 가물어서 농작물이 다 마르오니
선생은 단비를 주사 만민의 초조한 마음을 녹이소서
천사 덕찬을 명하사
그 집에 기르는 돝 한 마리를 잡아서 종도들로 더불어 함께 잡수실 새
미처 마치지 못하여 우뢰가 일어나며 비가 크게 내리거늘
윤근이 기뻐하여 가로대
선생은 진실로 만민을 살리는 하느님이시로다 하니라
90 구릿골 이장 정성원이 여쭈어 가로대
내가 가난하여 살 수가 없사오니 청컨대 가난 면할 길을 가르쳐 주옵소서
천사 웃으시며 가라사대
금년에 그대가 받는 마을의 세금을 상납하지말고 그대가 쓰라
뒷 일은 내가 끌러주리라
성원이 대하여 가로대
너무 심한 말씀이로소이다
국세를 받아쓰고 어찌 생명을 보전하리이까 하고 물러가더니
그 뒤에 고의는 아니나 세금 수천냥을 범포(犯逋)하게 되어
기유년 봄에 이르러 관청에서 독촉이 심한지라
성원이 술이 취하여 마을 고샅으로 돌아다니며 외쳐 가로대
내가 국세를 받아썼으니 누구든지 내 배를 가르라 하거늘
천사 들으시고 불러서 위로하여 가라사대
염려하지 말라, 무사하게 하여주리라 하시니
모든 사람이 다 믿지 아니하였더니
그 뒤에 과연 무기(戊己)세금이 면제됨에 성원의 일이 끌리니라
91 하루는 공사를 보실 새 양지에 글을 쓰시며
보경을 명하사
동방에 별이 나타났는가 보라 하시니
보경이 나가 보고 들어와 아뢰되
검은 구름이 잔뜩 끼이고 별이 보이지 아니하나이다
천사 문을 열으시고 동천(東天)을 향하여 한 번 부시니
구름이 흩어지고 별이 나타나더라
92 태인 백암리 김명칠이 산중(山中) 경사지(傾斜地)를 개간하여 담배를 심었는데
거름을 하고 붓을 하였더니 문득 소나기가 오므로 명칠이 가슴을 치며 울어 가로대
내 농사는 담배 농사뿐인데 거름하고 붓한 뒤에 이렇게 소나기가 퍼부으니
사태가 밀어내려서 다 버리게 되리라 하거늘
천사 들으시고 불쌍히 여겨 가라사대
근심을 풀라 그 재앙을 면케 하여 주리라 하시더니
비 개인 뒤에 명칠이 가보니
조금도 피해가 없고
다른 사람의 담배밭은 모조리 사태의 해를 입어서
이해에 담배농사가 크게 흉년드니라
93 하루는 정괴산의 주막을 지나실 때
마침 고부 화란에 면분이 있던 정순검이 이르거늘
천사 술을 사서 접대하시더니 떠날 때에 돈 십원을 요구하며 조끼 주머니에 손을
넣어 돈 십원을 훔쳐 가는지라
천사 일러 가라사대
모든 일을 의로써 할 것이어늘 어찌 이렇게 무례하뇨 하시더라
정순검이 전주에 가서 다시 편지로 사십원을 청구하거늘
형렬을 명하사
돈 약간을 구하여 보내시며 가라사대
의롭지 못한 사람이라 하셨더니
며칠 후에 정순검이 고부로 돌아가다가 정읍 한 다리에서 도적에게 맞아 죽은지라
천사 들으시고 가라사대
도적을 징치(懲治)하는 직책을 가진 순검이 도리어 분외(分外)의 재물을 즐기니
도적에게 죽음이 당연치 아니라랴
이것이 다 신명의 행하는 바니라 하시니라
94 하루는 김영서와 정남기가 와 뵈인 뒤에 두 사람이 서로 사담(私談)할 새
남기는 일본말 배운 사람을 부러워하여 가로대
요사이 일본말을 아는 사람은 현달(顯達)되기도 쉽고 돈벌이도 잘하더라 하며
영서는 배우를 부러워하여 가로대
요사이는 연극을 잘 하여도 돈벌이가 잘되더라 하여
서로 그런 일에 등한하였음을 뉘우치더니
문득 남기는 손을 흔들며 유창한 어조로 일본말을 지껄이고
영서는 상자(喪者)라 상건(喪巾)을 흔들며 일어서서 상복소매로 북치는 흉내를 내면서
춤과 노래를 연주하여 등이 젖도록 땀이 흐르니 좌중이 크게 웃는지라
천사 웃으시며 가라사대
너희는 속히도 소원을 이루었도다 하시니
두사람이 비로소 정신을 차려 부끄러워 하는지라
천사 다시 일러 가라사대
대인을 배우는 자 마땅히 마음을 정대히 하여 그칠 곳을 알아야 할 것이요
한가지라도 분수밖에 생각을 가지며 실없는 말을 함이 불가하니라 하시니라
95 하루는 손병욱의 집에 가시니 종도들이 많이 모인지라
병욱이 그 아내를 시켜서 점심을 지을 때
날이 심히 더우므로 병욱의 아내가 괴로워하여 홀로 불평하는 말을 하였더니
문득 와사증이 일어나거늘
황응종이 보고 천사께 아뢰인대
가라사대
이는 불평하는 말을 하다가 조왕(竈王)에게 벌을 받음이니라 하시고 글을 써주사
병욱의 아내로 하여금 부엌에 사르며 사죄하라 하시니
병욱의 아내가 그대로 하여 곧 나으니라
96 대흥리에 계실 때
공우에게 물어 가라사대
네가 남과 싸움을 많이 하였느냐
대하여 가로대
그리 하였나이다
다시 일러 가라사대
표단(豹丹)이 들어서 싸움을 즐기나니
이제 표단을 빼어내고 인단(人丹)을 넣으리라 하시더니
이 뒤로는 공우의 성질이 온순하게 되어 싸움을 즐기지 아니하고
혹 싸우는 자가 있으면 두려운 마음이 생겨서 곧 멀리 피하니라
97 팔월 어느날 덕찬이 여쭈어 가로대
오늘 내 매가에 잔치가 있으니 소풍 겸하여 나가사이다
가라사대
내 술을 먼저 마시라
덕찬이 가로대
무슨 술이니이까
가라사대
좀더 기다리라 하시더니
이윽고 공우가 술과 수증계(水蒸鷄)를 가져와서 천사께 올리니라
98 이해 겨울 어느날 아침에 대흥리를 떠나 태인 새올 최창조의 집으로 가실 때
공우는 해가 오르면 길이 질까하여 진 신발을 하였더니
천사 보시고 진 신발을 하였느냐 하시고
손으로 동쪽재에 떠오르는 해를 향하여 세 번 누르시니
해가 오르지 못 하다가 살포정 주막에 들어 쉬시니
그제야 해가 문득 높이 솟아 오르더라
99 최창조의 집에 이르사
벽력표(霹靂表)를 묻으시니 곧 우뢰가 크게 일어나며 천지가 진동하는지라
곧 거두시고 이튿날 구릿골 약방으로 가시니라
100 창조의 집에서 공우에게 물어 가라사대
네가 눈을 많이 흘겨 보느냐
대하여 가로대
그리하나이다
다시 일러 가라사대
집으로 돌아가라 하시거늘
공우 집으로 돌아올 때
길에서부터 눈이 가립고 붓더니 집에 이름에 안질(眼疾)이 크게 나서 달포를 앓다가
하루는 밤을 쉬고 일어나니 씻은 듯이 나았는지라
천사께 와 뵈이니 가라사대
안질로 고생하였느냐 하시고 웃으시더라
원래 공우는 성질이 사나워서 싸움을 즐기고 눈짓이 곱지 못하더니
이로부터 성질이 부트러워지고 눈짓이 고와지니라
101 공우 술이 과하여 주실(酒失)이 많더니
하루는 천사 가라사대
네가 술을 즐기니 주량을 보리라 하시고 술을 많이 주시거늘
공우 연하여 받아 마시고 취한지라
다시 가라사대
한잔 술밖에 못된다 하시더니
이 뒤로는 한 두잔만 마셔도 곧 취하여 견디지 못하니라
102 덕찬이 아들 혼인을 지내려 할 때
여러사람들이 물품과 돈으로 부조(扶助)하거늘
천사 가라사대
나는 부조할 것이 없으니 일기(日氣)로나 부조하리라 하시더니
이 때에 일기가 연일 험악하여 심히 염려하던 중인데
그 날에 이르러서는 뜻밖에 온화하여지니라
103 동짓달에 형렬에게 일러 가라사대
내가 정읍으로 가리니 이 길이 길행이라
이 뒤에 일을 네게 알리리라 하시더니
이날 차윤경이 와 뵈옵고 고부인이 안질로 고생함을 아뢰니
가라사대
이제 돌아갔다가 내일 태인 살포정에서 나를 만나라
윤경이 곧 돌아갔다가 이튿날 살포정으로 오니
천사 아직 오시지 아니하였거늘
곧 소투원 주막에 이르니
주막 주인이 말하되
선생이 새올 최창조의 집으로 가시면서 윤경이 와 묻거든
그곳으로 보내라 하셨다 하거늘
윤경이 새올로 갈새
일본군사 수백명이 길에 유진(留陣)하여 주소와 가는 곳과 출행이유(出行理由)를
묻더라
새올에 이르러 천사께 뵈이니 날이 이미 저물더라
이날 밤에 윤경을 명하사
밤새도록 자지말고 밖에서 돌아다니라 하시고
닭의 소리가 난 뒤에 윤경을 데리고 백암리로 향하여 떠나시니라
104 경학의 집에 이르사 아침밥을 잡수시고 다시 정읍으로 가실 때
혹 앞서기도 하고 혹 뒤서기도 하며 너댓 걸음을 걸으신 뒤에
가라사대
이 길에는 일본 사람을 보는 것이 불가하니라 하시니라
정읍 노송정에 이르사 가라사대
좀 지체함이 가하다 하시고
반식경을 지내신 뒤에 다시 떠나사 그 모퉁이 큰 못가에 이르니
기병(騎兵)이 많이 오다가 되돌아간 자취가 있거늘
천사 그 자취를 보시고 가라사대
저희들이 어찌 대인의 앞길에 쫓아오리오 하시거늘
윤경이 그 근처 사람에게 물으니
과연 기병 수십명이 달려 오다가 그 곳에서 되돌아 갔다 하더라
105 거기서 대흥리로 가려면 길이 두 갈래로 나뉘어
한 길은 정읍 읍내를 지나가는 큰 길이요
한 길은 샛길이라
윤경이 어느길로 갈 것을 물은 대 가라사대
군자가 어찌 샛길로 다니리오 하시고
큰 길로 접어들어 정읍 읍내를 지나시니
좌우측에 즐비한 일본 사람의 상점에 한 사람도 밖에 나선 자가 없더라
대흥리에 이르사 고부인의 안질을 낫게 하시고
천사 친히 그 안질을 하룻밤 대신하여 앓으신 뒤에
인하여 무신납월공사(戊申臘月公事)를 행하시니라
106 하루는 경석의 검은 두루마기를 가져오라 하사 입으시고 속옷을 벗으신 뒤에
긴 수건으로 허리를 시고
모든 종도들에게 물어 가라사대
이러하면 일본사람과 같으냐
모두 대하여 가로대
같으니이다
다시 벗으시고 가라사대
내가 어려서 서당에 다닐 때에 한 아해로 더불어 먹 작난(作亂)을 하다가
그 아해가 지고 울며 돌아가서 다시 오지 아니하고 다른 서당에 다니다가
그 후에 병들어 죽었는데
그 신명이 원한을 품었다가 이제와서 나에게 해원(解寃)시켜 주기를 구하므로
어떻게 하면 해원이 될까 물으니
그 신명이 내가 일본 옷을 싫어하는 줄 알고 일본 옷을 입으라 하므로
내가 이제 그 신명을 위로함이러라 하시니라
107 대흥리에서 납월 공사를 보시고
기유 정월 초 이튿날 관재(官災)를 피하여 백암리 경학의 집으로 가셨더니
태인 읍에 경학의 형이 사람을 보내어 경학을 불러 가거늘
천사 발을 만지시며 가라사대
상말에 발복(福)이라 하나니
모르는 길에 잘가면 다행이요
못가면 불행이라는 말이라 하시고
곧 떠나서 홀로 최창조의 집에 가셨다가
다시 그 앞 솔밭을 지나 최덕겸의 집으로 가서 머무르시니
모든 사람이 계시는 곳을 알지 못하니라
원래 경학의 형은 경학이 술객에게 홀려서 살림을 돌보지 아니한다는 말을 듣고
심히 염려하던 차에 관청에 탐문(探聞)되어 그 술객과 경학을 잡으려고 간다 하거늘 이에 그 사실을 통기(通寄)하지 않고 다만 그 아우만 불러다가 숨기려 함이라
경학이 집을 떠나 읍으로 가시다가 중로(中路)에서 순검에게 붙들려서 집으로
되 끌려와서 천사를 찾다가 계시지 아니하므로 창조의 집까지 끌려 가다가
천사를 잦지 못하므로 돌아가니라
108 닷샛날 구릿골에 이르시니
수일 후에 태인으로부터 무사히 된 전말을 보고하거늘
천사 가라사대
정읍일은 하루 공사인데 경석에게 맡겼더니 하루 아침에 끄르고
태인 일은 하루 아침 공사인데 경학에게 맡겼더니 하루를 걸렸으니
경석이 경학보다 낫다 하시고
또 가라사대
경석은 병판(兵判) 가음이요
경학은 위인(爲人)이 직장(直腸)이라
돌리기 어려우니 돌리기만 하면 착한 사람이 되리라 하시니라
109 하루는 공우와 응종을 데리고 태인읍 주막에 이르사
신경원에게 일러 가라사대
오늘은 백순검을 만나야 하겠으니 그를 데려오라
말씀을 마치자 백순검이 그 집 앞으로 지나거늘
경원이 나가서 천사 계신 곳을 알리니
백순검이 곧 뛰어 들어와서 천사를 포박하는지라
천사 공우에게 명하여 가라사대
네게 있는 돈 백냥을 내게 전하고 창조의 집에 다녀오라 하시니
공우 대답하고 가거늘
또 응종과 경원을 각기 다른 곳으로 보내시고
백순검에게 돈 백냥을 주시며 가라사대
그대를 만나려고 이곳에서 기다린 지 오래였노니
이것을 적다말고 용에 보태어 쓰라
백순검이 치사(致謝)한 뒤에 결박을 끄르고 물러가니
대저 그가 천사를 붙들어서 돈을 빼앗으려 하는 줄 알으시고
그 욕심을 채워 주심이러라
110 공우 천사를 뫼시고 신경수의 집에서 유숙(留宿)할 새
꿈에 불빛 같은 사람 수십인이
하늘로부터 내려와서 천사 계신 문밖 뜰에서 절하고 뵈이니
공우는 두려워하여 천사의 등 뒤로 숨어 있었더니
다음날 천사 꿈에 본 일이 있느냐고 물으시거늘
공우 그 사유를 아뢰인 대
그들이 곧 천상 벽악사자(闢惡使者)니라 하시니라
111 김경학이 일찍이 동학에 가입하여 삼개월 동안 시천주의 수련을 하던 중에
어느날 꿈에 천상에 올라 상제를 뵈온 일이 있었더니
하루는 천사께서 네 평생에 제일 좋은 꿈을 꾼 것을 기억하느냐
경학이 일찍이 상제 뵈옵던 꿈을 아뢰며
선생의 형모(形貌)가 곧 그때 뵈옵던 상제의 형모이신 것을 깨달았나이다 하니라
112 사월에 전주 불가지 김성국의 집에 계실 때
덕찬이 모셨다가
천사의 무슨 말씀 끝에 속으로는 실없게 알면서 거짓 대답을 하였더니
다시 일러 가라사대
이제 용소리 김의관의 집에 가서 자고 오라
덕찬이 명을 받고 용소리에 갔다가
김의관의 집 문앞에서 술주정꾼을 만나 패욕(悖辱)을 많이 당하고
분을 이기지 못하여 되돌아 오거늘
천사 문밖에 나서사 바라보시고 웃어 가라사대
왜 자지 아니하고 돌아오느냐 하시고 술을 주시며 가라사대
사람을 사귀임에 마음을 참되게 할 것이어늘
어찌 마음을 스스로 속이느냐 하시니
덕찬이 처음에는
천사께서 무고히 용소리에 보내어 패욕을 당하게 하신 것을 불평히 여겼다가
이 말씀을 듣고 비로소 천사의 말씀에 속으로는 실없이 알면서 거짓 대답한 것을
알으시고 실없는 취한 사람을 만나도록 징벌하심인 줄 깨닫고
이로부터 더욱 두려워하여 비록 한 번 생각함과 작은 일에라도 극히 삼가니라
113 백암리 근처에 호환(虎患)이 많으므로 경학이 크게 근심하거늘
가라사대
그 짐승이 사람을 먹으니 없이하여야 하리라 하시고
호(虎)담요를 가져오라 하사
붓으로 먹을 찍어서 그 그림의 눈에 점을 치셨더니
그 후로는 각처에 호환이 없어지니라
114 오월에 백암리에 계실 때
글을 써서 경학에게 주시며 물동이에 외로 돌려서 적신 뒤에 불사르라 하시더니
그 뒤에 경학의 형 경은의 집에서 불이 나서 사나운 남풍(南風)에 기세를 얻어
경학의 집을 넘어뛰어서 이웃집 아홉채를 살랐으되 경학의 집은 무사하니라
115 하루는 정읍군 내장면 금붕리 앞 모시밭 가를 지나실 때
모시밭 가에 농군들이 쉬어 앉았고
모시는 잎이 하나도 없고 대만 서 있는지라
그 이유를 농군들에게 물으시니
밭 임자가 대하여 가로대
전례에 없던 큰 충재(蟲災)로 인함이나이다
천사 불쌍히 여기사 가라사대
내가 충재를 제거하여 주리니 근심치 말라 하시고
북쪽을 향하여 휘파람을 세 번 부시니 뜻밖에 새 수천마리가 모여들어서
그 해충을 쪼아 없이 하더니
그 뒤로 모시 잎이 다시 피어나서 예년 보다 더욱 번무(繁茂)하여
모시 농사를 잘 하게 되니라
116 유월에 구릿골에 계실 때
하루는 경학이 이르러
오랫동안 날이 가물어서 모를 옮기지 못하여 민심이 불안함을 아뢰인데
천사 갑칠을 명하사
청수 한 동이를 길어 오라 하시고
미리 양지(洋紙) 한 축(軸)에 글을 가득히 써 두었던 것을 경학에게 내어주시며
가라사대
청수에 적시어 가루되게 부비라
경학이 명하신 대로 하여도 비가 오지 아니하거늘
갑칠에게 일러 가라사대
네게 장령(將令)을 붙여 서양으로부터 우사(雨師)를 불러넘겨 만민(萬民)의
갈앙(渴仰)을 풀어주려 하였더니
네가 어제 저녁에 나의 명을 어기고 잠을 잤으므로 비가 오지 아니하니
옷을 벗고 청수앞에 합장하고 서서 사죄하라
갑칠이 명하신 대로 하니
문득 서쪽 하늘로부터 검은 구름이 일어나며
큰 비가 쏟아져서 삽시간에 앞 내가 창일하거늘
경학이 여쭈어 가로대
이만하면 넉넉하겠나이다
천사 이에 부채를 들어 한 번 흔드시니 비가 곧 그치거늘
명하사 청수를 쏟아 버리고 옷을 입으라 하시며
모든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너희들도 잘 수련(修鍊)하면 모든 일이 마음대로 되리라 하시니라
117 이때에 청주에서 괴질《怪疾(호열자)》이 창궐하고
나주에서도 크게 성하여 민심이 들끓는지라
천사 가라사대
남북에서 마주 터지니 장차 무수한 생명을 죽이리라 하시고
이에
「勅令怪疾神將(칙령괴질신장)
胡不犯帝王將相之家(호불범제왕장상지가)
犯此無辜蒼生之家乎(범차무고창생지가호)」라고 써서 불사르시며
가라사대
내가 이것을 대속하리라 하시고
형렬을 명하여
새옷 다섯 벌을 급히 지어서 한 벌씩 갈아 입으시고 설사하여 버리신 뒤에
가라사대
약한 자가 걸리면 다 죽겠도다 하시더니 이 뒤로 괴질이 곧 그치니라
118 원평 장터 김경집의 집에 단골 주인을 정하시고 오랫동안 머무르셨으므로
누구든지 천사의 말씀을 빙자(憑藉)하여 술밥을 청하면
값이 있고 없음을 묻지 않고 다 허락하더니
태인 청석골 강팔문이 술밥을 많이 먹은 뒤에 돈 가진 것을 주인에게 들켰으나
천사의 말씀이 있다고 거짓 빙자하여 값을 주지 않고 갔더니
이로부터 협체(挾滯)하여 창증(脹症)을 이루어 죽게 되거늘
신경수가 그 사유를 아뢰인데
천사 대답치 아니하시더니
그 뒤에 또 와서 위독함을 아뢰니
가라사대
몹쓸 일을 행하여 신명에게 죄를 얻어 그릇 죽음을 하게 되었으니
할일 없다 하시더니 그 뒤에 곧 죽으니라
119 종도들이 매양 근심된 일이 있을 때에는 그 사유를 천사께 아뢰면
부지중에 자연히 풀리게 되는데
만일 아뢰인 뒤에도 오히려 근심을 놓지 아니하면 문득 위로하여 가라사대
내가 이미 알았으니 근심하지 말라 하시니라
120 매양 종도들에게 일을 명하심에 반드시 기한(期限)을 정하여 주사
어기지 않게 하시며 만일 명을 받은 자가
혹 기한 날에 일기가 좋지 못하여 어김이 있을까 염려하면
천사 일깨워 가라사대
내가 너희에게 어찌 좋지 못한 날을 일러 주겠느냐 하셨나니
대저 천사께서 정하여 주신 날은 하루도 좋지 못한 날이 없었느니라
121 매양 종도를 어느 곳에 보내시되
무슨 일로 인하여 보낸다는 말씀을 아니하신 때가 많이 있었나니
종도들은 항상 그렇게 경험하였으므로
다시 묻지 않고 명하신 곳에 가면 반드시 무슨 일이 있더라
122 항상 종도들을 둘러 앉히사
몸을 요동하지 못하게 하시고 잡념을 떼고 정심(正心)하라 하시며
밤이면 닭이 운 뒤에 자게 하시고
겨울에는 흔히 문을 열어 놓고 마루에 앉아 계시되
방안에 있는 사람이 추움을 깨닫지 아니하며
혹 춥다고 말하는 자가 있으면, 즉시에 더워지며
여름에는 모기가 머리 위에서만 소리하고 물지 아니하며,
혹 더웁다고 말하는 자가 있으면, 즉시에 서늘한 기운이 돌며
빈대 있는 방에 하루 저녁만 자시면, 빈대가 없어지며
길 갈 때에 혹 더웁다고 말하는 자가 있으면, 부채나 삿갓으로 한 번 두르시면
문득 구름이 해를 덮고 바람이 서늘하게 일어나니라
123 가물 때에 비를 주시되
청수 동이에 오줌을 좀 타면 그 비로 인하여 모든 곡물이 풍양하고
충재가 있을 때에는 청수 동이에 고추가루를 풀어 넣으면 충재가 곧 걷히더라
124 천사께서 천지대권(天地大權)을 임의로 사용하시되
일정한 법이 없고 매양 때와 장소를 따라서 임시로 행하셨나니
예를 들면
큰 비가 올 때 비를 그치게 하실 때
혹 종도를 명하여 화로(火爐)의 불덩이를 문밖에 던지기도 하시고
혹 담뱃대를 두르기도 하시고
혹 술잔을 두르기도 하시고
혹 말씀으로도 하사 때를 따라 달리 하시니라
125 더울 때에 출입하시면
구름이 일산(日傘)과 같이 태양을 가리워 볕이 쪼이지 아니하니라
126 달밤에 길을 가실 때에
구름이 달을 가렸으면
손으로 달을 향하여 오른 쪽으로 둘러 구름을 둥그렇게 열어 제치사
달빛을 내 비치게 하시며
가시는 곳에 이르신 뒤에는
다시 손으로 달을 향하여 왼쪽으로 두르시면 구름이 다시 합하여 원 상태로 회복되니라
127 매양 종도들을 태좌법(胎坐法)으로 늘어 앉히시고 조금도 움직이지 말라고
명하신 뒤에
만일 움직이는 자가 있으면
비록 벽을 향하여 누워 주무실 때에도 문득 꾸짖으시니
그 밝으심이 자고 깨심과 보고 안보심과 멀고 가까움이 없으시니라
128 공사를 친히 보지 아니하시고
혹 종도롤 하여금 대신 행하게 하실 때도 있었나니
그런 때에는 그 대행하는 종도로 하여금 능히 화권(化權)을 행하게 하시니라
129 천문을 보실 때에는
구름으로 온 하늘을 덮고 별을 하나씩 나타나게 하여
종도들로 하여금 살피게 하시니라
130 공사를 행하실 때에는
반드시 술과 고기를 장만하여 여러 사람들로 더불어 함께 잡수시며
혹 식혜를 만들어 종도들로 더불어 함께 마시시니라
131 매양 출행하실 때에 하루 삼십리를 넘겨 걷지 아니하시며
가라사대
대진(大陣)은 하루 삼십리를 넘기지 않나니라 하시니라
132 천사께서는 위엄(威嚴)이 씩씩하시고 화기(和氣)가 무르녹으사
누구든지 살에 붙고 가까이 하고 싶은데 각기 저의 아버지에게 비교하면
너무 엄하고 사랑하여 주는 형님에게 비교하면 같으시다 하니라
133 천사께서는 항상 돈 일이원씩을 몸에 갈머두시니라
134 천사께서는 얼굴이 원만(圓滿)하사
금산미륵불(金山彌勒佛)과 흡사하시며
양미간(兩眉間)에 불표(佛表)가 있으시고
왼 손 바닥에 북방임자(壬字) 무늬와
오른 손 바닥에 별무자(戊字) 무늬가 있으시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