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여일公-낙하동주계축서후발(落下同舟契軸序 後跋)

 

낙하동주계축서 후발(落下同舟契軸序 後跋)-황여일公

 

평울(平蔚)은 한 시골과 같고 사족(士族)은 약간인데 대성(大姓)인 남(南)씨는 그 하나이다.

나는 늦게 태어났고 들은것이 고루(固陋)하여 늘 말하기를 남회(南薈)는 무사(武士)라 하여

그 사람됨을 깊이 고찰하려 하지 않았다. 하루는 죽계(竹溪) 안공 충원(安公 忠元)이

나의 박곡(朴谷) 누추한 곳에 왔다.

술이 거나하게 되어서 고향의 현인(賢人)을 논평함에 있어 회(薈)가 무인(武人)이 아니요

곧 유사(儒士)라 하였다.내가 놀라 그 업(業)을 물으니 말하기를 .'우리집에 남공(南公)의

동주계축(同舟契軸)이 있소. 보지않겠소 하였다. 내가 보자고 보채었더니 얼마 아니되어

안공(安公)이 소매에 넣고 왔다.

그 서문(序文)을 읽고 그 명록(名錄)을 보니 2백년전 옜 사람의 안면(顔面)과

규범(規範)이 순간 눈앞에 숙연(肅然)하였다.

내 더욱 놀라워하고 다행하게 여겼다. 회(薈)가 무인(武人)이 아님을

알았을 뿐아니라 실로 일시의 교제가 서로 마음이 맞았음에 탄복 하였다

열명(列名)된 11인 가운데 서문이 누구의 손에서 나욌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아마도 오흠노(吳欽老) 공이 을해생(乙亥生)으로 끝에 자리한 것으로 보아

이분이 지은것 같은데 경서(經書)를 익히 읽어 문리(文理)가 창달(暢達)하고.

궁달간(窮達間)의 세정(世情)을 잘 서술하셨기에 내가 감동하였다.

한퇴지(韓退之)가 풍숙(馮宿)에게 준 글에 "붕우(朋友)의 도(道)가 결절(缺折)된지

오래라." 하였다. 한(韓)의 옛날과 거리가 그다지 현격한 것이 아님에도

결절된지 이미 오래라' 하였다 더구나 남회(南회)가 한(韓)과의 거리가

한(韓)의 옛날과의 거리보다 심하니 붕우의 도가 어찌 있겠는가.

그런대 믿음을 금석(金石)같이. 의리를 사시(四時)와 같이 하고 복심(腹心)으로

사생(死生)을 서로 기약한다고 까지 하였다.

나의 생각에는 이 11인이 과연 끝까지 반복(反覆)한 사실이 없었겠는가.

한 배에 같이 탓다가 만약 동서남북을 만나는 경우 과연 복심(腹心)으로

사생(死生)할 사람들인가. 그 후 회(薈)는 책을 버리고 검(劒)을 배워 무인(武人)으로

세상을 살았는데 저 10인의 경우 필경 또 어떠하였겠는가. 모두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서문(序文)의 내용이 순박 간절하고 명록(名錄)이 모두 갖추어졌으며

옛 군자가 '만사와해(萬事瓦解)'로 서로 권면(勸勉)하고 서로 경계하였으니

국초(國初)에 인품(人品)이 옛날에 가까웠음을 상상할 수 있다. 그러므로 무인(武人)이나

문사(文士)냐를 굳이 논할 것이 없다. 아! 지금과 남(南)과의 거리와, 남(南)과 한(韓)의 거리는

또 어떠한가. 세상이 변하는 강하(江河)는 날로 각박하여 심한 경우 배 안이 적국(敵國)이요

한 방(房)이 오랑케다. 옛 도(古都)를 보기 어려움이 이와 같으니 아! 개탄스럽다. 안공(安公)은

옛(古)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나에게 한 마디 말을 청하였다. 사양할 수 없어 짐짓 축(軸)의

시말(始末)을 보고 써서 보낸다.

 

 

만력(萬曆) 경신(庚申: 명나라 신종48년, 1620년)늦가을에 기성후인(箕城后人)

황여일(黃汝一)이 발(跋)을 짓다.

 

 

황여일公의 친필

 

 

황여일(黃汝一)公

 

황여일(黃汝一, 1556~1622, 명종 11~광해군 14)

 

 

♤ 해월(海月) 황여일(黃 汝一)선생의 연보(年譜) ♤

 

 

해월(海月) 선생은 조선(朝鮮) 중기의 문신(文臣)으로 휘(諱)가 여일(汝一)이며, 자(字)가 회원(會元) 본관(本貫)을 평해(平海)이다. 또한 호(號)가 처음에는 하담(霞潭) 해월(海月) 매월(梅月)이며, 후에는 만귀(晩歸)이다.

해월(海月) 선생의 사동리(沙洞里)의 생가(生家) 연원(淵源)을 말한다면 황씨(黃氏)의 시조(始祖)가 되시는 락(洛)이 중국의 강하(江夏)에서 우리나라 강원도(현재 경상북도) 울진군 평해의 월송정 북쪽에서 터를 잡고 살아오다가, 충절공(忠節公) 황서(黃瑞)가 군(郡)의 북쪽에 있는 정명리(正明里)로 이주(移住)하여 살아왔었다.

그런데 해월(海月) 선생의 아버지 되시는 창주공(滄州公)이, 사동리(沙洞里)의 사직(司直) 영덕정씨(盈德鄭氏) 정창국(鄭昌國)의 여식(女息)과 혼인(婚姻)하게 됨으로써, 사동리(沙洞里)에 터를 마련하고 살게 되었다고 한다,

 

해월(海月) 선생은 명종(明宗) 11년(1556, 丙辰年)10월 21일 병오일 사(巳)시에 사동리(沙洞里: 경북 울진군 기성면 사동리) 집에서 태어나게 된 것이다.

해월(海月) 선생은 2세 때부터 풍골(風骨)이 뛰어나, 사람들은 보통 아이들과는 다른 비범(非凡)한 아이라고 하였으며, 5세 때부터 독서를 시작하였다.

8세 때에는 선생은 사동리(沙洞里) 집에서 남쪽으로 10여리 떨어진 정명리(正明里)에 계신 중부(仲父)인 대해(大海) 선생에게 가서 수업을 밭았다.

해월(海月) 선생은 한 번 들은 것은 그대로 외우고 그 이치(理致)를 통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그를 가르치는 대해(大海) 선생은 매우 기이하게 생각하였고, 아버지인 창주공(滄州公)은 이 아이가 틀림없이 우리 가문(家門)을 일으킬 사람이다. 라고 하였다 한다. 당시 학봉(鶴峯) 김성일(金誠一) 선생의 형제들인 구봉(龜峯) 김수일(金守一)선생과 그의 형(兄)이 되는 군수(郡守)인 약봉(藥峯) 김극일(金克一) 선생이 찾아와서, 극찬(極讚)을 하며 이 아이가 큰 인물이 될 것이 틀림이 없을 것이라고 하였다고 한다.

이 당시 해월(海月) 선생의 집안은 워낙 가난하여 해월(海月) 선생의 어머니는 10여리씩 떨어진 대해(大海) 선생의 집으로 어린 아들이 매일 수업 받으러 다니는데, 밥을 해서 먹여 보내지 못하고 조석(朝夕)으로 멀건 죽을 먹여 보내니 매우 가슴 아파하며, 사흘에 하루라도 진하게 쑨 죽이라도 먹여 보냈으면 하며, 마음 아파했다고 한다.

1569년(선조 2년, 己巳)년 선생 14세 때에, 처음으로 간성시(杆城試) 진사시(進士試)에 진주죽서루(眞珠竹西樓)에 대한 시(詩)를 지어 장원(壯元)을 하였는데, 그 당시 강릉 부사였던 봉래(蓬萊) 양사언(楊士彦)이 이 시(詩)를 보고 크게 놀라서 관청에 초대하였으며, 그를 칭찬하는 시(詩)를 한 수 남겼다. 1572(선조 8, 을해)년 5월, 나이 20세 때에 구봉(龜峯) 김수일(金守一)선생의 여식(女息)과 혼인(婚姻)을 하였다.

또한 가을에는 당시 경상도(慶尙道) 감사(監司)가, 안동부(安東府)에 와서 백일장을 열었다. 이때 선생은 동상(東床)에 있었는데, 학봉(鶴峯) 김성일(金誠一) 선생이 어찌하여 시험장에 나가지 않느냐고 하자, 하는 수없이 해월(海月) 선생은 시험장에 입장하였던 것이다. 시험 보는 선비들은 붓을 들어 중얼거리고 있었는데, 선생은 코를 골며 그 옆에서 잠을 자다, 해가 기울어 시험장이 파할 무렵에서야 앞의 병풍이 쳐 있는 곳으로 나아가, 단번에 붓을 들어 쓰고는 그대로 제출하고 나왔던 것이다. 그 글이 바로 해월(海月) 선생의 문집(文集)에 있는 치술령부(鵄述嶺賦)인 것이다.

해월(海月) 선생은 이 향해진사시(鄕解進士試)에서 장원(壯元)으로 뽑혔으며, 당시 시험관은 크게 놀라며 괴이(怪異)하게 생각하였다고, 그의 이러한 일이 크게 소문이 났었던 것이다. 이때 선생은 약관(弱冠)의 나이였으며, 그 때 남긴 치술령부(鵄述嶺賦)는 잘 알려진 소문난 글인 것이다.

1576(선조, 9, 丙子)년 2월에 진사복시(進士覆試)에서 3등을 하였으며, 7월에는 구담부(龜潭賦)를 썼다.

1577(선조, 10, 丁丑)년 비로소 성균관(成均館)에서 수학(修學)하였고, 상균관(成均館)에서 백호(白湖) 임제(林悌)와 오산(五山) 차천로(車天輅)와 더불어 시(詩)와 문장(文章)으로 일대(一代)를 구가(驅駕)하였다고 한다.

1585(선조, 18, 乙酉)년 봄에, 격암(格菴) 남사고(南師古) 선생의 위패(位牌)가 봉안(奉安)된 옥계서당(玉溪書堂)을 찾아 배(拜)를 올렸다.

같은 해 10월 16일에 별시 을과 1등으로 합격하여 예문관검열겸(藝文館檢閱兼) 춘추관기사관(春秋館記事官)이 되었다.

1586(선조, 19, 丙戌)년 정월에 휴가를 받아 부모님을 찾아뵙고, 안동 예안(宣城)으로 가서 퇴계(退溪) 선생 유고(遺稿)의 교정과 편집을 보았으며, 10월에는 사가호당(賜暇湖堂)에 들어갔던 것이다. (선례로 보아 7품 이하의 벼슬로는 처음이라고 함)

1588(선조, 20, 丁亥)년 9월에 예문관 대교(藝文館 待敎)가 되었으며,

1588(선조, 21, 戊子)년 정월에 임금이 불러 편전(便殿)에서 야간강의(夜間講義)를 여러 차례 했으며, 이때에는 선비들이 서로가 의심(疑心)하고 배반(背反)하여 국론(國論)이 분열(分裂)되어 혼란스러웠는데, 그때 유성룡(柳成龍) 선생은 어찌하면 화목하고 분란 없이 안정케 할 수가 있을까 하며 해월(海月) 선생의 의견을 듣고서 오랫동안 수습을 하지 못했던 것을 해결할 수 있었다고 흡족해 했다고 한다.

4월에는 고향에 돌아와서 해월헌(海月軒)을 지었는데, 현판(懸板)은 영의정(領議政)으로 있던 아계(鵝溪) 이산해(李山海) 선생이 썼으며, 백사(白沙) 이항복(李恒福), 상촌(象村) 신흠(申欽), 월사(月沙) 이정구(李廷龜), 약포(藥圃) 장탁(鄭琢), 지봉(芝峯) 이수광(李睟光) 선생 등등 수많은 인사(人士)들이 찬양하는 시(詩)와 글(文)을 남겼다.

또한 7월에는 예문관봉교(藝文館奉敎)가 되었으며, 암행어사(暗行御使)로 경상도(慶尙道)에 내려갔었다.

1589(선 22, 己丑)년 8월에 선조 임금이 불러 선정전(宣政殿)에 입시(入侍)하여 여러 차례 야간 강의를 하였다. 신묘(辛卯)일 이 날은 선정전(宣政殿에 입시(入侍)하여 병사(兵事)에 대하여 논(論)했다.

이 때 일본(日本)이 전쟁을 일으키려는 조짐(兆朕)이 있어 임금이 대신들을 불러 들였는데 이 때 정언신(鄭彦信), 이일(李鎰), 신립(申砬) 등을 만나 보았다.

11월에는 일본(日本) 사신(使臣) 현소(玄蘇)가 와서는 통신사(通信使)를 보낼 것을 청(請)하였는데, 조정(朝廷) 중론(衆論)이 다 왜국(倭國)에 사신을 보내자는 데로 기울어지자, 선생 홀로 불가(不可)함을 조목조목 들어서 반대하여 말하기를,

「양국이 국교가 열리어도 난(亂)을 일어날 것이며, 열리지 않아도 난(亂)은 일어날 것인데, 차라리 국교를 끊고서 난(亂)에 대비함만 같지 못할 것이다

 

(抗言曰 通亦發 不通亦發 莫如不通之爲少自取也)

항언왈 통역발 불통역발 막여불통지위소자취야 라고 하였다

 

그때에 학봉(鶴峯) 김성일(金誠一) 선생이 그를 가리켜, 동해(東海)의 노중련(魯仲連)이라는 시(詩)를 지어주며 격려했다. 시(詩)에 이르기를,

 

『東海有魯連 其人亦抗節 擧世欲宗秦 爾獨戴周日

동해유로련 기인역항절 거세욕종진 이독대주일

 

談笑却三軍 其機在寸舌 我有一片心 千秋與君說』

담소각삼군 기기재촌설 아유일편심 천추여군설

 

동해(東海: 조선)에도 노중련(魯仲連)이 있는데 그 사람 또한 절조를 지켜 굽히지 않는(抗節) 사람이로다. 온 세상이 다 진(秦) 나라를(황제의 나라라고)높이려 하였으며, 그대 홀로(海月 선생) 일본과 화친하는 것을 탄식하며(戴周日). 담소(談笑)하여 삼군(三軍: 대군)을 물리치는데, 그 기지가 한치의 혀끝(寸舌)에 있구나. 나 또한 한 조각 붉은 마음 있어, 천추(千秋)에 그대의 뜻(君說)과 함께 하노라.

 

노중련(魯仲連)은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의 제(齊)나라 사람으로, 기발(奇拔)하고 웅대(雄大)한 책략(策略)을 잘 구사하였으나, 고상(高尙)한 절개(節槪)를 지닌 분으로 세속을 초탈(超脫)하여 전혀 벼슬할 뜻이 없는 분이었다.

그가 일찍이 조(趙)나라를 두루 유람(遊覽)할 때 마침 진(秦)나라 왕은 백기(白起)를 시켜 장평(長平)의 싸움에서 조나라 군사 약 40여만여 명을 전멸시키고, 동쪽으로 추격하여 조(趙)나라의 수도 한단(邯鄲)을 에워싸니 조(趙)나라는 급박한 상황이 되었으나, 제후국들은 진(秦)이 두려워 감히 구원군을 출동시키지 못하였다.

위(魏)나라 왕이 장군 진비(晉鄙)를 시켜 조(趙)나라를 구원케 하였으나. 역시 진(秦)나라의 군대를 두려워한 나머지 탕음(蕩陰: 河南城)에 머물러 더 이상 진격하지 못했다.

그러자 위(魏)왕은 객장군(客將軍: 타국 출신의 장군) 신원연(新垣衍)을 시켜, 몰래 조(趙)나라의 한단(邯鄲)에 들어가 조(趙)나라 왕의 숙부(叔父)인 평원군(平原君)을 통해 조(趙)왕에게 건의하게 했다.

진(秦)나라는 예전의 제(齊)나라와 세력을 다투어 제왕(帝)을 칭하다가 얼마 뒤에 취소했습니다. 그런데 제(齊)나라는 점점 쇠약해지고 이제는 진(秦)나라만이 우뚝 강대한 나라가 되어버렸습니다.

따라서 진(秦)나라가 한단(邯鄲)을 포위한 것은 반드시 한단(邯鄲)을 차지하고픈 욕심에서가 아니라 다시 제왕(帝)의 칭호를 차지하고 싶기 때문이니 만약 조(趙)나라에서 사신을 보내 진(秦)나라의 소왕(昭王)을 높여 제(帝)왕이라고 칭한다면 진(秦)왕은 기뻐서 철수할 것입니다 라고 하였다.

이 때 노중련(魯仲連)은 만나기를 꺼려하는 신원연(新垣衍)을 만나 말하기를 권모술수(權謀術數)로 군사를 부리고 백성을 노예처럼 다루는 진(秦)왕이 만일 제멋대로 제(帝)왕이 되어 그릇된 정치를 천하(天下)에 편다면 나는 동해(東海)에 빠져 죽겠습니다. 진(秦)왕의 백성이 되는 일은 참을 수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진(秦)왕이 제(帝)왕이라 칭하게 되었을 경우 생기는 해로움을 예로 들어 설명하기를 은(殷)나라 주왕(紂王) 때에 구후(九侯), 악후(鄂侯), 주문왕(周文王)이 모두 주왕(紂王)의 삼공(三公)이었는데 구후(九侯)가 미인인 그의 딸을 주왕(紂王)에게 바치자 주왕(紂王)은 그녀가 못생겼다고 하여 구후(九侯)를 소금에 절여 죽이자. 악후(鄂侯)가 이를 만류하니 그를 또한 포를 떠서 죽이고, 이 소식을 들은 주문왕(周文王)이 탄식을 하자 그를 유리(牖里)에 있는 감옥에 100여일이나 가두었다가 그를 죽이려한 역사적인 사실 등등을 하나하나 들어 설명하고, 결국에는 신연원(新垣衍) 본인에게도 해가 미치게 될 것임을 말하자, 이에 신연원(新垣衍)은 그제서야 일어나 사과하였던 것이다.

이 소문을 들은 진(秦)나라 장군은 곧 군사를 50여리나 물렸고, 또한 위(魏)나라 공자(公子: 信陵君) 무기(無忌)가 조(趙)나라를 구원하기 위해 군명(君命)이라 속이고 위(魏)나라 장수 진비(晉鄙)와 군대를 탈취하여, 진(秦)나라 군대를 공격했으므로 진(秦)나라 군대는 마침내 포위를 풀고 물러갔던 것이다.

이에 조(趙)나라의 평원군(平原君)은 노중련(魯仲連)에게 봉작을 세 번이나 주고자 했으나, 노중련(魯仲連)은 끝끝내 사양하고 받지 않았다.

이에 평원군(平原君)은 주연을 열어 천금(千金)을 바치며 장수(長壽)를 축원(祝願)하니 노중련(魯仲連)은 웃으며, 천하(天下)의 선비가 귀한 존재로 불리워지는 것은 남을 위해 우환(憂患)을 물리치고 분쟁(分爭)을 풀어주며 근심을 해결해 주고도 보상(補償)을 받지 않는 까닭입니다.

만일 보상을 받는다면 선비도 장사꾼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지요 라며 거절했다.

평원군(平原君)과 작별하고 떠난 후 평생토록 다시 만나지 않았다.

그후 이십여 년이 지나 연(燕)나라의 장군이 제(齊)나라의 요성(聊城: 山東省)을 점령했는데, 요성의 어떤 사람이 연(燕)나라 왕에게 연(燕)나라 장군을 참언했다.

이에 참소(讒訴)를 당한 연(燕)나라 장수가 주살(誅殺) 될 것을 두려워 요성(聊城: 山東省)에서 농성한 채 감히 연(燕)나라로 귀국도 못하고 굳게 지키니, 제(齊)나라 장군 전단(田單)이 일년 이상이나 공격했으나 함락시키지 못했다.

그 때 노중련(魯仲連)이 화복(禍福)을 논(論)한 긴 편지를 써서 화살에 매달아 성안으로 쏘아 연(燕)나라 장군에게 보냈다. 연(燕)나라 장군은 이 편지를 받아 읽고 사흘 동안이나 울면서 갈등으로 밤낮을 지세다가, 결국 탄식하다가 자살하고 말았다.

이로써 요성(聊城) 안은 혼란해졌고 제(齊)나라 장군 전단(田單)은 마침내 요성(聊城)을 함락시켰다. 전단田單)은 제(齊)나라로 돌아와서 왕에게 노중련(魯仲連)을 공적을 아뢰니, 제(齊)나라 왕은 노중련(魯仲連)에게 벼슬을 내려주려고 했다.

그러나 노중련(魯仲連)은 바닷가로 몸을 피해 달아나 숨어 살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부귀(富貴)를 누리는 몸이 되어 남에게 굽히는 것보다는 차라리 가난하고 천(賤)하게 살면서 세상을 가볍게 보고, 내 마음 내키는 대로 살아가리라.

 

1590(선조, 23, 庚寅)년 5월에 예문관봉교(藝文館奉敎)가 되었다. 선생은 백호(白湖) 임제(林悌)와 매우 절친한 사이여서, 하루는 그의 집을 방문(訪問)하니 백호(白湖) 임제(林悌)가 무슨 글을 쓰고 있다가 선생을 보고는 그 책을 싸서 감추자, 선생이 정색을 하고 무슨 일인데 어찌하여 감추워어만 하느냐고 하자, 임공(林公) 역시 해월(海月) 선생이 크게 절조(節操)가 있는 사람인 것을 알고는 그 책을 보여 주었는데, 책 표지의 제목(題目)이 원생몽유록(元生夢遊錄)이었다.

그때 선생은 그 책을 읽어 보고는 즉석에서 붓을 들어 발문(跋文)을 써서 주었으며, 그에 대한 발문(跋文)과 시(詩)도 해월선생문집(海月先生文集)에 있다.

 

백호(白湖) 임제(林悌: 1549 明宗 4~1587 宣祖 20년)는 조선(朝鮮) 중기의 시인(詩人)이며, 자는 자순(子順), 호는 백호(白湖), 본관(本貫)은 나주(羅州)이다.

1576년 28세에 생원 진사에 합격하고 이듬해 알성시에 급제한 후에 흥양 현감, 서도 병마사, 북도병마사, 예조정랑을 거처, 홍문관 지제교를 지냈다. 그는 벼슬에 환멸(幻滅)을 느껴 유람(遊覽)하였는데, 사람 사귀기를 꺼렸으며 가는 곳마다 숱한 일화를 남겼다. 서도(西道) 병마사로 암명되어 부임하는 길에, 황진이(黃眞伊)의 무덤을 찾아가 시조(時調) 한 수를 짓고 제사(祭祀) 지냈다가 임지에 부임도 하기 전에 파직(罷職)을 당했다.

그는 39세에 요절(夭折)하였으며, 운명하기전 여러 아들들에게 천하(天下)의 여러 나라가 제왕(帝王)을 일컫지 않은 나라가 없었는데, 오직 우리나라만이 끝내 제왕(帝王)을 일컫지 못하였으니, 이 같은 못난 나라에 태어나서 죽는 것이 무엇이 안타깝겠느냐! 너희들은 조금도 슬퍼할 것이 없느니라. 고 한 뒤 내가 죽거든 곡(哭)을 하지 말라는 유언(遺言)을 남겼다 한다.

 

1590(선조 23, 庚寅)년 10월에는 한양최씨(漢陽崔氏)인 병마절도사(兵使) 원(垣)의 여식(女息)을 부인(夫人)으로 맞아들였다.

또한 선생이 손수 주자(朱子)의 백록동규(白鹿洞規)와 범준의 심잠(范浚心箴)을 써주면서 마음을 깊이 경계하기 위하여 큰 아들인 중윤(中允)에게 주어 항상 외우게 하였다고 한다.

1591(선조 24, 辛卯)년 12월 선조 임금으로부터 예문관(藝文館) 봉교(奉敎)로 다시 부름을 받고, 대학(大學) 등 여러 서적(書籍)을 하사(下賜) 받았다.

1592(선조 25, 壬辰)년 사헌부감찰(司憲府監察)이 되었으며, 4월에는 고산도찰방(高山道察訪)이 되었다.

이때 임진왜란(壬辰倭亂)이 일어나서 왜적(倭敵)들이 강원도(江原道)를 지나 함흥(咸興)까지 쳐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 장수(將帥)들이 갑옷을 버리고, 지방 수령들은 북(北)으로 달아나는 상황에서, 고산도찰방(高山道察訪)에 있던 해월(海月) 선생이, 함경 감사(監司) 류영립(柳永立)에게 함흥(咸興)은 많은 군사들이 지키고 둘러싸여 있는 근본(根本)이 되는 요충지로, 매우 중요한 곳이다.

철령(鐵嶺)에 있는 군대가 뒤의 지원(支援)을 받지 못하여 의지할 수 없게되어 실패하는 경우, 안변(安邊) 이북 함흥(咸興)까지 군대가 물러나게 된다면 어찌해 볼 도리가 없으니, 나의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병마(兵馬)를 미리 조련(調練)하고, 성(城)을 굳게 지켜서, 남쪽 군을 지원하여 적(賊)으로 하여금 철령(鐵嶺)을 넘지 못하게 한다면 얼마나 좋은가? 라는 서신(書信)을 보내 권유(勸誘)하였다. 그러나 류영립(柳永立)은 끝끝내 따르지 않았다.

급기야 적(賊)이 철령(鐵嶺)을 넘으니 함경도는 이미 어찌해 볼 수가 없게 되자, 조정에서는 류영립(柳永立)을 물러나게 하는 한편, 대신 칠계(漆溪) 윤탁연(尹卓然)이 함경 감사(監司)가 되었다.

병풍(屛風) 고개에 있던 도사(都事) 박순남(朴順男)도 도망하여 난대(鸞臺)로 들어가고, 토병(土兵)이 난(亂)을 일으키니, 적(賊)이 이르기도 전에 창고는 어지럽게 흩어지고 덩비게 된 것이다.

모든 것이 다 해월(海月) 선생의 말대로 된 연후에야 류영립(柳永立)은 후회(後悔)하고 탄복(歎服)을 했다 한다.

또한 회령부(會嶺府)의 아전인 국경인(鞠景仁)이, 왕자(王子) 임해군(臨海君) 진(珒)과 순화군(順和君) 보의 아들을 배행(陪行)한 대신(大臣) 몇 지방 수령 등, 수십인을 왜장(倭將) 가등청정(加籐淸正)에게 넘기고 투항(投降)했다.

이 소식을 들은 해월(海月) 선생은, 천지(天地)에 용납(容納)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국경인(鞠景仁)의 무리들을 용서할 수 없다 하여, 창의사(倡義使) 이성임(李聖任)을 만나 의병(義兵)을 일으킬 계획(計劃)을 하게 하게 되어 이른 아침부터 깊은 밤까지 기회를 따라 계책(計策)을 강구하였다.

회령(會嶺)의 유생(儒生) 신세준(申世俊,) 오응태(吳應台), 나정언(羅廷彦), 임순(林恂)으로 하여금 장사들을 규합(糾合)케 하여, 경성(鏡城)을 지키는 회령(會嶺)사람들을 은밀히 타일러, 명(明)나라 군사들이 왜적(倭敵)들을 다 멸(滅)한 다음에 괴수들을 토벌(討伐)한다는 소문을 퍼뜨리게 하여, 국경인(鞠景仁) 함연수(咸連守) 등을 일시에 잡아 참살(斬殺)하였다.

또한 함흥토벌(咸興討伐) 진대유(陳大猷)와 그의 아들인 계수(桂樹) 부자가 왜적(倭敵)에게 투항(投降)해서 백성(百姓)들을 해치는 행패(行悖)가 심했다.

이에 대유(大猷)와 친분이 있는 한덕원(韓德遠), 덕구(德久) 형제(兄弟)들을 통하여 글을 보내, 대유(大猷)에게 화복(禍福)을 늘어 놓으며 꾸짖고 타일렀으나 명령(命令)을 듣지 않자, 김수준(金秀俊), 최찬(崔贊) 등을 보내 진대유(陳大猷) 부자(父子)를 포박(捕縛)하여 넘겼다.

이보다 앞서 도사(都事) 박순남(朴順男)이 진대유(陳大猷)의 아들인 계수(桂樹)를 아병(牙兵)으로 삼아서 데리고 다녔다. 해월(海月) 선생이 이 사람은 불순(不純)한 기(氣)가 있는데 하필이면 가까이 두느냐고 충고하였으나, 박순남(朴順男)은 이를 무시했던 것이다.

그러나 후에 결과가 해월(海月) 선생의 말처럼 되자, 사람들은 모두 선생의 선견(先見)에 탄복(歎服)을 했다 한다.

1593(선조 26, 癸巳)년 정월에 의주(義州) 행재소(行在所)로 부임헤 갔으며, 형조정랑(刑曹正郎)이 되었다. 6월에는 병조정랑(兵曹正郎)이 되었다.

1594(선조 27, 甲午)년에 다시 형조정랑(刑曹正郎)으로 되었으며, 3월에 명(明)나라 장수(將帥) 천총(千摠) 이영춘(李榮春)과 화전(火戰)의 비방(祕方)을 논하다가, 명(明)나라의 화전(火戰) 사용법이 매우 뛰어나자. 선생이 사용법을 기르쳐 주기를 간절히 간청하여서 허락받았다.

선생은 화전(火戰) 비법(秘法)을 기록하여, 서애(西厓) 류성룡(柳成龍)에게 보내고, 또한 그 동안 모아 두었던 방어(防禦)한 일들에 대한 글을 올리기도 하였다.

해월(海月) 선생은 문장(文章)에만 뛰어난 것이 아니고, 병법(兵法) 또한 뛰어났다.

9월에는 도원수(都元帥) 권율(權慄) 장군(將軍)이 선조에게 청하기를, 병영(兵營)에는 한순간에 일이 만(萬) 가지로 벌어지는 곳이므로, 문무(文武)를 고루 갖춘 사람이 아니면 감당할 수가 없는데, 해월(海月) 이 아니면 안 되겠다고 주청(奏請)하여 불가피하게 권율(權慄) 장군 종사관(從事官)이 되었다.

진주(晉州)에세 권율(權慄) 장군이 병영(兵營)에 있을 때, 후에 이충무공(李忠武公)이 백의종군(白衣從軍)하면서 권율(權慄)장군의 진영(陣營)에 있었는데, 이때에 이순신(李舜臣) 장군과 함께 전쟁(戰爭)이 일어날 기미(機微)를 함께 이야기하며, 바다에서 배를 타고 수전요해(水戰要害: 지세가 험조<險阻>하여 지키기에 편하고 공격하기 힘든 곳)를 논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이충무공(李忠武公)의 정왜록(征倭錄)에 실려 있는 것이다.

1596(선조 29, 丙申)년 5월에 선략장군행세자익위사사어(宣略將軍行世子翊衛司司禦)를 제수 받았다.

1597(선조 30, 丁酉)년 승문원(承文院) 교리(敎理)에 올랐으며, 12월에는 경리(經理) 양호(楊鎬)와 제독(提督) 마귀(麻貴), 그리고 도원수(都元帥) 권율(權慄) 장군과 함께 울산(蔚山)의 도산성(島山城)을 공격하였다.

1598(선조 31, 戊戌)년 9월에 사헌부(司憲府) 장령(掌令)이 되었으며, 이 때에 명(明)나라 사신(使臣)인 찬획주사(贊畫主事) 정응태(丁應泰)의 무고(誣告)사건이 일어났다.

조선(朝鮮)의 조정(朝廷)에서는 나라의 안위(安危)가 위급(危急)함에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 얼마나 고심을 하였겠는가?

크게 고심한 끝에 그 당시 문장(文章)으로 가장 촉망받은 사람을 가려 뽑아 보내게 되었던 것이다. 이때의 변무진주사(辨誣陳奏使)에 정사(正使)로는 백사(白沙) 이항복(李恒福: 우의정) 선생, 부사(副使)로는 월사(月沙) 이정구(李廷龜: 이조판서) 선생, 서장관(書狀官)으로는 사헌부(司憲府) 장령(掌令)인 해월(海月) 선생이 뽑히게 되어, 10월 21(癸酉)일에 서울 서소문 모화관(慕華館)을 출발하게 되었다.

11월 10일에 마침 의주(義州)에 도착하였으며, 12월 6(丙辰)일 압록강을 건넜다.

1599(선조 32, 己亥)년 1월 23(甲辰)일 비로소 북경(北京)에 도착하여 황성(皇城) 동문에 들어가서 옥하관(玉河館)에 유숙하게 되었다.

당시 우리나라 사신(使臣)들의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2월 25(乙亥)일 병부(兵部)에서 보내온 공문서인 자문(咨文)에는, 우리나라의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와 같이 일이 이루어지지 않자 노심초사(勞心焦思)하며 대책을 마련 중에 뒷일을 해월(海月) 선생이 맡아 수습하여 마침내는 일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당시에 우의정(右議政)으로 상사(上使)였던 백사(白沙) 이항복(李恒福) 선생이 같이 갔던 사신(使臣) 일행(一行)들과 어려웠던 상황에 대하여 주고받은 이야기를, 백사(白沙) 선생 문집(文集) 23권에 밝혀놓았는데, 해월(海月) 선생이 이 일의 맹주(盟主: 동맹의 주재자) 라 하였다.

그 당시 해월(海月)선생은 사신으로 명(明)나라에 가서 많은 일화(逸話)를 남겼는데, 그 중에 몇 가지만을 소개하겠다.

해월(海月)선생은 우리나라의 입장을 명(明)나라 조정(朝廷)에서 받아들여지게 하기 위하여, 혼자 명(明)나라의 수많은 조정(朝廷) 관리들과 접촉하고, 우리의 입장(立場)을 설명하였던 것이다.

그 때 만나서 그들이 우리나라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한사람 한 삶에 대한 인상을 자세히 해월선생문집(海月先生文集) 12권에 기록하여 남겨 두었다.

사실 해월(海月)선생은 명(明)나라 조정(朝廷)의 여러 관청을 다니면서, 진정서(陳情書)를 전달하고 우리나라 무고(誣告)를 진설(陳說)하고, 통변(通辯)하자, 각로(閣老: 재상)의 고위관리(高位官吏)들은 그의 언변과 논술(辭語)이 분명하고 예절바른 태도에 모두들 감탄하고는, 다투어 서로 차와 술을 대접하며 나라의 치욕(恥辱)을 벗겨 줄 테니, 공(公)은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 하였다고 한다.

 

당시 명(明)나라의 관상가(觀相家)가 조선(朝鮮)의 사신(使臣) 일행 중 해월(海月) 선생을 가리키며,

 

『時相者來 使行 指先生 曰黃書狀生於東國 稟得萬里氣像 甚可異也.

시상자래 사행 지선생 왈황서장생어동국 품득만리기상 심가이야.

 

 

在座人曰 書狀生於東海 世居小國 何以稟得萬里氣也 相者曰信不誣矣

재좌인왈 서장생어동해 세거소국 하이품득만리기야 상자왈신불무의

 

 

稟生東海之氣 書狀之量 河海弘量矣 嘖嘖稱歎』

품생동해지기 서장지량 하해홍량의 책책칭탄

 

‘황서장관(黃書狀官)은 동국(東國)에서 태어났지만, 만리기상(萬里氣像)을 타고 났으니 매우 이상합니다.’ 라고 하자, 함께 같이 있던 사람들이 말하기를 황서장관(黃書狀官)은 동해(東海)에서 태어나 대대로 소국(小國)에서 살았는데, 어찌 만리기상(萬里氣像)을 타고 태어났겠습니까? 라고 말했다. 그러자 관상가(觀相家)는 참으로 속일 수가 없습니다. 동해(東海)의 기(氣)를 받고 태어난 서장관(書狀官)의 도량(度量)은 하해(河海)와 같은 분입니다. 라며 크게 탄복을 했다고 한다.

또한 이에 따른 해월(海月)선생의 가문에 전하는 일화(逸話)가 있다.

 

그 당시 명(明)의 신종(神宗) 황제도 해월(海月) 선생에게 ‘조선(朝鮮)은 삼천리(三千里) 강토(疆土)인데, 그대는 어찌하여 만리정기(萬里精氣)를 타고나서 명(明)을 치려 하느냐?’ 라고 물었다. 만일 여기서 바로 대답을 제대로 못하거나, 머뭇거린다면 모든 일은 허사(虛事)가 될 뿐만 아니라, 나라에 커다란 재앙(災殃)이 되는 위급(危急)한 상황이었다. 그러지 않아도 조선(朝鮮)이 일본과(日本) 연합하여, 고구려(高句麗)의 옛 땅을 찾겠다는 오해(誤解)로 인(因)하여 명(明)의 황제 앞에 해명(解明)키 위해 갔던 것이 아닌가? 그러나 해월(海月) 선생은 그 자리에서 즉시 대답하였다.

예 신(臣)의 집 앞에는 만리창해(萬里滄海)가 있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그의 대답을 참으로 절묘(絶妙)하고, 적절(適切)했던 것이다. 그러자 신종(神宗)황제는 무릎을 치면서 조선(朝鮮에는 너 하나 밖에 없구나. 라고 하여, 그 자리에서 여일(汝一) 이라는 이름이 「너 하나 밖에 없다」는 뜻으로 전해져 왔다고 한다.

그리고 무사(無事)히 일을 해결하고 귀국(歸國)하자, 집으로 돌아와서는 즉시 동해(東海)가 보이는 마악산(馬岳山) 중턱에다, 거주(居住)하고 있는 집과 같은 집을 지어 놓았다고 한다.

왜냐하면 실제 해월(海月) 선생의 집은 정남향이라 바다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명(明)의 조정에서 조선(朝鮮)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황제(皇帝)를 농락(籠絡)했다며 트집을 잡을까 하여, 바다가 보이는 곳에 집을 지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집은 몇십년 뒤에 화재(火災)로 소실(燒失)되었는데, 그 집터가 지금은 밭으로 사용되고, 아직도 잔해가 간혹 나오고 있다고 후손(後孫)들은 이야기하고 있다.

1599(선조 32, 己亥)년 3월 18일(丁酉)일, 북경을 출발하여 귀국길에 올랐다.

 

4월 24(癸酉)일 압록강을 건너고, 4월 25(甲戌)일에 의주(義州)에 머물렀다. 윤 4월 기해(己亥)일에 복명(復命)했다.

이 때 중훈대부(中訓大夫)가 되어 5월에 고향으로 돌아가 부모님을 뵙고, 가을에는 도산간역소(陶山刊役所)의 감독(監督)직을 맡아 퇴계(退溪) 선생 문집(文集)을 처음 간행(刊行) 하였는데, 물자를 조달하며 이를 도왔다고 한다.

1601(선조 34, 辛丑)년, 선생의 나이 46세의 봄에 울진의 박곡(朴谷)을 얻어 박곡기(朴谷記)를 지었으며, 10월에는 예천군수를 제수 받았으며, 12월에 예천 임소에 갔다.

1602(선조 35, 壬寅)년 2월에 중직대부(中直大夫)가 되었으며, 여름에 안동(安東) 박곡(朴谷)을 얻어 정자(亭子)를 지었으며 후박곡기(後朴谷記)을 지었다.

6월 13일 부인(夫人) 김씨(金氏)가 임소에서 사망하자, 9월 13일 김씨 부인을 수곡(水谷) 동쪽 언덕에 장사지냈다.

 

1604(선조 37, 甲申)년, 봄에 완산이씨(完山李氏) 덕원군(德源郡) 도정(都正) 추(樞: 성종대왕의 4세손)의 여식(女息)과 혼인(婚姻)하였는데, 좌의정(左議政) 약포(藥圃) 정간공(鄭簡公), 탁(琢)의 외손녀(外孫女)이다.

1606(선조 39, 丙午)년에 금성현령(錦城縣令)을 제수 받았다. 또한 어모장군행룡양위부사과겸여고(禦侮將軍行龍驤衛副司果兼如故)를 제수 받았는데, 이때에 명(明)나라 군이 철병을 하기 위하여, 사신(使臣)의 상사(上使)로 한림편수(翰林編修) 주지번(朱之蕃)과 부사(副使)로는 급사(給事) 양유년(梁有年)이 천자(天子)의 조칙을 반포하였는데, 이때 조정에서는 시문(詩文)에 능한 관리를 뽑아서 사신(使臣) 일행(一行)을 접대하게 하였다.

이때 해월 선생은 이들과 함께 한강에 배를 띄우고 유람하며 시(詩)를 주고 받았는데 그 시(詩) 또한 해월선생문집(海月先生文集)에 기록되어 있다.

9월에는 영천(永川) 군수를 제수 받았다. 이때 영천 지방에서 날뛰던 도적떼들을 해월(海月)선생이 영천 군수로 부임한다는 소식을 듣고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1607((선조 40, 丁未)년 지산(芝山) 조호익(曺好益)과 선생의 장자인 중윤(中允)과 더불어 임고서원(臨皐書院)에서 포은(圃隱: 정몽주) 선생 문집의 교정을 보았는데, 임진왜란으로 인하여 흩어지고 타서 소실되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구본(舊本)과 서로 비교하여 빠진 부분을 보충하며 문집(文集)을 완성 시키려고 하였으나, 일개 읍(邑)의 힘으로는 일을 끝내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이때 경상감사(慶尙監司)인 유영순(柳永詢)에게 청하여 경주(慶州)와 더불어서 수개월에 걸쳐 문집(文集)을 완집(完集)하게 하였다.

또한 포은(圃隱) 선생의 연보(年譜)에 선생의 후손(後孫)이 숨겨 두었던 영정을 베껴서 그려 넣었다.

7월에는 임진왜란(壬辰倭亂) 때의 공(功)으로, 선무원종훈이등(宣武原從勳二等)의 녹(錄)을 받았다.

1608(선조 41, 甲申)년 9월 22일에 아버지가 사망하였으며, 10월 19일에 어머니가 사망하였다.

1612(광해 4, 壬子)년 창원부사(昌原府使)를 제수 받았다.

1613(광해 5, 癸丑)년 봄 관직을 그만두고 귀가(歸家)하여서는, 춘추(春秋)를 좋아하여 손수 연의(演義) 책 2권을 썼는데, 책의 이름은 인경연의(麟經演義)이다.

1615(광해 7, 乙卯)년에 동래(東萊)부사를 제수 받았다.

당시 동래(東萊)는, 임진왜란(壬辰倭亂)으로 인하여 왜적(倭敵)들의 소굴(巢窟)이 되어 백성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여러 고을이 피폐해져 있었다.

해월(海月) 선생은 먼저 백성(百姓)의 주거(住居)를 안정시키는 것을 급선무로 하였다.

거주하는 곳이 안정되지 않으면 백성(百姓)들이 마음이 안정되지 않아서 체통(體統)이 서지 않는다며, 전쟁에 불타 버린 곳을 깨끗이 씻어내고, 지붕을 잇게 하고, 처하는 일마다 태만히 하지 않고, 일을 처리하는데 엄숙(嚴肅)하고 의지(意志)가 굳으니, 왜인(倭人)들이 삼가 공경(恭敬)하고 복종(服從)하였다 한다.

또한 정치(政治)가 어지러운 세상이지만, 학교 세우는 일을 늦출 수 없다하여, 학문(學文)을 하는 선비를 찾아서 사대(使臺)라는 직함을 주어 훈도(訓導)의 소임을 맡기고, 정부(政府)의 재정을 축내지 않게 하기위해, 자신의 봉록(俸祿)으로 일을 시켜 목적하는 바를 이루었다.

1618(광해 10, 戊午)년 8월에 관직을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가 해월헌(海月軒)을 만귀헌(晩歸軒)이라고 고쳐 불렀다. 9월에는 통정대부(通政大夫) 공조참의(工曹參議)를 제수 받았다.

1619(광해 11, 己未)년에는 약포(藥圃) 정탁(鄭琢) 선생의 행장을 찬(撰)했다.

1620(광해 12, 庚申)년 가을에는 조정(朝廷)의 대신(大臣)들이 경상도 감사(嶺伯)로 추천했으나, 시(詩)를 써서 정중히 거절하였다.

1622((광해 14, 壬戌)년 4월 2일 병이 심해지자 부인 이씨에게 이르기를 죽는 것은 정해진 운명(運命)이 있는 것이라고 이르고는 자제들을 훈계하기를(敎訓) 집을 잘 돌보는 것이(保護門戶) 내가 깊이 기원하는 바이다(深祝) 라고 하고는 살아가기 위하여 하는 일(産業)과 죽은 뒤의 일(後事)에 대하여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고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家席) 편안히 운명하였으니, 이 때 선생의 나이 향년 67세였다. 이때 나라로부터

 

贈 嘉善大夫 吏曹參判兼同知 經筵 義禁府 春秋館 成均館事 弘文館 提學

증 가선대부 리조참판겸동지 경연 의금부 춘추관 성균관사 홍문관 제학

 

藝文館提學 世子左副賓客

예문관제학 세자좌부빈객 이라는 직함을 증직 받았다.

 

8월 13일 광해군이 서쪽 오태산(五台山)에 간좌지원(艮坐之原)으로 안장(安葬)하였다.

선생의 위패(位牌)는 명계서원(明溪書院)에, 중부(仲父)인 대해(大海) 선생과 함께 모셔져 제향(祭享)되고 있다.

1774(영조 50, 甲午)년에 문집(文集) 간행(刊行)을 시작하였고, 1776(영조, 52, 丙申)년 청명절(淸明節) 문집(文集) 7책 14권이 목판(木版)으로 완간(完 刊) 되었다.

책 서문(序文)을 보면, 영조(英祖) 50년인 1774(甲午)년 봄에 판각(板刻)을 시작하여 영조(英祖) 52년인 1776(丙申)년 봄 청명절(淸明節)에 목판(木版) 인쇄(印刷)를 끝냈다고 나와 있는 것이다.

해월(海月) 선생의 문집(文集) 서문(序文)은 이상정(李象靖, 1711<肅宗 37>~1781<정조 5>년) 선생이 쓰셨던 것이다.

이상정(李象靖) 선생은 본관이 한산(韓山)이고, 호(號)가 대산(大山) 자는 경문(景文)이며, 1735(英祖 11)년에 사마시와 대과에 급제하여 1739년에는 연원찰방(連原察訪)에 임명 되었으나, 관직을 버리고 고향에 돌아와 대산(大山) 서당을 짓고, 제자들의 교육과 학문연구에 힘썼다.

1753년에 연일 현감이 되었는데, 이때에 퇴도서절요(退陶書節要), 심동정도(心動靜圖), 이기휘편(理氣彙編), 경제잠집설(敬齊箴集說) 등 사상적(思想的) 기초를 정립한 저술(著述)을 남겼으며, 또한 사례상변통교(四禮常變通巧), 심무출입설(心無出入說), 주자어절요(朱子語節要.) 독성학집요(讀聖學緝要) 등 그 밖에도 많은 저술(著述)을 남겼다.

영남학파(嶺南學派)의 근원(根源)이 되는 이황(李滉) 선생의 사상(思想)을 계승하고 전승하는 입장에서 사상적(思想的) 터전을 마련한 분이다.

그는 정조(正祖)가 왕위에 오른 뒤 병조참지, 예조참의 등에 발탁 되었으나 부임하지 않았으며, 고종(高宗)때 이조판서로 추증이 되었다.

 

해월(海月) 선생의 문집(文集)은 전체가 7책 14권으로 되어 있으며,

1~4권 까지는 시(詩)이고,

5권은, 부(符)와 대책(對策)과 논(論)이며,

6권은, 서(書)

7권은, 소(疏), 장계(狀啓), 교(敎), 전(箋), 표(表), 송(頌), 기(記), 서(序), 발(跋).

8권은, 잡저(雜著), 제문(祭文).

9권은, 은사시(銀槎詩).

10~12권은, 은사일록(銀槎日錄)

13권은 전(傳), 묘지(墓誌), 행장(行狀).

14권은, 부록(附錄)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해월(海月) 선생 문집(文集)의 발문(跋文)을 쓴 이세택(李世澤, 1716<肅宗 42>년~1777<正租 1>년) 선생은 조선 후기의 문신(文臣)으로 본관은 진성(眞城)이며, 자는 맹윤(孟潤) 호는 조은(釣隱)이며 예안 출신으로 퇴계(退溪) 이황(李滉) 선생의 8대손이다.

1753(영조 29)년에 정시문과 2등으로 급제 하였으며, 1762년에 우부승지에 오르고, 이듬해 대사간이 되었으나, 신임사화의 죄인인 이광사(李匡師)를 정계(停啓)하지 않았다 하여 삼사(三司) 모두가 유배(流配)를 당하였다.

도승지 홍명한(洪名漢)과 병조판서 이지억(李之億) 등이 임금의 뜻에 따라 정계(停啓)에 응할 것을 권(勸)하였으나, 끝내 응하지 않았다. 그의 성격이 대쪽 같은 곧은 품성(品性)을 지닌 분으로 전해졌다.

정조(正祖)가 즉위하자 대사헌(大司憲)이 되었으며, 또한 찬집당상이 되었다.

또한 해월(海月) 선생의 신도비문(神道碑文)을 쓰신 분은 이유원(李裕元) 선생인데, 이항복(李恒福) 선생의 후손(後孫)인 것이다.

 

이유원(李裕元, 1814<純祖 14>년~1888<高宗 25>)년 선생은 조선 말기의 문신(文臣)이며, 본관은 경주(慶州), 자는 경춘(京春) 호는 귤산(橘山) 묵농(黙農)이다.

1841(憲宗 7)년 정시문과에 급제하여 예문관 검열, 규장각 대교를 거쳐, 의주 부윤, 함경도 관찰사를 지내고, 고종(高宗) 초에 좌의정(左議政)에 올랐으나, 흥선대원군(興宣大院君)과의 반목으로 1865(高宗 2)년 수원 유수로 좌천되었다.

그러나 그해 말 영중추부사(領中樞府事)로 전임되고, 1873년 흥선대원군(興宣大院君)이 실각하자 영의정(領議政)이 되었고, 영주추부사(領中樞府事)로 서임되었다.

또한 학문(學問)에 능하여 임하필기(林下筆記), 가오고략(嘉梧藁略), 귤산문고를 남겼으며, 예서에도 능하였다.

 

해월(海月) 선생은 국가에 큰 공(大功)을 세우고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는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일인자(一人者)로 일컬어졌던 당대(唐代) 한유(韓愈)의 여우양양서(與于襄陽書)에 나오는 다음 구절들을 보면 그 이유(理由)를 잘 대변(代辯)해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士之能享大名顯堂世者  莫不有先達之士負天下之望者爲之前焉

사지능향대명현당세자   막불유선달지사부천하지망자위지전언

 

士之能垂休光   照後世者  亦莫不有後進之士負天下之望者爲之後焉

사지능수휴광  조후세자   역막불유후진지사부천하지망자위지후언

 

莫爲之前 雖美而不彰 莫爲之後 雖盛而不傳』

막위지전 수미이불창 막위지후 수성이불전

 

선비(士)로서 명성(名聲)을 올려 그 시대(時代)에 유명하게 되는 자는 그 사람보다 선배(先輩)로서 천하(天下)의 인망(人望)을 갖고 있는 자가 앞서서 추천(推薦)하지 않은 일은 없고, 또 선비(士)로서 뛰어난 공적(功績)을 남겨 후세(後世)까지 명성(名聲)을 나타내는 자는, 그 사람의

후배(後輩)로서 천하(天下)의 인망(人望)을 얻고 있는 자가 뒤에서 이를 밀어 세우지 않는 자가 없다.

앞서서 추천(推薦)하지 않으면 후배(後輩)는 아무리 아름다운 재주와 덕(德)을 지니고 있어도 세상에 나타날 수가 없고, 뒤에서 이를 밀어 세우지 않으면 선배(先輩)의 사업이 아무리 성대(盛大)해도 후셍(後世)에 전해지지 않는다(不傳)

 

 

 

다른분을 평가 한다는 것이 훌륭한 덕목이 없으면 불가능하며, 자료를 찾다보니

황여일공이 너무나 훌륭한 분이라는것을 느끼게 된 것이 큰 보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황여일公-낙하동주계축서후발|작성자 줄기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