鵝溪(아계) 李山海(이산해)
內翰黃君(내한황군)。搆小堂(구소당) 於馬嶽之下(어마악지하)。名其軒(명기헌) 曰海月(왈해월)。
내한(內翰) 황군(黃君)이 마악(馬嶽) 아래 작은 집을 짓고 헌(軒)을 이름하여 해월(海月)이라 하고는,
請余爲之記(청여위지기)。
나에게 기(記)를 지어주기를 청했다.
余曰(여왈)。
이에 내가 말하기를,
天下之物(천하지물)。其能不喪本體者鮮矣(기능불상본체자선의)。
천하 만물 중 능히 본체를 잃지 않는 것이 드무니,
莫剛於鐵(막강어철)。而冶之則(이야지즉) 圓方長短(원방장단)。隨手成質(수수성질)。
쇠보다 강한 것이 없지만 녹이면 둥글거나 모난 것과 길거나 짧은 것을 손길 가는 대로 이룰 수 있고,
莫堅於石(막견어석)。而碎之則(이쇄지즉) 爲沙爲屑(위사위설)。糜爛飄散(미란표산)。
돌보다 굳은 것이 없지만 부수면 모래도 되고 가루도 되어 문드러진 채 바람에 흩날려 버리고 만다.
巖巒峯嶂之高(암만봉장지고)。 而崩頹者有之(이붕퇴자유지)。
뿐만 아니라 높은 바위산과 묏부리도 무너져 내릴 때가 있고
江河淮泗之深(강하회사지심)。而潰裂者有之(이궤열자유지)。
깊은 하천과 강물도 터져 쏟아질 때가 있다.
獨海之爲物則(독해지위물즉) 百川奔納而不溢(백천분납이불일)。
그러나 유독 바다란 것만은 온갖 시내를 다 받아들이고도 넘치지 않고
尾閭呑吸而不縮(미려탄흡이불축)。
미려(尾閭)가 끊임없이 물을 삼키는데도 줄어들지 않으며,
[주]미려(尾閭) : 바닷물이 빠져나간다는 구멍.
《장자(莊子)》 추수(秋水)에 “천하의 물중에 바다보다 큰 것이 없으니,
모든 시내가 몰려드는 것이 어느 때나 그칠지 모르지만 물이 차지 않고,
미려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어느 때나 끝날지 모르지만 물이 줄지 않는다.” 하였다.
風濤雪浪(풍도설랑)。逆走橫馳(역주횡치)。蛟龍鯨鰐(교룡경악)。噴薄出沒(분박출몰)。
눈처럼 흰 풍랑이 이리저리 미친 듯이 치달리고, 교룡과 고래, 악어 등이 물기둥을 내뿜으며 출몰하여도,
而未嘗有潰决之患(이미상유궤결지환)。
결코 터지거나 깨어질 근심이 없다.
月之在空(월지재공)。浮雲揜翳(부운엄예)。淸光素彩(청광소채)。 人不得以見之(인부득이견지)。
그리고 달이 허공에 걸려 있음에 구름이 가리면 맑고 깨끗한 광채를 사람들이 볼 수 없지만,
雲散仰之則(운산앙지즉) 其明猶舊(기명유구)。
구름이 걷힌 다음 우러러보면 그 밝은 빛은 여전하며,
至於盈虧之常(지어영휴지상)。薄蝕之變(박식지변)。自有天地以來(자유천지이래)。不知其幾(부지기기)。
차고 이우는 상사(常事)와 가리우고 먹히는 변고가 천지가 있은 이래로 얼마나 많이 있어 왔는지 모를 지경이지만
而圓輪素魄(이원륜소백)。愈久而愈新(유구이유신)。
그 둥근 바퀴와 하얀 달빛은 오랠수록 더욱 새로우니,
君子之所取者(군자지소취자)。其不在於是歟(기부재어시여)。
군자가 달에서 취하는 점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人心之虛靈(인심지허령)。隨物易遷(수물이천)。
사람의 마음이 허령(虛靈)하여 외물(外物)에 따라 쉽게 옮겨가니,
而聲色臭味之鑠于中(이성색취미지삭우중) 紛華名利之誘於外(분화명리지유어외)。
성색(聲色)과 취미(臭味)가 안에서 침식하고 분화(紛華)와 명리(名利)가 밖에서 유혹하면,
頃刻之間(경각지간)。怳惚萬變(황홀만변)。
잠깐 사이에 황홀히 만 가지로 변하곤 한다.
苟或操之不篤(구혹조지부독)。守之不密則(수지불밀즉)
따라서 만약 이 마음을 붙잡음이 독실하지 못하고 지킴이 긴밀하지 못하면,
如狂瀾悍馬之奔突(여광란한마지분돌) 而難保其不喪矣(이난보기불상의)。
마치 미친 물결과 사나운 말이 치닫는 것과 같아, 상실하지 않는다고 보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是以君子之存心也(시이군자지존심야)。必提掇整頓(필제철정돈)。
이런 까닭에 군자가 마음을 보존함에는, 반드시 꾸준히 진작(振作)하고 정돈(整頓)하며
收歛涵養(수렴함양)。
수렴(收斂)하고 함양(涵養)하여,
使外物之紛挐侵擾者(사외물지분나침요자)。自然屏伏退聽而不敢犯(자연병복퇴청이불감범)。
번잡하게 침노하는 외물로 하여금 자연히 고개를 숙이고 물러나 감히 덤벼들지 못하게 한다.
然後方寸之地(연후방촌지지)。瑩澈明白(영철명백)。
그렇게 한 뒤에야 이 방촌(方寸)의 심지(心地)가 밝고 환하여
如雲過太虛而無跡也(여운과태허이무적야)。如塵掃鏡面而無累也(여진소경면이무누야)。
마치 구름이 지나간 태허에 자취가 없고, 먼지를 쓸고 난 거울에 티끌이 없는 것과 같이 된다.
抑人之處世也(억인지처세야)。事應無窮(사응무궁)。
그런데 사람이 이 세상에 살아감에는 응사(應事)가 무궁하고
酬酢多端(수작다단)。醉夢未覺(취몽미각) 膏火相煎(고화상전)。
수작(酬酌)이 다단하여 취한 꿈을 미처 깨기도 전에 오장의 고화(膏火)가 들볶아댄다.
得喪榮悴之紛紜(득상영췌지분운)。悲歡憂樂之不一(비환우락지불일)。
게다가 득실과 영고(榮枯)가 어지러이 많고 희비와 우락(憂樂)이 한둘이 아니라,
而雲雨飜覆於朝暮(이운우번복어조모)。風波或起於俄頃則(풍파혹기어아경즉)
운우(雲雨)가 아침저녁으로 뒤집히고 풍파가 잠깐 사이에 일어나곤 하니,
浮沈狼狽之餘(부침낭패지여)。或不免顚倒錯謬(혹불면전도착류) 而失其本心者多矣(이실기본심자다의)。
이러한 가운데 부침하고 낭패를 당한 나머지 혹 전도착란하여 본심을 잃는 사람이 많다.
惟君子則不然(유군자즉불연)。混混於流俗之中(흔흔어류속지중) 而志益潔(이지익결)。
그러나 오직 군자는 그렇지 않아 혼탁한 시속(時俗) 가운데 섞이어도 심지(心志)는 더욱 고결하고
蒼黃於患難之際(창황어환난지제) 而操益確(이조익확)。
급박한 환난의 즈음에 처해서도 지조는 더욱 확고하여,
不淫於富貴(불음어부귀)。不移於貧賤(불이어빈천)。
부귀에도 흔들리지 않고 빈천에도 옮겨지지 않으며
不屈於威武(불굴어위무)。如海之波飜濤蹴(여해지파번도축) 而未見其盈縮(이미견기영축)。
위무(威武)에도 굽히지 않는 것이 마치 바다가 그렇게 뒤집히는 거센 파도에도 차거나 준 적이 없고
如月之有圓有虧(여월지유원유휴) 而終不缺其本體也(이종불결기본체야)。
달이 저렇게 차고 이울면서도 끝내 본체에는 결손(缺損)이 없는 것과 같다.
然則衆人之心(연즉중인지심)。卽江河巖巒金石之類也(즉강하암만금석지류야)。
그렇다면 중인(衆人)들의 마음이란, 곧 저 강과 하천, 바위산과 묏부리, 쇠와 돌 따위와 같은 것이며,
君子之心(군자지심)。卽海月之廣大高明而不變也(즉해월지광대고명이불변야)
군자의 마음은, 바로 광대하고 고명(高明)하여 길이 변치 않는 바다와 달인 것이다.
今子旣以是名軒(금자기이시명헌)。其有得於存心者乎(기유득어존심자호)。
지금 그대가 이로써 헌(軒)의 이름을 삼았으니, 마음을 보존하는 도리를 얻음이 있는 것인가?
抑不變於流俗之中者乎(억불변어류속지중자호)。
아니면 시속 가운데서도 변치 않는 것인가?
抑深懼其衆人之歸(억심구기중인지귀)。而自勉於君子之學者乎(이자면어군자지학자호)。
아니면 범속한 중인이 되고 말까 깊이 두려워하여 군자의 학문에 스스로 힘쓰는 것인가?
吾想(오상) 夫凉秋夜靜(부량추야정)。萬籟俱息(만뢰구식)。
내가 상상하건대, 서늘한 가을 고요한 밤, 만뢰(萬籟)가 모두 잠들 즈음
靑銅如拭(청동여식)。玉輪當空(옥륜당공)。
바다가 잘 닦은 청동거울 같고, 옥 바퀴의 달이 허공에 떠 있을 때,
憑軒而俯仰則(빙헌이부앙즉) 天地四方(천지사방)。灑落澄明(쇄락징명)。
헌(軒)에 기대어 굽어보고 우러러보면, 천지사방은 씻은 듯이 맑고 환하여
無一點査滓(무일점사재) 或滯於其間(혹체어기간)。
그 사이에 한 점 찌꺼기도 끼어 있지 않아,
蒼然之色(창연지색)。皎然之彩(교연지채)。盡入於方寸中(진입어방촌중)。
그 창연(蒼然)히 푸른빛과 교교히 밝은 빛이 모두 나의 가슴 속에 들어올 터이니,
其所取於海月者(기소취어해월자)。不旣大乎(불기대호)。
바다와 달[海月]에서 뜻을 취함이 매우 크지 않겠는가.”
黃君曰(황군왈)。
하니, 황군이 대답하기를,
善軒之記(선헌지기) 至此盡矣(지차진의)。
“좋습니다. 헌(軒)의 기(記)는 여기서 더할 나위 없습니다.”
遂書以歸之(수서이귀지)。
하기에, 드디어 書(서) 써서 그에게 주었다.
月日記(월일기)
모월 모일에 기를 쓰노라.
해월헌에 걸려있는 아계(鵝溪)이산해(李山海)선생의 현판 해월헌기(海月軒記)
아계 이산해 선생이 조선조 당시 기성에서 유배생활 중 해월 황여일 선생과 교류하면서 남긴 해월헌기(海月軒記)
아계공의 친필 海月軒記 (국학진흥원보관)
鵝溪(아계) 李山海(이산해)
內翰黃君。搆小堂 於馬嶽之下。名其軒 曰海月。
請余爲之記。
余曰。
天下之物。其能不喪本體者鮮矣。
莫剛於鐵。而冶之則 圓方長短。隨手成質。
莫堅於石。而碎之則 爲沙爲屑。糜爛飄散。
巖巒峯嶂之高。而崩頹者有之。
江河淮泗之深。而潰裂者有之。
獨海之爲物則 百川奔納而不溢。
尾閭呑吸而不縮。
風濤雪浪。逆走橫馳。蛟龍鯨鰐。噴薄出沒。
而未嘗有潰决之患。
月之在空。浮雲揜翳。淸光素彩。人不得以見之。
雲散仰之則 其明猶舊。
至於盈虧之常。薄蝕之變。自有天地以來。不知其幾。
而圓輪素魄。愈久而愈新。
君子之所取者。其不在於是歟。
人心之虛靈。隨物易遷。
而聲色臭味之鑠于中 紛華名利之誘於外。
頃刻之間。怳惚萬變。
苟或操之不篤。守之不密則
如狂瀾悍馬之奔突。而難保其不喪矣。
是以君子之存心也。必提掇整頓。
收歛涵養。
使外物之紛挐侵擾者。自然屏伏退聽而不敢犯。
然後方寸之地。瑩澈明白。
如雲過太虛而無跡也。如塵掃鏡面而無累也。
抑人之處世也。事應無窮。
酬酢多端。醉夢未覺。膏火相煎。
得喪榮悴之紛紜。悲歡憂樂之不一
而雲雨飜覆於朝暮。風波或起於俄頃則
浮沈狼狽之餘。或不免顚倒錯謬 而失其本心者多矣。
惟君子則不然。混混於流俗之中 而志益潔。
蒼黃於患難之際 而操益確。
不淫於富貴。不移於貧賤。
不屈於威武。如海之波飜濤蹴。而未見其盈縮。
如月之有圓有虧。而終不缺其本體也。
然則衆人之心。卽江河巖巒金石之類也 。
君子之心。卽海月之廣大高明而不變也。
今子旣以是名軒。其有得於存心者乎。
抑不變於流俗之中者乎。
抑深懼其衆人之歸。而自勉於君子之學者乎。
吾想 夫凉秋夜靜。萬籟俱息。
靑銅如拭。玉輪當空。
憑軒而俯仰則 天地四方。灑落澄明。
無一點査滓 或滯於其間。
蒼然之色。皎然之彩。盡入於方寸中。
其所取於海月者。不旣大乎。
黃君曰。
善軒之記 至此盡矣。
遂書以歸之。
月日記。
1세 (1539 기해년) 음력 윤7월 20일 오시 출생
20세 (1558 무오년) 진사
22세 (1560 경신년) 성균관의 제술에서 1등
23세 (1561 신유년) 식년문과 병과로 급제
25세 (1563 계해년) 12월 사가독서
33세 (1571 신미년) 승지로 부임 당시 부친의 병세 악화로 남산 밑을 요양처로 삼고 모심
37세 (1575 을해년) 부친상. 3년상 치룸.
39세 (1577 정축년) 한음 이덕형을 둘째 사위로 맞이함.
40세 (1579 무인년) 작은아버지 토정 이지함 사망
43세 (1581 신사년) 모친상
50세 (1588 무자년) 우의정. 북인의 영수로 활약
51세 (1589 기축년) 정여립의 난. 기축옥사 시작. 곤욕을 겪음.
52세 (1590 경인년) 54세까지 영의정
53세 (1591 신묘년) 기축옥사에서 동인을 숙청한 좌의정 정철을 계략으로 유배 보냄.
54세 (1592 임진년) 임진왜란 발발. 선조를 모시고 피난길에 오름
55세 (1593 계사년) 서울을 떠난 죄를 이산해에게 물어 2년간 강원도 유배
57세 (1595 을축년) 해배
61세 (1599 기해년) 영의정
64세 (1602 임인년) 영의정
70세 (1608 무신년) 선조 사망. 소북의 음모를 차단하고 옥쇄를 광해군에게 넘겨줌
71세 (1609 기유년) 봄 둘째 손자 이구의 사망으로 상심이 큼. 같은 해 음력 8월 23일 사망
토정 이지함이 이산해 선생의 작은아버지입니다.
이산해 선생의 아버지 이지번은 아이를 산해관에서 잉태하는 태몽을 꾸어서 아들 이름을 이산해로 지었다고 하고이산해가 태어나서 하는 첫울음을 들은 이지함이 그가 가문을 이끌 후손이라고 하였다 합니다.
6세 때부터 글을 쓰고 이지함이 태극도를 가르치니 바로 천지음양의 이치를 깨달았다고 하는 천재입니다.
소년기에 대과 응시 자격을 얻었으나 과거시험은 뒤로 미루고 이지함으로부터 계속 수학하게 됩니다.
이산해는 조선조 당시 북인의 영수이자, 좌의정, 우의정, 영의정을 지낸 정치가이자 문장에 특히 능해
선조때 문장팔가(文章八家)의 한 사람으로 칭송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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