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대순전경 제 4 장 천지공사

■ 대순전경 (大巡典經)

by 雪中梅 2020. 7. 15. 06:49

본문

 

제 4 장 천지공사

 

◎ 신축(辛丑)년 칠월로부터 본댁에 머무르시며 쉬임없이 천지공사를 행하셨으나 참관한 사람이

없으므로 전하지 못하였나니라

 

1 임인(壬寅)년 사월에 천사 김형렬(金亨烈)의 집에 머무르사 형렬에게 일러 가라사대 시속(時俗)에 어린 아해에게 개벽쟁이라고 희롱하나니 이는 개벽장(開闢長)이 날 것을 이름이라 내가 삼계(三界)대권(大權)을 주재(主宰)하여 천지를 개벽하며 무궁한 선경의 운수를 정하고 조화정부를 열어 재겁(災劫)에 싸인 신명(神明)과 민중(民衆)을 건지려 하니 너는 마음을 순결히 하여 공정(公庭)에 수종(隨從)하라 하시고 날마다 명부공사(冥府公事)를 행하시며 가라사대 명부공사의 심리(審理)를 따라서 세상의 모든 일에 결정되나니 명부의 혼란으로 인하여 세계도 또한 혼란하게 되느니라 하시고 전명숙으로 조선(朝鮮)명부 김일부로 청국(淸國)명부 최수운으로 일본(日本)명부를 각기 주장케 한다 하시며 날마다 글을 써서 불사르니라

 

2 형렬의 집의 가난하여 보리밥으로 천사께 공양(供養)하더니 추석을 당하여 할 수 없이 솥을 팔아서 반찬을 장만하려하는지라 천사 가라사대 솥이 들석임은 미륵불이 출세함이로다 하시고 형렬로 하여금 쇠꼬리 한 개를 구해들여 불을 피우고 두어번 둘러낸 뒤에 형렬을 명하사 해를 보라 하시니 형렬이 우러러 봄에 햇머리가 둘려 있는지라 천사 가라사대 이제 천하대세가 큰 종기(腫氣)를 앓음과 같으니 내가 그 종기를 파(破)하였노라 하시니라

 

3 계묘년 봄에 형렬과 모든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옛적에는 동서양 교통이 없었으므로 신명도 또한 서로 넘나들지 못하였더니 이제는 기차와 윤선(輪船)으로 수출입하는 화물(貨物)의 표호(標號)를 따라서 서로 통하여 다니므로 조선 신명을 서양으로 건너 보내어 역사(役事)를 시키려 하노니 재주(財主)를 얻어서 길을 틔워야 할지라 재주를 천거(薦擧)하라 김병욱이 전주(全州) 부호(富戶) 백남신(白南信)을 천거하거늘 천사 남신에게 물어 가라사대 가진 재산이 얼마나 되느뇨 대(對)하여 가로대 삼십만냥은 되나이다 가라사대 이십만냥으로써 그대의 생활을 넉넉히 되느뇨 대하여 가로대 그러하오이다 가라사대 이제 쓸 곳이 있으니 돈 십만냥을 들이겠느냐 남신이 한찬 생각하다가 드디어 허락하거늘 이에 열흘로 한정하여 증서를 받아서 병욱에게 맡기셨더니 기한이 이름에 남신이 돈을 준비하여 각지(刻紙)로 열 두장을 올린데 천사 글을 많이 써서 공사를 행하시고 또 병욱에게 맡겼던 증서를 불사르신 뒤에 각지는 도로 돌려주시며 가라사대 돈은 이미 요긴히 써서 천지공사를 잘 보았으니 다행하도다 하시니 남신은 현금으로 쓰지 아니하심을 미안히 여기고 다시 여쭈어 가로대 현물(現物) 시세(時勢)를 보아서 무역(貿易)하여 이익을 냄이 어떠하니이까 가라사대 그는 모리(謀利)하는 일이니 불가(不可)하니라 하시고 또 가라사대 남신의 일이 용두사미(龍頭蛇尾)와 같도다 하시니라

 

4 이 때에 천사 여러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이 지방을 지키는 모든 신명을 서양으로 건너 보내어 큰 난리를 일으키리니 이 뒤로는 외인(外人)들이 주인없는 빈집 드나들 듯 하리라 그러나 그 신명들이 일을 다 마치고 돌아오면 제집 일은 제가 다시 주장(主張)하리라

 

5 이해 여름에 병욱이 관찰사의 심부름으로 남원에 가서 오랫동안 두류(逗留)하면서 세금을 감독하여 받으니라 이 때에 조정에서는 러시아와 결탁하여 일본을 억제하려 할 때 일본에 망명한 박영효 일파를 친일파로 지목하여 그 당파를 크게 찾아 죽이니 병욱이 또한 연루(連累)된지라 시월에 서울로 부터 다수(多數)한 순검들이 전주에 이르러 병욱을 찾다가 남원에 있는줄 알고 그 길로 곧 남원으로 향하니라

 

6 이 때에 천사 남원에 이르사 병욱을 찾아서 받은 세금은 주인에게 맡기게 하시고 곧 병욱을 데리고 성밖으로 나가시니 병욱은 그 까닭을 모르더라 십여리를 가사 병욱의 선산(先山) 재실(齋室)에 들어가사 산직(山直)을 명하여 남원에 가서 형편을 살펴오라 하시니 산직이 곧 남원에 갔다와서 다수한 경(京) 순검대(巡檢隊)가 이르러 병욱을 찾아 경상(景狀)을 아뢰니 병욱이 비로소 크게 두려워 하더라

 

7 이튿날 교자(轎子)를 준비하여 내교(內轎)로 변장한 후 병욱을 태우고 전주로 돌아오사 서원규의 약방으로 들어가시니 원규 병욱을 보고 크게 놀래어 가로대 그대가 어찌하여 죽을 땅을 벗어났으며 또 어찌 이러한 위지(危地)로 들어 왔느뇨 너무 급한 일이므로 통지(通知)할 겨를이 없어 그대의 집안에서는 어찌 할 줄을 모르고 다만 울음으로 지낼 따름이니라 하거늘 병욱이 그 자세한 경과(經過)를 들으니 순검대가 전주를 떠나서 남원에 이를 때와 자기가 천사를 따라서 남원을 벗어날 때가 겨우 한 두 시간쯤 틀리는지라 병욱이 탄식하여 가로대 선생은 진실로 천신(天神)이시라 만일 선생의 구원이 아니었더면 어찌 죽을 땅을 벗어났으리오 하니라

 

8 순검대가 남원에 이르러 병욱을 찾지 못하고 전주로 돌아와서 크게 찾는지라 원규의 약방이 큰 길거리에 있으므로 병욱이 조용치 못함을 근심하거늘 천사 일러 가라사대 모든 것을 내게 믿고 근심을 풀어버리라 내가 장차 너의 환난(患難)을 끌러주리라 하시니라 이로부터 병욱이 원규의 약방에 오랫동안 머물며 밤에는 천사 끊임없이 병욱을 데리고 거리에 나다니며 소풍(逍風)하시되 한번도 아는 사람의 눈에 띄이지 아니하였더라

 

9 천사 병욱에게 일러 가라사대 내가 너의 화액(禍厄)을 끌으기 위하여 일로(日露)전쟁을 붙여 일본을 도와서 러시아를 물리치리라 하시니 종도들이 그 말씀을 믿지 아니하고 서로 이르되 한 사람의 액을 끌으기 위하여 두 나라의 전쟁을 붙인다 함도 망령이어니와 약소한 일본을 도와서 천하 막강한 러시아를 물리친다 함은 더욱 황탄(荒誕)한 말이라 하더니 섣달에 일로전쟁이 일어나서 일본군사가 승세를 타서 국경을 지나가니 이에 국금(國禁)이 해이(解弛)하여지고 박영효의 혐의(嫌疑)가 드디어 풀리니라

 

10 이 때에 천사 병욱에게 물어 가라사대 일본과 러시아가 국가의 허약함을 타서 서로 세력을 다투는데 조정에는 당파가 나뉘어 혹은 일본을 친선하려 하며 혹은 러시아를 결탁하려 하니 너는 어떤 주의(主義)를 옳게 여기는 병욱이 대하여 가로대 인종의 차별과 동서양의 구별로 하여 일본을 친선하고 러시아를 멀리함이 옳다 하나이다 천사 가라사대 네 말이 옳으니라 이제 만일 서양 사람의 세력을 물리치고 동양을 붙잡음이 옳으니 이제 일본사람을 천지에 큰 일꾼으로 내 세우리라 하시고 이에 천지대신문(天地大神門)을 열고 날마다 공사를 행하사 사십구일을 한 도수로 하여 동남풍(東南風)을 불리시더니 미처 기한(期限)에 수일이 차지 못하였는데 한사람이 와서 병 고쳐주기를 애걸하는지라 천사 공사에 전심(傳心)하사 미처 대답하지 못하시니 그 사람이 드디어 한(恨)을 머금고 돌아거더니 문득 동남풍이 그치거늘 천사 그제야 깨달으시고 급히 그 병인(病人)에게 사람을 보내어 공사의 전심으로 인하여 미쳐 대답치 못한 사실을 말하여 써 안심하게 하시고 곧 병을 고쳐 주시며 가라사대 한 사람이 원한을 품음에 능히 천지 기운을 막는다 하시니라 그 뒤로 러시아가 해륙(海陸)으로 연(連)하야 패하니라

 

11 동학신도가 갑오년에 참패를 당한 뒤로 감히 나타나지 못하고 잠세력(潛勢力)을 지켜오다가 일로(日露)전쟁의 기회를 타서 일본의 후원을 받아 일진회(一進會)를 조직하니 사방이 향응(響應)하여 그 세력이 날로 왕성함에 백성들은 갑오년에 난폭하던 행동을 기억하여 두려운 마음을 품은지라 천사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저들의 이번 운동에는 각기 제 재산을 쓰게 할 것이오 갑오년과 같이 백성에게 폐를 끼치지 못하게 하리니 내가 솔선하여 모범을 지어야 하리라 하시고 갑진년 칠월에 본댁 살림과 약간의 전답을 팔으사 전주부에 이르러 모든 걸인에게 나누어 주시더니 과연 일진회원이 마침내 제 재산을 탕패(蕩敗)하거늘 가라사대 저희들이 나를 본받으니 살려줌이 옳으니라 하시고 갓을 벗고 삿갓을 쓰시며 옷은 안이 검고 밖이 희게하사 가라사대 저희들이 검은 옷을 입으니 나도 검은 옷을 입노라 또 하늘을 가르켜 가라사대 저 구름이 속은 검고 겉은 흼이 곧 나를 본받음이니라

 

12 갑진년 구월에 함열 회선동 김보경의 집에 계실 새 보경을 명하사 유(儒), 불(佛), 선(仙), 삼자(三字)를 쓰라 하신 뒤에 종도들에게 뜻 가는 대로 한 자씩 짚으라 하시니 보경은 불자를 짚고 또 한사람은 유자를 짚거늘 가라사대 유는 부유(腐儒)니라 하시니라

 

13 구릿골에 계실 새 하루는 황응종이 와서 뵈옵고 부인에 관한 친명을 전하거늘 천사께서 형렬, 자현, 보경, 공숙등 여러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가정사는 친명대로 처리하노니 너희들이 증인을 설지니라 하시고 또 가라사대 공사에는 수부(首婦)가 있어야 하나니 수부를 천거하라 하시니 형렬이 둘째딸로 하여금 수종들게 하니라

 

14 을사년 봄에 불가지에 계실 때 유, 불, 선 석자를 써놓으시고 각기 뜻 가는 대로 한 자씩 짚으라 하시거늘 김석이 불자를 짚으려 하더니 때마침 불목간 이가 와서 무슨일을 하는지 묻거늘 종도들이 그 방자(放恣)함을 꾸짖어 쫓으니 천사 가라사대 그도 또한 인생이라 어찌 쫓느뇨 하시고 일러 가라사대 우리가 교를 세우려하여 무슨 교가 좋을지 의논중이니 너도 이 석자중에서 한자를 짚으라 그 아이가 유자를 짚거늘 가라사대 이 일로 인하여 후일에 너희들이 유로써 폐해를 당하게 되리라 하시니라

 

15 칠월에 종도들을 데리고 익산 주산 부근 만성리 정춘심의 집에 이르사 중옷 한 벌을 지어서 벽에 걸고 사명당(四明堂)을 외우시며 산하대운(山河大運)을 돌리고 또 남조선 배 도수를 돌린다 하사 이렛 동안을 방에 불을 때지 아니하시고 춘심을 명하사 소머리 한 개를 삶아서 문앞에 놓은 뒤에 배질을 하여 보리라 하시고 정성백을 명하사 중옷을 부엌에 불사르시니 문득 뇌성이 고동소리와 같이 나며 석탄 연기가 코를 찌르며 온 집안 도량이 큰 풍랑에 흔들리는 뱃속과 같아서 온 집안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혼도(昏倒)하여 혹 토하기도 하고 혹 정신을 잃으니 이때에 참석한 사람은 소진섭, 김덕유, 김광찬, 김형렬, 김갑칠, 정춘심, 정성백과 및 그 가족들이라 김덕유는 문밖에서 꺼꾸러지고 춘심의 가권(家眷)들은 각기 그 침실이나 행기(行起)하는 곳에서 혼도하고 갑칠은 인사불성(人事不省)이 되어 숨을 통하지 못하거늘 천사 청수(淸水)를 갑칠의 입에 흘려넣으시며 부르니 곧 일어나는지라 차례로 청수를 얼굴에 뿌리기도 하고 혹 먹이기도 하시니 모두 정신을 회복하더라 천사 가라사대 역사(役事)를 하느라고 애를 섰으니 밥이나 제때에 먹어야 하리라 하시고 글을 써서 갑칠을 주어 부엌에 사르라 하시거늘 갑칠이 부엌에 이르니 성백의 아내가 부엌에 혼도하였더니라 갑칠이 급히 글을 사르니 곧 회생하여 밥을 지어 올리는지라 천사 밥을 많이 비벼 한 그릇에게 여러사람이 함께 먹게 하시며 가라사대 이것이 곧 불사약(不死藥)이니라 모든 사람이 그 밥을 먹은 뒤에 정신이 맑아지고 기운이 완전히 회복되니라 김덕유는 폐병으로 중기에 이르렀던 바 이로부터 완전히 나으니라 천사 가라사대 이렇게 허약한 무리들이 일을 재촉하느냐 육정(六丁) 육갑(六甲)을 쓸어들일 때에는 살아날 자가 적으리로다 하시니라

 

16 병오년 이월에 큰 공사를 행하시려고 서울로 떠나실 때 가라사대 전함(戰艦)을 순창으로 돌려대리니 형렬은 지방을 잘 지키라 하시고 여러 종도를 명하사 각기 소원을 기록하라 하사 그 종이로 안경(眼鏡)을 싸 넣으신 뒤에 정남기, 정성백, 김갑칠, 김광찬, 김병선을 데리고 군산으로 가서 윤선(輪船)을 타기로 하시고 신원일과 그 외 네사람은 대전으로 가서 기차를 타라고 명하시며 가라사대 이는 수륙병진(水陸竝進)이니라 또 원일에게 명하사 가라사대 너는 먼저 서울에 들어가서 「천자부해상(天子浮海上)」이라 써서 남대문에 붙이라 원일이 명을 받고 일행을 거느리고 대전으로 떠나니라

 

17 천사 일행을 거느리고 군산으로 떠나실 때 병선을 명하사 「영세화장건곤위(永世花長乾坤位) 대방일명간태궁(大方日明艮兌宮)」을 외우라 하시고 군산에 이르사 종도들에게 물어 가라사대 바람을 걷고 감이 옳으냐 놓고 감이 옳으냐 광찬이 대하야 가로대 놓고 감이 옳으니이다 이에 종도들로 하여금 오매(烏梅) 다섯 개씩 준비하라 하시고 배에 오르시니 바람이 크게 일어나고 배가 심히 흔들려서 모두 멀미를 하거늘 각기 오매를 입에 물어 안정케 하시고 이날 밤에 갑칠을 명하사 각 사람의 소원을 기록한 종이로 싼 안경을 북방으로 향하여 바닷물에 던지라 하시니 갑칠이 간판 위에 올라가서 방향을 분별치 못하여 머뭇거리거늘 다시 불러들여 물어 가라사대 왜 빨리 던지지 아니하느냐 대하여 가로대 방향을 분별치 못하겠나이다 가라사대 번개치는 곳으로 던지라 갑칠이 다시 갑판 위에 올라가 살피니 문득 번개가 치거늘 이에 그 방향으로 던지니라 이튿날 인천에 내리시어 곧 기차를 바꾸어 타고 서울에 이르사 각기 담배를 끊으라 하시고 광찬의 인도(引導)로 황교에 사는 그의 종제 영선의 집에 드시니 원일의 일행은 먼저 당도하였더라

 

18 원일은 당도하는 즉시 천자부해상이라는 글을 써서 남대문에 붙이니 온 서울이 크게 소동하여 인심이 들끓으므로 조정에서는 엄중히 경계하더라 서울서 십여일 동안 머무르시며 여러 가지로 공사를 보시고 벽력표를 묻으신 뒤에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모두 흩어져 돌아가라 십년후에 다시 만나리라 십년도 십년이요 이십년도 십년이요 삼십년도 십년이나라 어떤 사람이 여쭈어 가로대 사십년은 십년이 아니나이까 가라사대 사십년도 십년이야 되지만은 넘지는 아니하리라 하시며 모두 돌려 보내시고 오직 광찬만 머무르게 하시다가 수일 후에 다시 만경으로 보내시며 통지가 있기까지 기다리라 하시니라

 

19 사월 그믐날 천사 구릿골로 돌아오사 하룻밤을 지내시고 형렬을 데리고 만경 광찬의 처소에 이르시니 이 때에 최익현이 충청남도 홍주에서 의병을 일으킴에 마침 날이 가물어서 인심이 소동하여 서로 안도(安堵)하지 못하고 의병에 가입하는 자가 날로 더하여 군세(軍勢)가 크게 떨치더니 천사 가뭄을 걱정하사 수일동안 만경에 머무르시면서 비를 많이 내리시니 인심이 안정되어 각기 농사터로 돌아가므로 의병의 기세가 쇠하여지니라

 

20 천사 비를 많이 내리신 뒤에 만경을 떠나 익산 만성리로 가시며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이번에 최익현의 동함으로 인하여 천지신명이 크게 동하였나니 이는 그 혈성에 감동된 까닭이라 그러나 그 재질이 대사를 감당치 못할 것이오 한갓 생민(生民)만 사멸(死滅)에 몰아뜨릴 따름이라 아무리 구호(救護)하여도 무익(無益)의 일이오 더욱이 이번 한해(旱害)를 물리치지 아니하야 기근(飢饉)이 겸지(兼至)하면 생민을 구활(救活)할 방책이 전무(全無)하리니 실로 양전(兩全)키 불능한 바라 어찌 한스럽지 아니하리요 하시며 그의 만사(挽詞)를 지어 종도들에게 외워주시니 이러하니라 「독서최익현(讀書崔益鉉) 의기속검극(義氣束劍戟) 시월대마도(十月對馬島) 예예산하교(曳曳山河膠)」

 

21 이 공사가 있기 전에 서울서 갑칠을 돌려 보내시며 가라사대 구릿골에 가서 형렬과 성백으로 더불어 사십구일동안을 날마다 종이 등(燈) 한 개씩을 아울러 만들고 또 각기 짚신을 한켜레씩 삼아두라 그 신으로 천하사람을 신게 할 것이오 그 등으로 천하사람의 어두운 길을 밝히리라 갑칠이 돌아와서 명하신 대로 하였더니 그 뒤에 천사 만성리로부터 구릿골에 이르사 짚신은 원평장에다 팔게 하시고 종이등에는 각기 「음양(陰陽)」두 글자를 쓰신 뒤에 다 불사르시고 갑칠에게 은행(銀杏) 두 개를 구하여 오라 하시니 갑칠이 사방으로 구하여도 얻지 못하다가 그 종형에게 두 개가 있음을 발견하여 가져다 올리니 종이등 사른 재 속에 넣으신 뒤에 다시 갑칠을 명하사 그 재를 모아가지고 앞 내에 가서 한 줌씩 물에 띄워 내리며 하늘을 보라 하시거늘 갑칠이 명하신대로 행하면서 우러러 보니 구름이 재를 집어 띄우는 대로 물에 떨어져서 피어 흐르는 모양과 같이 무디무디 피어나더라 은행은 갑칠이 간직하여 두니라

 

22 구릿골에 계실 때에 김병선에게 콩 약간을 주시며 삼략수장(三略首章)을 일주야(一晝夜) 간 읽되 콩으로 그 번수를 세어라 하시므로 병선이 벽을 향하여 읽음에 콩으로 세이다가 콩이 다함에 다 읽었느냐고 물으시므로 그 콩을 세어보니 일천개러라

 

23 이 뒤에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귀신(鬼神)은 천리(天理)의 지극(至極)함이니 공사를 행할 때에 반드시 귀신으로 더불어 판단(判斷)하노라 하시고 글을 써서 형렬의 집에 벽에 붙이시니 이러하니라

24 이 뒤에 함열 회선동 김보경의 집에 가시어 보경으로 하여금 큰 북을 대들보에 매달고 병자(丙子) 정축(丁丑)을 계속하여 외우면서 밤새도록 쳐 울리시며 가라사대 이 북소리가 멀리 서양(西洋)까지 울려 들리리라 하시니 보경은 그 뜻을 알지 못하니라

 

25 이 뒤에 군산에 가시어 공사를 행하시고 글을 써서 불사르시니 이러하니라 「지유군창지(地有群倉地) 사불천하허(使不天下虛) 왜만리(倭萬里) 청만리(淸萬里) 양구만리(洋九萬里) 피천지허(彼天地虛) 차천지영(此天地盈)」

 

26 정미년 삼월에 광찬을 데리고 말점도(末店島)에 가실 때에 갑칠과 형렬을 만경 남포로 부르사 일러 가라사대 내가 이제 섬으로 들어가는 것은 천지공사로 인하여 귀양감이라 이십일 만에 돌아오리니 너희들은 지방을 잘 지키라

 

27 이해 가을에 순창 농바우 박장근의 집에 머무르실 새 종도에게 일러 가라사대 이곳에 큰 기운이 묻혀있으니 이제 풀어쓰리라 전명숙과 최익현은 그 사람이 아니므로 도리어 해를 받았느니라 하시고 공사를 행하실 새 「영웅소일대중화(英雄消日大中華) 사해창생여락자(四海蒼生如落子)」를 외우시니라 이날 참석한 사람은 형렬, 공신, 광찬, 원일, 도삼, 응종, 갑칠, 장근등 이러라 양지(洋紙)로 고깔을 만들어 마장군(馬將軍)이라고 써서 문지방 위에 걸으시고 또 짚으로 두 아름쯤되게 잉경을 만들어 방가운 데 달아매고 백지로 돌려 바른 뒤에 이십사 방위자(方位字)를 돌려 쓰시고 또 간간이 다른 글자도 쓰시고 그 위에 양지를 비늘같이 오려서 달아 둘려 붙이시니 그 모양이 쇠비늘을 잇대어 붙인 갑옷과 같더라

 

28 장근을 명하여 식혜(食醯) 한동이를 빚어 넣으라 하사 이날밤 초경(初更)에 식혜를 널버기에 담아서 잉경(磬) 밑에 넣으시고 가라사대 회문산에 오선위기혈(五仙圍棋穴)이 있으니 이제 바둑의 원조(元祖) 단주(丹朱)의 해원도수를 이곳에 부쳐서 조선 국운(國運)을 돌리려 하노라 다섯 신선중에 한 신선은 주인이라 수수방관(袖手傍觀)할 따름이요 네 신선이 판을 대하여 서로 패를 들쳐서 따먹으려 하므로 시일(時日)만 천연(遷延)하고 승부가 속히 나지 아니한지라 이제 최수운을 청(請)해와서 증인으로 세우고 승부를 결정하려 하노니 이 식혜는 곧 최수운을 대접하려는 것이로다 너희들 중에 그 문집(文集)에 있는 글귀를 아는 자가 있느냐 몇 사람이 대하여 가로대 기억하는 구절이 있나이다 천사 양지에 「걸군굿 초라니패 남사당 여사당 삼대치」라 쓰시며 가라사대 이글이 주문(呪文)이라 외울 때에 웃는 자가 있으면 죽으리니 주의하라 또 가라사대 이글에 고저청탁(高低淸濁)의 곡조(曲調)가 있나니 외울 때에 곡조에 맞지 아니하면 신선들이 웃으리니 곡조를 잘 맞추어라 하시고 천사 친히 곡조를 맞추어 읽으시며 모두 따라 읽게 하시니 이윽고 찬 기운이 도는지라 천사 읽기를 멈추시고 가라사대 최수운이 왔으니 조용히 들어보라 하시더니 문득 잉경 위에서 「가장(家長)이 엄숙하면 그런 빛이 왜 있으리」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리거늘 가라사대 이 말이 어디있나뇨 한 사람이 가로대 수운가사에 있나이다 천사 잉경 위를 향하여 두어마디로 알아 듣지 못하게 수작(酬酌)하신 뒤에 가라사대 조선을 서양으로 넘기면 인종이 다르므로 차별과 학대가 심하여 살아날 수 없을 것이요 청국으로 넘기면 그 민중이 우둔하여 뒷감당을 못할 것이오 일본은 임진난 후로 도술신명(道術神明)들 사이에 척이 맺혀있으니 그들에게 넘겨 주어야 척이 풀릴지라 그러므로 그들에게 일시 천하통일지기(天下統一之氣)와 일월대명지기(日月大明之氣)를 붙여주어 역사(役事)를 잘 시키려니와 한가지 못 줄 것이 있으니 곧 「어질인(仁)」자라 만일 「어질인」자까지 붙여주면 천하는 다 저희들의 것이 되지 않겠느냐 그러므로 「어질인」자는 너희들에게 붙여 주노니 오직「어질인」자를 잘 지키라 너희들은 편한 사람이오 저희들은 곧 너희들의 일꾼이니 모든 일을 분명하게 잘 하여주고 갈 때에는 품삯도 못 받고 빈손으로 돌아가리니 말 대접이나 후하게 하라

 

29 이 공사를 마치시고 형렬에게 일러 가라사대 허미수가 중수(重修)한 성천(成川) 강선루(降仙樓)의 일만이천(一萬二千)고물은 녹줄이 붙어 있고 금강산 일만이천봉은 겁살(劫殺)이 끼어 있나니 이제 그 겁살을 벗겨야 하리니 너는 광찬과 도삼을 데리고 돌아가서 조석(朝夕)으로 청수 한 동이씩을 길어서 스물 네그릇에 나누어 놓고 밤에는 칠성경 스물 한번씩 읽으며 백지(白紙)를 한 방촌(方寸)씩 오려 한 사람이 하루에 모실시(侍) 자 사백자씩 열흘 동안을 써서 네 벽에 돌려 붙이고 나를 기다리라 하시니 형렬이 광찬과 도삼을 데리고 구릿골로 돌아와서 명하신 대로 행하니라

 

30 이튿날 농바위를 떠나 피노리 이남기(화춘)의 집에 이르사 누런 개 한 마리를 잡히고 술 한동이를 받어오게 하시고 또 뒷산 솔밭속에서 가장 큰 소나무 한주를 베어오라 하시고 남방(南方) 황토(黃土)를 파 오라 하사 백지 석장을 청, 홍, 황 삼색으로 물들여서 연폭(連幅)하여 베어온 소나무 위 가지에 달으시고 또 백지 석장에 각기 시천주를 쓰시고 황토를 조금씩 싸서 함께 내려 달은 뒤에 집 앞에 세우시니 깃대와 같은지라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전명숙이 잡혔는데 사명기(司命旗)가 없어서 포한(抱恨)하였나니 이제 기를 세워 해원시키노라 또 개장국은 인간에서 먹는 음식인데 도가(道家)에서 먹지 아니하였으므로 또한 한(恨)이 붙어 있나니 이제 이 국을 먹는 것은 해원겸(解寃兼) 개정(改定)하려 함이로다 하시고 나누어 먹으신 뒤에 남기를 명하사 돈 설흔석냥을 모든 물품 둔 곳에 같이 두게 하시고 종도들은 다 돌려보내시고 오직 공신만을 머물러 두시니라

 

31 이 뒤에 공신으로 하여금 돈 설흔석냥을 지니게 하시고 피노리를 떠나 태인 행단 앞 주막에 이르사 술을 찾으시니 주모가 술이 없다고 대답하거늘 천사 가라사대 이런 주막에 어찌 술이 없으리오 주모가 대답하되 물을 붓지 아니한 새 독 술은 있나이다 가라사대 술은 새 독 술이 좋으니라 안주가 있어야 하리니 돝 한 마리를 잡으라 하시고 글을 써서 주모를 주어 도야지막 앞에다 불사으시니 돝이 스스로 죽는지라 주모에게 일러 가라사대 돝을 잡아서 삶을 때에 누구든지 먼저 고기를 맛보면 죽으리니 주의시키라 하시니라 돝을 다 삶은 뒤에 그릇에 담아 뜰 가운데 놓고 술은 전주(全酒)로 걸러서 마루 위에 놓고 글을 써서 주인을 명하여 뜰 가운데 불사르신 뒤에 공신과 주인과 참관한 마을 사람들과 행인들로 더불어 술과 고기를 같이 먹으시고 큰 소리로 외쳐 가라사대 무엇을 더 요구하느냐 글자 한자에 하나씩만 가져가면 족하리라 하시니라

 

32 밤을 지내시고 아침에 술과 고기 값으로 설흔석냥을 주신 뒤에 행단을 떠나 솔밭 속을 지나시다가 문득 큰 소리로 이놈이 여기 있도다 하시니 공신이 놀래어 옆을 보니 동자석(童子石)이 서 있더라 원평으로 행하시며 공신에게 일러 가라사대 뒷날 보라 그 곳에 일본 군사가 매복하여 있으니 여러 천명이 상할 곳이라 그러나 글자 한자에 하나씩 밖에 죽지 않게 하였노니 저희들이 알면 나를 은인으로 여기련만은 누가 능히 알리오 하시더니 그 뒤에 일진회원 수천명이 떼를 지어 이 곳을 지나는 데 일본군사가 의병인줄 알고 총을 쏘아 스물한명이 죽으니라

 

33 원평을 지나 신암 주막에 이르사 가라사대 들으니 손병희가 전주에 왔는데 서울에 교당을 짓는다 빙자(憑藉)하고 그 부하(部下)의 어린 아해들 옷고름에 채운 돈까지 떼어다가 큰집과 작은 집을 거느리고 행락(行樂)하며 온 부하들을 망친다하니 그 무능함을 가히 알지라 만일 재능이 있으면 천하 집이 모두 저의 집이 될지니 집을 지어 무엇하리오 이제 호남 각지를 돌면 그 부하들은 다 망하리라 이제 누구든지 몽둥이를 들어 그 머리를 치며 네 재능이 무엇이건데 부하들을 그다지 망치느냐고 꾸짖으면 대답하지 못하고 돌아가리라 응종이 몽둥이를 들며 여쭈어 가로대 내가 쫓아가서 그리 하겠나이다 가라사대 네가 진실로 쾌남자(快男子)로다 하시고 또 가라사대 저희들은 다 구암(舊庵)이오 이곳은 신암(新庵)이니 곧 도안의 집이니라 하시니라 이 때에 손병희가 호남 지방을 순회하려다가 뜻밖에 예정을 변경하여 돌아가니라

 

34 신암을 떠나 구릿골에 이르사 양 한 마리를 잡아 그 피를 손가락으로 찍어서 벽에 돌려 붙인 일만이천 모실시(侍)자 위에 바르시니 글자수가 다함에 피도 또한 다 한지라 천사 가라사대 그 글자 모양이 아라사 병정(兵丁)과 같다 하시고 또 가라사대 사기(沙器)는 김제로 옮겨야 하리라 하시더니 마침 김제 수각 임상옥이 이르거늘 그 사기를 주시며 가라사대 인부(人夫)를 많이 부릴 때에 쓰라 하시니라

 

35 선천에는 삼상(三相)으로 인하여 음양이 고르지 못하다 하시고 「거주성명(居住姓名) 서신사명(西神司命) 좌상(左相) 우상(右相) 팔판(八判) 십이백(十二伯) 현감(縣監) 현령(縣令) 황극(皇極) 후비소(后妃所)」라 써서 광찬을 명하사 약방 문지방과 맞추어 보라 하사 맞지 않는다고 아뢰니 가라사대 일이 헛일이라 하시므로 경학이 가로대 여백을 오려 버리고 글자 쓴 곳만 대어보는 것이 옳겠나이다 하며 그대로 하니 꼭 맞더라

 

36 이 뒤에 공우를 데리고 전주를 가시다가 쇠내에 이름에 점심때가 된지라 공우 천사를 모시고 고송암에게 종유하는 친구의 집에 찾아가서 점심밥을 부탁하였더니 천사 점심상을 받으시다가 문득 가라사대 서양(西洋)기운을 몰아내어도 다시 몰려드는 기미(氣微)가 있음을 이상히 여겼더니 뒷 골방에서 딴전보는 자가 잇는 것을 몰랐도다 하시고 공우를 명하사 고송암에게 가서 묻고오라 하시고 칠성경(七星經)에 문곡(文曲)의 위차(位次)를 바꾸시니라

 

37 십이월 초 하룻날 대흥리에서 백미(白米) 한섬을 방에 두시고 백지로 만든 고깔 이십여개를 쌀 위에 놓고 부인으로 하여금 종이에 글을 쓰이사 불사르시고 가라사대 「불과 물만 가지면 비록 석산(石山)바위 위에 있을지라도 먹고 사느니라」하시며 그 백미로 밥을 지어 이날 모인 사람들을 배불리 먹이시니라

 

38 하루는 공신을 데리고 고부로 가실 새 공신에게 물어 가라사대 가는 길에 아는 벗이 있느냐 대하여 가로대 운산리에 신경수가 있나이다 천사 경수의 집으로 들어가 마루에 앉으사 글을 써서 불사르시고 공신에게 집에 다녀오라 하시거늘 공신이 집에 가니 일진회 두목 송대화가 와 있는지라 공신이 대화를 치송(治送)하고 다시 운산에 오니 천사 가라사대 손이 있었드냐 대하여 가로대 손이 있어서 치송하고 왔나이다 하고 천사를 모시고 집으로 오니라 이 때에 공신의 모(母)가 요통으로 앓거늘 천사께 아뢰니 매실 한 냥중(兩重)을 가져오라 하사 종이에 싸서 들보에 걸고 글을써서 불사르시니 곧 나으니라

 

39 천사 공신의 집에 계시니 종도 수십인이 모이는지라 수일동안 오주(五呪)를 수련케 하시고 당요의 「역상일월성신경수인시(曆像日月星辰敬受人時)」를 해설하여 가라사대 천지가 일월(日月)이 아니면 공각(空殼)이오 일월은 지인(知人)이 아니면 허영(虛影)이라 당요(唐堯)가 일월의 법(法)을 알아내어 백성에게 가르쳤으니 천혜(天惠)와 지리(地利)가 비로소 인류에게 누리게 된 바 되었느니라 하시고「일월무사치만물(日月無私治萬物) 강산유도수백행(江山有道受百行)」을 외우시며 선기옥형(璿璣玉衡) 도수(度數)를 보실 새 경수의 집에 저울갈굉이 도수(度數)를 정하시고 응종의 집에 추 도수와 공신의 집에 끈 도수를 정하시고 또 경수의 집에 일월대어명(日月大御命) 도수와 공신의 집에 천지대팔문(天地大八門) 도수를 정하신 뒤에 주야로 번갈아서 세집에 왕래하시며 공사를 보시니라

 

40 이 때에 공우에게 일러 가라사대 후천(後天) 오만년(五萬年) 첫 공사를 행하려 하노니 너는 잘 생각하여 가장 중대한 것을 들어 말하라 공우 지식이 없어서 아뢸바를 모른다 하며 사양하다가 이윽고 여쭈어 가로대 선천에는 청춘소부(靑春少婦)가 수절(守節)한다 하여 공방(空房)을 지켜 적막(寂寞)히 늙어버리는 것이 불가하오니 후천에는 이 폐단(弊端)을 없애시어 젊은 과부(寡婦)는 젊은 홀아비를 각기 가려서 일가와 친구를 모두 청하여 공중(公衆) 예석(禮席)을 벌리고 예(禮)를 갖추어서 개가(改嫁)하게 하는 것이 옳을 줄 아나이다 천사 칭찬하사 가라사대 네게 아니면 이 공사를 보지 못하겠으므로 네게 맡겼더니 잘 처결(處決)하였도다 이제 결정한 이 공사가 오만년을 내려가리라

41다시 수일동안 오주를 수련케 하신 뒤에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일곱 고을 곡식이면 양식이 넉넉하겠느냐 대하여 가로대 쓰기에 달렸나이다 가라사대 그렇기는 하지만은 찻독이 찼다 비었다 하면 못쓸 것이오 용지불갈(用之不竭)하여야 하리니 어떻게 하여야 하겠는냐 가로대 알지 못하나이다 천사 양지에 저수지와 물똘(水溝)의 도면(圖面)을 그려 불사르시며 가라사대 이곳이 운산(雲山)이 아니냐 운암(雲岩) 물줄기를 김만경(金萬頃)으로 돌려도 하류(下流)에서 원망(怨望)이 없으리니 이 물줄기가 대한불갈(大旱不竭)이라 능히 하늘을 겨루리라 또 가라사대 강태공은 제(濟)나라 한 고을에 흉년이 없게 하였다 하나 나는 전북 칠읍(七邑)에 큰 흉년이 없게 하리라

 

 

 

42 하루는 최익현과 박영효의 원을 풀어 주리라 하시고 천세천세천천세(千歲千歲千千歲) 만세만세만만세(萬歲萬歲萬萬歲) 일월의 최익현(日月 崔益鉉) 천포천포천천포(千胞千胞千千胞) 만포만포만만포(萬胞萬胞萬萬胞) 창생의 박영효(蒼生 朴泳孝)라 써서 볼사르시니라

 

43 하루는 공신의 집에서 밤중에 여러 종도들로 하여금 서로 번갈아서 그 집 물독 물을 반 바가지씩 퍼내어 우물에 쏟아 붓고 다시 우물의 물을 반바가지씩 길어내어 독에 쏟아 붓고 또 다시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다른 여러 우물의 물과 독의 물을 반바가지씩 전과 같이 바꾸어 갈아 붓게 하시며 가라사대 이는 물화상통(物貨相通)이니 만국인민의 새 생활법이니라

 

44 하루는 공신의 집에 계실 새 종도들에게 물어 가라사대 이 뒤에 전쟁이 있겠느냐 없겠느냐 하시니 혹 있으리라는 사람도 있고 혹 없으리라는 사람도 있는지라 천사 가라사대 천지개벽시대에 어찌 전쟁이 없으리오 하시고 전쟁 기구를 챙긴다 하사 방에 잇는 담뱃대 이십여개를 거두어 거꾸로 모아 세우시고 종도들로 하여금 각기 수건으로 머리와 다리를 동이게 하시고 또 백지에 시천주를 써서 심을 부벼 불붙여 드리시고 문창에 구멍을 뚫게하신 뒤에 담뱃대를 거꾸로 메게 하시고 가라사대 행오를 잃으면 군사가 상하리라 하시고 종도들로 하여금 문으로 나가서 정주로 돌아들어 창구멍에 담뱃대를 대고 입으로 총소리를 내게 하시며 다시 측간으로 돌아와서 창구멍에 대고 총소리를 내게 하시며 또 허청으로 돌아들어 그와같이 하되 궁을형(弓乙形)을 지어 빨리 달리게 하시니 늙은 사람은 헐덕거리더라 천사 가라사대 이 말세(末世)를 당하여 어찌 전쟁이 없으리오 뒷날 대전쟁이 일어나면 각기 재조(才操)를 자랑하여 재조가 일등(一等)되는 나라가 상등국(上等國)이 되리라 하시니라 이 공사를 보신 후에 사방에서 천고성(天鼓聲)이 일어나니라

 

45 이 뒤에 응종의 집에 가사 식혜 아홉사발을 빚으라 하시고 응종을 태인 신경원의 집에 보내어 새 수저 한 개를 가져오신 뒤에 한 개를 가져오라 하사 식혜를 쏟아 넣으니 꼭 차는지라 양지(洋紙)와 백지(白紙)와 장지(壯紙)를 각각 준비하여 놓고 가라사대 비인(庇仁) 복종(覆鐘)이 크다하므로 북 도수를 보노라 북은 채가 있어야 하나니 이 수저가 북채라 행군(行軍)할 때에 이 수저로 북채를 하여야 녹(祿)이 진진(津津)하여 떨어지지 아니하리라 하시고 양지와 백지와 장지를 각각 쪼각 쪼각 떼어 쪼각마다 글을 써서 단지에 넣으니 그 종이가 단지에 차되 식혜는 넘지 아니하더라 단지 입을 잘 봉하여 깨끗한 곳에 묻으니라

 

46 이 뒤에 종도 삼십여인을 모아 오주를 수련케 하시니 이러하니라

신천지가가장세 일월일월만사지 신천지조화정 영세불망만사지

시천주조화정 영세불만만사지 시위천주고아정 영세불망만사의

수명성경신 지기금지원위대강 복록성경신 지기금지원위대강

명덕관음팔음팔양 지기금지원위대강 삼계해마대제신위 원진천존관성제군

新天地家家長世 日月日月萬事知 新天地造化定 永世不忘萬事知

侍天主造化定 永世不忘萬事知 侍爲天主顧我情 永世不忘萬事宜

壽命誠敬信 至氣今至願爲大降 福祿誠敬信 至氣今至願爲大降

明德觀音八陰八陽 至氣今至願爲大降 三界解魔大帝神位 願振天尊關聖帝君」

천사 가라사대 동학은 드는 날로부터 녹이 떨어지나니 대저(大抵) 녹이란 것은 곤(坤)에 붙어 있는 것이어늘 동학은 시천주조화정(侍天主造化定永)이라 하여 하늘에만 편중(偏重)하는 까닭이요 또 수명(壽命) 복록(福祿)이라 하지만은 수명만 길고 복록이 없으면 죽는 것만 같지 못하거늘 수명을 먼저하고 복록을 뒤로 하는 까닭이니라 그러므로 이제는 복록을 먼저 하라 하사 소리를 높여 외우게 하시니라

 

47 새벽이 됨에 각기 정좌(定座)케 하시고 종이 한조각씩 나누어 주시며 가라사대 후천(後天) 음양(陰陽)도수를 보려하노니 각기 남이 알지 않게 마음에 있는 대로 점 하나로 아내 하나씩 표하여 점쳐 드리라 하시거늘 각기 마음대로 점쳐 올리니 응종은 두점이요 경수는 석점이요 내성은 여덟점이요 경석은 열두점이요 공신은 한점이라(다른사람은 미상함) 천사 가라사대 아홉점은 없으니 일남구녀란 말을 알 수 없도다 팔선녀라는 말이 있으므로 여덟점을 쳤느냐 또 응종과 경수에게 물어 가라사대 노인들이 두 아내를 원하니 어떻게 감당하려 하느뇨 대하야 가로대 후천이 되면 새 기운이 돌지 아니 하리이까 가라사대 그럴듯 하도다 경석에게 물어 가라사대 웬 아내를 열둘이나 원하느냐 대하여 가로대 십이제국(十二帝國)에 하나씩 두어야 만족하겠나이다 가라사대 그럴듯도 하도다 또 공신에게 물어 가라사대 경석은 열둘이나 원하는데 너는 어찌 하나를 원하느뇨 대하여 가로대 건곤(乾坤)이 있을 따름이오 이곤(二坤)이 있을 수 없사오니 일음일양(一陰一陽)이 원리(原理)인 줄 아나이다 가라사대 네 말이 옳도다 또 가라사대 공사를 잘 보았으니 특히 성비(盛備)하여 손님 대접을 잘 하라 하시거늘 공신이 명하신 대로 하니라

 

48 공사를 마치시고 경석과 내성은 대흥리로 원일을 신경원의 집으로 형렬과 자현은 구릿골로 각기 보내신 뒤에 공신과 응종과 경수에게 일러 가라사대 경석이 성경신(誠敬信)이 지극하므로 달리 써볼까 하였더니 제가 스스로 청하니 어찌 할 수 없는 일이로다 원래 동학은 보국안민(輔國安民)을 주창(主唱)하였으나 때가 때 아니므로 안으로는 불량하고 겉으로만 꾸며내는 일이 되고 말았나니 후천일을 부르짖었음에 지나지 못한 것이라 마음으로 각기 왕후장상(王侯將相)을 바라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그릇 죽은자가 수만명이라 원한(怨恨)이 창천(漲天)하였으니 그 신명을 해원(解寃) 시키지 아니하면 후천에는 역도(逆度)에 걸려 정사(政事)를 못하게 되리라 그러므로 이제 그 신명들을 해원시키려고 그 두령(頭領)을 정하려는 중인데 경석이 십이제국을 말하니 이는 자청함이라 그 부친이 동학두목으로 그릇 죽었고 저도 또한 동학 총대(總代)였으니 오늘부터 동학신명들을 전부 그에게 붙여 보냈으니 이 자리에서 왕후장상의 해원이 되리라 하시고 주지(周紙)에 글을 쓰시며 외인의 출입을 금하시니라 또 일러 가라사대 동학신명이 전부 이 자리에서 해원되리니 뒷날 두고보라 금전(金錢)도 무수히 소비할 것이요 사람 수효도 갑오년보다 훨씬 많게 되리니 이렇게 풀어놓아야 후천에 아무일도 없으리라

 

49 또 공신에게 일러 가라사대 너는 정음정양 도수니 네가 온전히 잘 이기어 받겠느냐 정심(正心)으로 잘 수련하라 문왕(文王)의 도수와 이윤(伊尹)의 도수가 있으니 그 도수를 맡으려면 극히 어려우리라 미물(微物) 곤충(昆蟲)이라도 원망(怨望)이 붙으면 천지공사가 아니니라

 

50 이 뒤에 천자신(天子神)과 장상신(將相神)을 모아들여 백의군왕(白依君王) 백의장상(白依將相)도수를 보실 새 사람 수효를 삼십삼천수(三十三天數)로 채우신 뒤에 일러 가라사대 만일 순검(巡檢)이나 병정(兵丁)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겁을 내어 도망할 마음이 있는 자는 다 돌아가라 열사람이 있다가 한 사람이 도망하면 아홉사람은 그 해를 입어 죽나니 그러므로 도망할 마음을 두는 자는 미리 돌아가고 마음을 지켜 도망하지 아니할 자는 굳은 다짐을 두라 일을 하는 자는 화지진(火地晉)도 하나니라 모두 대하여 가로대 삼가 마음을 굳게 지켜 변함이 없겠나이다 하여 다짐을 드리니 모두 스물 한사람이라 이날은 섣달 스무닷샛날이러라

 

51 이 공사를 시작하실 때에 각기 새옷을 지어 입게 하시니 천사는 일광단(日光緞) 두루막과 무문모초(無文毛耖) 바지저고리를 지어 입으시고 다른 사람들도 모두 새 옷을 지어 입었더라 이날 저녁에 경수의 집에서 초저녁부터 불을 끄고 일찍 자라 하사 천사는 아랫방에서 주무시고 공신과 여러 사람들은 윗방에서 자더니 새벽에 순검이 들어와서 공신을 찾거늘 공신이 대답하고 나서니 곧 포박하고 이어서 천사와 여러 사람들을 모두 포박하니라 이 때에 돈 약간과 백목(白木) 몇 필(匹)을 방구석에 두었는데 천사 돈과 백목을 인부를 불러 지우라 하사 뒤로 따르게 하시니라

 

52 천사 여러 사람에게 일러 가라사대 이 시대는 거짓말하는 자는 없이하는 시대니 꼭 바른 말을 하라 하시고 또 순검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그대들은 상관의 명령을 받고 왔으니 거짓말을 말고 본대로 말하라 하시니라 일행이 고부장터에 이르니 장꾼들이 서로 말하되 고부는 장차 쏘가 되리로다 저런 큰 인물들이 잡혀왔으니 어찌 무사하기를 바라리요 하고 서로 불안히 여기니 대저 이 때는 각처에서 의병이 일어나므로 인심이 소동하여 실로 공포시대(恐怖時代)를 이루었더라

 

53 경무청에 이르니 심문관이 병기(兵器)를 가졌느냐 묻거늘 없다고 대답하니 즉시 여러사람을 구류간(拘留間)에 가두고 천사를 상투를 풀어서 들보에 매달고 저고리를 벗긴 뒤에 경관 십여명이 늘어서서 회초리로 치며 가로대 관리는 몇 명이나 죽였으며 일본사람은 몇 명이나 죽였느뇨 천사 가라사대 우리를 의병으로 알고 묻는 말이뇨 순검이 가로대 그러하노라 가라사대 의병을 일으키려면 깊숙한 산중에 모일 것이어늘 어찌 태인읍에서 오리(五里) 안에 들하나 격(隔)하여 읍사람들이 날마다 왕래하는 번잡한 곳에서 의병을 일으키리요 또 물어 가라사대 그대들이 묻는 의병이란 것은 무엇을 이름이뇨 가로대 이씨 왕가를 위하여 일본에 저항하는 것을 이름이로다 가라사대 그러면 그대들이 그릇 알았도다 우리는 그런 일을 아니하노라 가로대 그러면 무슨 일로 모였나뇨 가라사대 이제 혼란(混亂) 복멸(覆滅)에 임(臨)한 천지를 개조(改造)하여 새 세상을 열고 대비겁(大否劫)에 싸인 사람과 신명을 넓이 건져 각기 안락(安樂)을 누리게 하려는 모임이로다 통역(通譯) 순검 문형로가 놀래어 가로대 감히 그런 대담한 말을 하느료 가라사대 천하사(天下事)에 뜻하는 자 어찌 별로히 있으리요 그대는 도략(韜略)과 자비(慈悲)가 있으면 어찌 가만히 앉아서 볼 때리오 하시니라 이윽고 천사를 끌러내려 구류간에 가두고 박권임이 공신을 불러내어 구두발로 겨드랑을 차니 곧 기절하여 정신을 잃은지라 문총순이 박권임을 꾸짖어 가로대 죄의 유무를 결정하지 못하였는데 어찌 그다지 혹독히 하느냐 하고 천사와 공신을 고채로 채워서 구류간에 넣어 여러사람과 함께 가두니라

 

54 그믐날 저녁에 우뢰와 번개가 크게 일어나거늘 천사 가라사대 이는 서양에서 천자신이 넘어옴이니라 또 가라사대 이제 천자신은 넘어 왔으나 너희들이 혈심을 가지지 못하였으므로 장상신이 응하지 아니하는 도다 하시니라

 

55 무신년 설날 눈비가 크게 내리며 우뢰와 번개가 크게 일어나거늘 천사 가라사대 이는 대공사를 처결함이니라 하시더라 이 때에 공신은 구두발에 채인 곳이 크게 결리며 발열(發熱) 오한(惡寒)하여 심히 위독하거늘 간수가 들어와서 고채를 끌러주고 찬사의 고채도 끌러 드리는지라 천사 여러사람에게 일러 가라사대 이제 만일 공신이 죽으면 우리가 다 죽으리니 인곽(人槨)을 써서 낫게해야 하리라 하시더니 마침 아침밥이 들어오거늘 천사 밥그릇마다 공중으로 무슨 글자를 그리신 뒤에 먹고 내보내시며 가라사대 인곽을 써야 하리니 모두 일어서라 하사 좌우로 일곱 사람씩 위로 두사람 아래로 한사람을 느려세워 널과 같이 된 뒤에 공신을 그 가운데 눕히시니라

 

56 구류간에 바람을 통하는 작은 구멍이 있고 그 구멍에 종가리 한 개를 두어 오줌을 받아내는 데 마침 그 종가리에 오줌과 오줌 찌꺼기가 반쯤 괴어 있는지라 천사 종가리를 손에 들으시고 공신을 인곽으로부터 일으켜 세우신 뒤에 천사 먼저 종가리에 있는 오줌 찌꺼기를 친히 마시시되 얼굴빛이 변하지 아니하시고 나머지를 공신에게 마시라 명하시니 공신이 생각하되 선생은 나를 살리기 위하여 더러움을 생각지 않고 마시시되 조금도 얼굴빛을 변치 아니하시거늘 내가 어찌 마시지 못하리오 하고 받아 마시니 오장(五臟)이 거꾸로 올라오는 듯 하나 억지로 참거늘 가라사대 참지말고 올라오는 대로 다 토하라 공신이 비로소 깨닫고 토하였더니 이 뒤로 땀이 많이 나며 열이 개고 결리는 곳이 나으니라

 

57 간수들 중에 형렬과 자현을 아는 자가 있어서 두 사람의 편의(便宜)를 도와주기 위하여 다른 조용한 방으로 옮기니 형렬이 그 간수에게 청하여 천사께서 옮기시게 하니라 천사 형렬과 자현에게 일러 가라사대 삼인회석(三人會席)에 관장(官長)의 공사(公事)를 처결한다 하니 우리 세 사람이면 무슨 일을 해결하지 못 하리요 또 자현에게 가만히 일러 가라사대 비록 십만(十萬) 대중(大衆)이 이러한 화액(禍厄)에 걸렸을지라도 털끝하나 상함이 없이 다 끌러 내리니 안심하라 하시니라

 

58 여러날 갈수록 인심이 동요되어 천사를 원망하는 자가 불어나거늘 천사 일러 가라사대 대저 인생이 일사(一死)면 도무사(都無事)라 하나니 죽어도 원망은 말라 또 공신에게 일러 가라사대 일을 하려다가 이루지 못하고 죽을지라도 원통히 알지는 말라 죽을지라도 곱게 죽는 것이 좋으니라 너는 자식이라도 있으니 여한이 없으리라 하시니 이 말씀을 들은 뒤로 여러사람이 더욱 공포하여 서로 이르되 저런 말씀을 내는 것을 이런 화액에 능히 대처할 귄능이 없음을 스스로 말함이라 그러면 우리가 믿었던 그의 권능은 한갓 무용(無用)의 믿음이오 다만 혹세무민의 사사(邪事)로 우리를 사지(死地)에 함입(陷入) 함에 지나지 못함이라 하여 몇 사람은 크게 원성을 발하니라

 

59 이 뒤로 경관이 여러사람을 취조하여도 아무런 의병의 증거를 얻지 못하고 다만 천사는 신의(神醫)로서 각 사람은 혹 부모나 처자의 병을 낫게 해 주신 은혜를 잊지 못하여 이 절일(節日)이 임박(臨迫)함에 세찬(歲饌)을 드리러 왔다하며 혹은 공신의 친척으로서 서의차(敘誼次)로 왔을 따름이라 하므로 정월 십일에 옥문(獄門)을 열고 여러사람을 석방하며 설유(說諭)하여 가로대 이 때는 단체로 모일 때가 아닌 비상시니 이 뒤로 특히 주의하라 하니라

 

60 천사의 말씀은 한갓 황탄(荒誕)한 말로 돌리고 구류간에 홀로 남겨두었다가 이월 사일 경칩절에 석방하니 천사께서 그 압수되었던 돈과 백목을 찾아내어 모든 순검과 빈궁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시고 삼일을 유하신 후에 와룡리 황응종의 집으로 가시니 차경석이 따르니라

 

61 이번 화액에 참여된 사람은 김형렬, 김자현, 문공신, 공신의 형 학철, 당질 수암, 매부 허성희, 김광수, 김공빈, 김참봉, 이화춘, 박장근 등이요 기외 구인의 성명은 미상하니라 이 화액을 지낸 뒤로 김형렬, 김자현 이인은 여전히 천사를 받들고 남은 사람은 전부 해산되었는데 문공신은 뒤로 수차 내왕이 있다 하니라 허성희는 수금(囚禁)되었을 때에 모든 사람의 불평을 잘 효유(曉諭)하여 진정(鎭靜)하기에 많은 노력을 하였다 하니라

 

62 이 뒤에 고부 식주인이 공신의 집에 와서 외상으로 달렸던 주식(酒食)값을 독촉하니 공신은 천사께서 돈과 백목을 찾아서 외상을 갚아주지 아니하셨음을 크게 불평히 생각하였더니 얼마 후에 천사 공신의 집에 이르시니 공신이 천사께 불평을 품었던 일을 낱낱이 헤어 아뢰며 불쾌한 어조로 폭담(暴談)을 하거늘 천사 가라사대 네 말을 들으니 그렇겠도다 내가 순창 농바우에서 사흘 동안을 유련(留連)하여 너를 만난뒤에 여러 가지 큰 공사에 참관(參觀)하였거니와 고부도수를 보려하니 가감(可堪)한 사람이 없으므로 네게 주인을 정하여 독조사 도수를 붙였노라 진주(眞主) 노름에 독조사라는 것이 있어서 남의 돈을 따보지 못하고 제 돈만 잃어 바닥이 난 뒤에 개평을 뜯어 가지고는 새벽녘에 본전을 회복하는 수가 있느니라 고부서도 주식 값을 말한 일이 있었으나 그 돈을 쓰면 독조사가 아니니라 만일 네가 돈이 있어야만 되겠으면 달리 주선이라도 하여주리라 공신이 이윽히 생각하다가 여쭈어 가로대 일이 그와 같을 진대 그만 두사이다 하니라 이 뒤에 천사 구릿골로 가시니라

 

63 이 뒤에 공신의 채인 곳이 복발(復發)하여 호정(戶庭) 출입을 못하고 응종을 구릿골로 보내어 천사께 아뢰니 천사 좀 기다리라 하거늘 돌아와서 그대로 전하니 공신이 다시 감정이 나서 아무 약도 쓰지 않고 두었더니 병세가 점점 위중하여져서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지라 응종이 민망히 여겨 구릿골에 와서 천사께 뵈이니 가라사대 공신의 병세가 어떠하더뇨 대하여 가로대 드러누워서 움직이지 못하나이다 가라사대 죽어서야 쓰겠느냐 찹쌀밥 아홉때를 지어먹으라 하라 응종이 돌아가서 명하신 대로 전하니 그대로 하여 전쾌(全快)하니라

 

64 하루는 천사께서 종도 십여인을 뜰 아래 늘여 세우신 뒤에 고부인과 더불어 마루에 앉으사 차경석을 명하여 망치를 들리고 찬사와 부인을 치며 동상례(同床禮)를 받게 하지니 부인이 방으로 뛰어 들어가며 가로대 죽으면 한번 죽을 것이요 두 번 죽지는 못하니라 하시니 천사께서 크게 칭찬하시고 다시 안내성에게 망치를 들리사 경석을 치며 무엇을 하려느냐고 물으시니 경석이 역모(逆謀)를 하겠다고 대답하는지라 이에 부인에게 일러 가라사대 「네 나이는 스물아홉이요 내 나이는 서른여덟이라 내 나이에서 아홉 살을 감하면 내가 너 될 것이요 네 나이에 아홉 살을 더하면 네가 나 될지니 곧 내가 너 되고 네가 나 되는 일이니라」하시니라

 

65 하루는 걸군(乞軍)이 들어와서 굿을 친 뒤에 천사께서 부인으로 하여금 춤을 추게 하시고 친히 장고를 들어메고 노래를 부르시며 가라사대 「이것이 곧 천지 굿이라 나는 천하 일등(一等) 재인(才人)이요 너는 천하 일등(一等) 무당(巫堂)이라 이 당(黨) 저 당 다 버리고 무당의 집에 가서 빌어야 살리라」하시고 인하여 부인에게 무당도수를 정하시니라

 

66 하루는 천사께서 반드시 누우신 뒤에 부인으로 하여금 배 위에 걸터앉아 칼로 배를 겨누며 「나를 일등으로 정하여 모든 일을 맡겨 주시렵니까」라고 다짐을 받게 하시고 천사께서 허락하여 가라사대 「대인의 말에는 천지가 쩡쩡 울려 나가나니 오늘의 이 다짐은 털끝만치도 어김이 없으리라」하시고 이도삼, 임정준, 차경석 세 사람으로 증인을 세우시니라

 

67 하루는 천사께서 이경문을 명하사 천원에서 일등(一等) 교자(轎子)와 일등(一等) 하인(下人)을 구하여오라하사 교자를 마당에 꾸며놓고 천사께서 부인과 더불어 나란히 앉으사 구릿골로 가자 하시며 길을 재촉하시다가 정지하시니라

 

68 이 뒤에 태인 신경원의 집에 이르사 한달동안 머무르실 새 최창조에게 명하여 가라사대 돝 한 마리를 잡아서 계란으로 전야를 부쳐서 대그릇에 담아 깨끗한 곳에 두고 또 내옷 한벌을 지어두라 장차 쓸 곳이 있노라 창조 대답하고 돌아가서 명하신 대로 하여 두니라

 

69 하루는 천사께서 태인 새올에 계시면서 박공우를 보내어 경석을 부르시거늘 경석이 가 뵈이니 천사께서 돈을 주시며 돌아가서 쌀을 팔아 놓으라 하셨더니 경석이 그 돈을 사사(私事)로 써버린지라 그 뒤에 천사께서 오사 부인에게 물어 가라사대 「쌀을 많이 팔았느냐」부인이 대하여 가로대「알지 못하나이다」천사 경석을 불러 물어 가라사대 「일전(日前)에 새올서 네게 돈을 주며 쌀을 팔라하였더니 매씨(妹氏)에게 그 말을 고(告)하지 아니하였느냐」경석이 대하여 가로대 「고하지 아니하였나이다」하거늘 이 뒤로는 천사께서 모든 일을 경석에게 부탁하지 아니하시고 바로 부인과 의논하여 조처(措處)하니라

 

70 삼월에 구릿골에 이르사 형렬에게 명하여 가라사대 태인에 가서 신경원과 최내경을 데리고 백암리 최창조의 집에 가서 일찍 준비하여 둔 옷 한벌을 세사람이 한가지 씩 나누어 입고 돝 한 마리를 잡아서 삶아 익힌 뒤에 오늘저녁 인적(人跡)이 그치기를 기다려서 그 집 정문밖에 땅을 파고 그 앞에 청수 한 그릇과 화로(火爐)를 놓고 깨끗한 그릇에 호주(胡酒)와 문어와 돼지고기를 넣고 그 위에 두부로 덮어 그 구덩이 속에 넣고 다시 한 사람은 저육(豬肉) 전야를 들어 청수와 화로를 넘기고 한 사람은 다시 받아서 구덩이 속에 넣은 뒤에 흙으로 덮으라 하여 자세히 일러주고 빨리 돌아오라 형렬이 명을 받들고 태인에 가서 일일이 지휘한 뒤에 빨리 돌아와 집에 이르니 밤이 깊고 검은 구름이 하늘을 덮어 소나기가 쏟아지며 우뢰와 번개가 크게 일어나는지라 천사 물어 가라사대 이 때쯤 일을 행하겠느냐 대하여 가로대 행할 때가 꼭 되었나이다 가라사대 변산(邊山)과 같은 큰 불덩이가 나타나 굴면 세계가 재가 될지라 그러므로 이제 그 불을 묻었노라

 

71 사월에 공신의 집 벽에 정의도(情誼圖)를 그려 붙이시고 구릿골로 돌아오신 뒤에 백남신(白南信)에게서 돈 천냥을 가져오사 김준상의 집에 방 한간을 수리하고 약방을 차리실 새 공우로 하여금 고부에 가서 장판을 사오라 하사 깔으시며 가라사대 이는 고부 선인포전(仙人布氈) 기운을 씀이로다 하시고 목수 이경문을 불러 약장(藥藏)과 궤(櫃)를 짜이심에 장광(長廣) 척촌(尺寸)과 짜는 방법을 낱낱이 가르치시고 기한을 정하여 주시며 그 기한을 넘기지 말라 하셨더니 목수가 기한에 마치지 못하거늘 천사 목수로 하여금 재목을 한곳에 모아 놓고 그 앞에 꿇어 앉게 하신 뒤에 기한 넘겼음을 꾸짖으시며 한 봉서(封書)를 주어 불사르시니 문득 번개가 번쩍이는지라 목수가 몸을 떨며 땀을 흘리더라 다시 명하사 속히 짜라 하시니 목수가 손이 떨리는 증수(症杜)가 나서 한달이 넘은 뒤에야 비로소 마치거늘 천사 목수에게 일러 가라사대 약장에 번개가 들어야 하리니 너는 몸을 정히 씻고 의관을 정제하여 청수 한 그릇을 약장 앞에 놓은 뒤에 성심(誠心)으로써 절하라 하심에 목수가 명하신 대로 하니 문득 맑은 하늘에 번개가 크게 치는지라 약장과 궤를 약방에 들여놓은 뒤에 갑칠을 명하사 날마다 이른 아침에 방을 깨끗이 쓸게 하시며 문을 닫고 사람의 출입을 금하시고 스무하루를 지낸 뒤에 비로소 방을 쓰실 새 통감(通鑑) 서전(書傳) 주역(周易) 각 한 질(秩)과 철연자(鐵硏子) 삭도(削刀) 등 모든 약방기구를 장만하여 두시고 가라사대 주역은 개벽할 때 쓸 글이니 주역을 보면 내 일을 알리라 하시니라

 

72 이 뒤에 전주 용머리 고개에 이르사 공우에게 일러 가라사대 천지에서 약기운이 평양으로 내렸으니 내일 평양에 가서 약재를 사오라 공우 대답하고 행장(行裝)을 수습(收拾)하여 다시 명령이 있기를 기다리더니 이날 밤에 글을 써서 불사르시며 가라사대 평양서 약기운이 전주로 왔도다 하시고 김병욱을 불러 약 삼백냥 어치를 사오라 하시니라 수일 후에 구릿골로 돌아오사 밤나무로 약패(藥牌)를 만들어 패면(牌面)에 「광제국(廣濟局)」이라 각(刻)하여 글자 획(劃)에 경면주사(鏡面朱砂)를 바르신 뒤에 공우에게 명하여 가라사대 이 약패를 원평 길거리에 붙이라 공우 대답하고 원평으로 가려 하거늘 물어 가라사대 이 약패를 붙일 때에 경관(警官)이 물으면 어떻게 대답하려하느뇨 공우 대하여 가로대 만국의원(萬國醫院)을 설립하여 죽은 자를 다시 살리며 눈먼자를 보게하며 앉은뱅이를 걷게하며 그 밖에 모든 병을 대소(大小) 물론(勿論)하고 다 낫게 하노라 하겠나이다 가라사대 네 말이 옳으니 그대로 하라 하시고 약패를 불사르시니라

 

73 약장은 아래에 큰 칸을 두고 그 위에 빼닫이 세칸이 가로있고 또 그위에 내려 셋 가로 다섯 합하여 열다섯 빼닫이칸이 있는데 한가운데 칸에 「단주수명(丹朱受命)」이라 쓰시고 그 속에 목단피(牧丹皮)를 넣고 또 「열풍뇌우불미(烈風雷雨不迷)」라 쓰시고 또 태을주(太乙呪)를 쓰셨으며 그 윗칸에는 천화분(天花粉) 아랫칸에는 금은화를 각각 넣고 양지(洋紙)를 오려서 칠성경(七星經)을 외줄로 내려쓰신 뒤에 그 끝에 「우보상최등양명(禹步相催登陽明)」이라 가로 써서 약장 위로부터 뒤로 넘겨서 내려붙였으며 궤 안에는 「팔문둔갑(八門遁甲)」이라 쓰시고 그 글자를 눌러서 「설문(舌門)」 두 자를 불 지짐 하신 뒤에 그 주위에 스물넉점을 붉은 물로 돌려 찍으시니라 전주로부터 약재를 가져올 때에 마침 비가 오거늘 가라사대 이는 약탕수(藥湯水)니라 하시니라

 

74 약재는 이상 세가지 이외에 또 스물네가지인데 당귀 천궁 백작약 숙지황 목과 오매 원지 석창포 독활 강활 창출 형개 방풍 길경 전호 백지 진피 고련근 갈근 목단피 감초 지각 양강 시호등 이러라 이 때에 응종이 여쭈어 가로대 시속에 약국에 인삼이 빠지지 아니한다 하는 데 어찌 인삼이 들지 아니하였나이까 천사 가라사대 삼정(蔘精)은 가는 곳이 있나니라 응종이 가로대 이디로 가나이까 가라사대 형렬에게로 가나니라

 

75 약방 벽 위에 「사농공상(士農工商) 음양(陰陽) 기동북이고수(氣東北而固守) 이서남이교통(理西南而交通)」과 그밖에 여러글을 많이 써 붙이시고 백지(白紙)로 배접(背接)한 뒤에 자현을 명하사 뜻가는대로 밥사발을 대고 배접한 곳에 오려떼니 음(陰)자가 나타나거늘 가라사대 정히 옳도다 음과 양을 말할 때에 음자를 먼저 읽나니 이는 지천태(地天泰)니라 또 가라사대 약장은 곧 안장농(安葬籠)이며 또 신주독(神主櫝)이니라 또 가라사대 이 종이를 뜯을 날이 속히 이르러야 하리라 하시니라 이 뒤에 대흥리에 가사 고부인에게 일러 가라사대 약장은 곧 네 농(籠)바리가 되리라 하시니라

 

76 하루는 약방 후원(後園)에 청죽(靑竹) 십여주를 친히 심으신 뒤에 약방에 갖추어둔 모든 물목(物目)을 기록하여 공우와 광찬을 주시며 가라사대 이 물목기(物目記)를 금산사(金山寺)에 가지고 가서 그 곳에 봉안(奉安)한 석가 불상을 향하여 마음으로 업어다가 마당 서편으로 옮겨 세운다는 생각을 하면서 불사르라 하시니 두사람이 금산사에 가서 명하신대로 행하니라 이로부터 몇해 후에 금산사를 중수(重修)할 때에 석가 불전을 마당 서편으로 옮겨 세우니 미륵전(彌勒殿) 앞이 넓어지니라

 

77 하루는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중천신(中天神)은 후사(後嗣)를 두지 못한 신명이요 황천신(黃泉神)은 후사를 둔 신명이라 중천신은 의탁(依託)할 곳이 없으므로 황천신에게 붙어서 물밥을 얻어 먹어왔나니 그러므로 원한을 품었다가 이제 나에게 하소연을 하니 이로부터는 중천신에게 복을 맡기어 사(私)가 없이 고르게 낳게 하려 하노라

 

78 하루는 여러날 동안 글을 쓰신 양지(洋紙)로 크게 권축(卷軸)을 만드신 뒤에 광찬 형렬 갑칠 윤근 경학 원일등에게 명하여 가라사대 방안에서 문을 닫고 이 글축(軸)을 화로에 불사르되 연기가 방안에 차게하여 다 사른 뒤에 문을 열라 일을 하려면 화지진(火地進)도 하여야 하나니라 여러 사람이 명하신 대로 함에 연기가 방안에 가득차서 숨을 통하기 어려우므로 윤근과 원일은 밖으로 나가고 남은 사람은 다 타기를 기다려서 문을 여니라

 

79 하루는 응종이 이르거늘 천사 가라사대 황천신이 이르니 황건역사(黃巾力士)의 숫(數)대를 불살으리라 하시고 갑칠을 명하사 짚 한뭇을 물추겨 잘라서 숫대를 만들어 화로에 불사르시니라

 

80 하루는 백암리 창조의 집에 계실 새 창조를 명하사 포대를 지어서 벼 서말과 짚재를 섞어 넣은 뒤에 응종에게 일러 가라사대 이 포대를 가지고 네 집에 가서 항아리에 물을 붓고 그 속에 담거두고 날마다 한번씩 둘러 저으며 또 식혜 일곱 사발을 빚어 넣으라 내가 사흘 후에 네 집에 가리라 응종이 명을 받고 돌아가서 포대(布袋)를 물에 담거두고 날마다 한번씩 둘러 저으니 물빛이 잿빛이 되고 하늘도 또한 사흘 동안을 잿빛이 되어 햇빛이 나지 아니하더라

 

81 사흘 후에 응종의 집에 이르사 가라사대 이제 산하대운(山河大運)을 거두어 돌리리라 하시고 이날 밤에 백지로 고깔을 만들어 응종의 머리에 씌우고 포대에 넣었던 벼를 꺼내어 그 집 사방에 뿌리며 백지 일백이십장과 양지 넉장에 글을 써서 식혜에 버무려서 밤중에 인적이 없을 때를 타서 시궁 흙에 파묻고 고깔 쓴 대로 세수(洗手)하라 하시니 응종이 명하신 대로 함에 문득 양미간(兩眉間)에 콩알과 같은 사마귀가 생겨나서 손에 거치더라 이튿날 아침에 벼 뿌리던 곳을 두루 살피니 하나도 남아 있는 것이 없더라

 

82 하루는 공우에게 마음으로 속 육임(六任)을 정하라 하시거늘 공우 마음으로 육임을 생각하여 정할 새 한 사람을 생각하니 문득 불가하다 하시거늘 이에 다른 사람으로 바꾸어 정하였더니 이날 저녁에 이 여섯 사람을 부르사 하여금 밤중에 등불을 끄고 방안에서 돌아다니면서 시천주를 읽게 하시니 문득 한 사람이 꺼꾸러지거늘 여러 사람이 놀래어 읽기를 그치니 가라사대 놀래지 말고 계속하여 읽으라 하신지라 다시 계속하여 한 식경을 지낸 뒤에 읽기를 그치고 불을 밝히니 손병욱이 꺼꾸러져 죽었는지라 가라사대 병욱에게 손병희의 기운을 보았더니 이기지 못한다 하시며 물을 머금어서 얼굴에 뿜으시니 병욱이 경우 정신을 돌리거늘 불러 가라사대 나를 부르라 하시니 병욱이 목안 소리로 겨우 천사를 부르니 곧 기운이 회복되는지라 이에 일러 가라사대 시천주에 큰 기운이 박혀있도다 또 가라사대 너를 그대로 두었더면 밭두둑 사이에 엎드려져서 우마(牛馬)에게 밟힌 바가 되었으리라 또 가라사대 이 뒤에 괴이(怪異)한 병이 온 세계를 엄습(掩襲)하여 몸 돌이킬 틈이 없이 이와같이 사람을 죽일 때가 있으리니 그 위급한 때에 나를 부르라 하시니라 속 육임을 정할 때에 불가하다고 말씀하던 사람은 수일 후에 죽으니라

 

83 오월에 고부 와룡 문공신의 집에 계실 새 김경학이 와 뵈이니 경학에게 일러 가라사대 내일 일찍 태인 살포정에서 만나자 하시거늘 경학이 집으로 돌아갔다가 이튿날 조반(朝飯) 후에 살포정에 이르니 그 주막에서 행객(行客) 두사람이 싸우고 있고 천사께서는 큰 길가 높은 등에 돌아앉으셨거늘 경학이 올라가서 인사를 드리니 천사께서 대답하실 뿐이오 여전히 돌아않으사 노기(怒氣)를 띄고 계신지라 경학은 무슨 일인지 알지 못하여 황공(惶恐)한 마음으로 모시고 섰을 따름이더니 이윽고 천사께서 싸우던 자들을 향하여 그만두라고 말씀하시니 그 사람들이 곧 싸움을 그치고 갈려 가는지라 경학이 여쭈어 가로대 어떠한 사람들이 싸웠나이까 가라사대 우리 국운을 위하여 정씨(鄭氏)를 없이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에서 정씨의 노래가 끊어지지 아니하니 혹시 이씨(李氏)가 정씨의 화를 받을 염려가 있겠으므로 이제 그 살을 풀기 위하여 이씨 기운을 돋우고 정씨의 기운을 꺾어버리는 공사를 보았노라 하시니라

 

84 하루는 태인 살포정에서 경학의 말을 타고 가실새 그 마부 총각이 다른 총각 두사람을 상대하여 서로 머리채를 잡고 발길로 차며 싸우니 천사 문밖에서 노기를 띄고 계신지라 경학이 뒤쫓아 와서 싸움을 말려서 마부와 다른 총각은 떼어 보냈으나 한 총각은 가지않고 폭언(暴言)을 연발(連發)하고 있거늘 천사 술 한잔을 주어 보내시니라 그 뒤에 공우가 그 사유(事由)를 물으니 가라사대 이씨와 일본 왕과의 싸움을 부쳤더니 이씨가 패하였다 하시니라

 

85 김경학에게 물어 가라사대 십인적(十人敵)이면 왕이 되겠느냐 경학이 대하여 가로대 적(敵)의 뜻을 모르겠나이다 천사 가라사대 일적(一敵)이 열 사람이니라 경학이 대하여 가로대 십인적이면 왕이 되지 못하겠나이다 또 물어 가라사대 백인적이면 어떠하겠느냐 대하여 가로대 그도 불가하나이다 천인적이면 어떠하냐 그도 불가하나이다 만인적이면 어떠하냐 그도 불가하나이다 십만인적이면 어떠하냐 경학이 이에 대하여 가로대 십만인 적이면 가하나이다 천사 이에 글을 쓰사 불살으시니라

 

86 하루는 유찬명으로 하여금 권지에 이십팔수자(二十八宿字)를 좌로부터 횡서(橫書)한 후에 끊어서 자로 재이니 일척(一尺)이 차거늘 이에 불사르시니라

 

87 유월에 대흥리에 계실 새 공우를 명하사 각처에 순회하여 종도들로 하여금 스무하루 동안을 잠자지 말고 새벽에 한시간씩만 자라 하시니라 경석이 여러날 동안 자지 못하여 심히 피곤하더니 밖에 나갔다가 들어오는 길에 문앞 모시밭가에 이르러 혼도하거늘 천사 가라사대 천자(天子)를 도모(圖謀)하는 자는 다 죽으리라 하시니라

 

88 하루는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이제 천하에 수기(水氣)가 말랐으니 수기를 돌리리라 하시고 뒷산 피난동 안씨 재실(齋室)에 가사 그 앞 우물을 대가지로 한번 저으시고 가라사대 음양이 고르지 못하니 재실에 가서 연고를 물어오라 내성이 대답하고 들어가서 물으니 사흘전에 재직(齋直)이는 죽고 그 아내만 있거늘 돌아와서 아뢴대 가라사대 다시 행랑(行廊)에 가보라 딴 기운이 고이고 있도다 내성이 행랑에 들어가보니 봇짐장수 남녀 두사람이 들어있거늘 돌아와서 아뢴대 이에 재실 대청(大廳)에 오르사 여려사람들로 하여금 서쪽하늘을 바라보고 만수(萬修)를 크게 부르게 하시며 가라사대 이 가운데 수운가사(水雲歌詞)를 가진 자가 있으니 가져오라 과연 한 사람이 가사를 내어 올리고 물러가거늘 그 책 중간을 펴 드시고 한 절을 읽으시니 하였으되 「시운(詩云) 벌가벌가(伐柯伐柯)여 기측불원(基則不遠)이라 내 앞에 보는 것을 어길 바 없지마는 이는 도시(都是) 사람이요 부재어근(不在於近)이라 목전지사(目前之事) 쉽게 알고 심량(深量)없이 하다가서 말래지사(末來之事) 같잖으면 그 아니 내 한(恨)인가」라 하니라 처음에 가는 소리로 한번 읽으시니 맑은 날에 문득 뇌성(雷聲)이 일어나거늘 다시 크게 읽으시니 뇌성이 대포소리와 같이 일어나서 천지진동하며 또 지진이 일어나서 여러 사람이 정신을 잃고 엎드러지거늘 내성을 명하사 각기 일으키니라

 

89 하루는 경석의 집 서쪽 벽에 이십사장(二十四將)과 이십팔장(二十八將)을 써 붙이시고 공우의 왼팔을 잡으시며 소리를 높여 만국대장(萬國大將) 박공우라고 부르시니라 이 뒤로 공우 어디를 심부름 가든지 문밖에 나서면 어디선가 방포성(放砲聲)이 나더라

 

90 하루는 태인 새올서 백암리로 가살때에 공우가 모셨더니 문득 관운장(關雲長)의 얼굴로 변하사 돌아보시며 물어 가라사대 내 얼굴이 관운장의 얼굴과 같으냐 하시니 공우는 어떻게 대답하는 것이 좋을지 몰라서 알지 못한다고 대답하니 그와같이 세 번을 물으시므로 이에 대답하여 가로대 관운장과 흡사(恰似)하나이다 하니 그 뒤로는 본 얼굴로 회복하시고 경학의 집에 이르러 공사를 행하시니라

91 하루는 구릿골에 계실새 한공숙이 이르거늘 친히 술을 부으사 공숙에게 주시며 가라사대 내 일을 많이 하였으니 술을 마시라 공숙이 대하여 가로대 선생의 일을 한바가 없나이다 가라사대 한 일이 있느니라 공숙이 덩둘하여 술을 받아 마시고 한참 앉았다가 여쭈어 가로대 간밤 꿈에는 한 일이 있었나이다 가라사대 꿈에 한 일도 또한 일이니라 여러사람이 공숙에게 그 꿈을 물으니 가로대 선생이 내 집에 이르사 천하 호구(戶口)를 성책(成冊)하여 오라 하시므로 대답하고 오방신장(五方神將)을 불러서 성책하여 올림에 선생이 받아들이신 것을 보았노라 하더라

 

92 하루는 「천지대팔문(天地大八門) 일월대어명(日月大御命) 금수대도술(禽獸大道術) 인간대적선(人間大積善) 시호시호귀신세계(時乎時乎鬼神世界)」라 써서 공우를 주사 신경수의 집 벽에 붙이라 하시며 가라사대 경수의 집에 수명소(壽命所)를 정하노니 너희들은 모든 사람을 대할 때에 그 장처(長處)만 취(取)하여 호의(好意)를 가질 것이요 혹 단처(短處)가 보일지라도 잘 용서하여 미워하는 마음을 두지 말라 하시니라 이때에 공우는 신경수 집에 함께 사는 고로 공우가 시키심이러라 또 형렬에게 일러 가라사대 법이란 것은 서울로부터 비롯하여 만방(萬方)에 펴 내리는 것이므로 서울경(京)자 이름가진 사람의 기운을 써야 할지라 그러므로 경수의 집에 수명소를 정하노라 하시고 인(因)하여 경학의 집에 대학교(大學校)를 정하시고「다유곡기횡이입(多有曲岐橫易入) 비무탄로정난심(非無坦路正難尋)」이라 써서 벽에 붙이라 하시고 경원의 집에 복록소(福祿所)를 정하시니라

 

93 하루는 「천하자기신고부운회(天下自己神古阜運回) 천하음양신전주운회(天下陰陽神全州運回) 천하통정신정읍운회(天下通情神井邑運回) 천하상하신태인운회(天下上下神泰仁運回) 천하시비신순창운회(天下是非神淳昌運回)」라 써서 불사르시고 또 가라사대 회문산에 이십사혈(穴)이 있고 변산에 이십사혈이 있어 각기 사람의 몸에 이십사추(二十四椎)를 응하여 큰 기운을 간직하였으니 이제 회문산은 산군(山君) 변산은 해왕(海王)의 도수로 정하여 천지공사에 그 기운을 쓰노라 하시니라

 

94 하루는 형렬에게 일러 가라사대 내가 이제 화둔(火遁)을 묻었노니 너의 집에 불을 조심하라 만일 너의 집에서 불이 나면 화신(火神)이 세력을 얻어 온 세계에 큰 재앙을 끼치리라 형렬이 놀래어 집안 사람들을 단속하여 종일토록 불을 조심하니라

 

95 하루는 내성을 명하사 몽둥이로 마루장을 치며 이제 병독(病毒)에 걸린 인류를 건지려면 일등박문(一等方文)이 여기 계신데 이등박문(二等方文)이 어찌 머리를 들리오 하여 꾸짖으라 하시니라 이 뒤에 안중근이 할빈에서 이등박문(伊藤博文)을 쏘아 죽이니라

 

96 하루는 구릿골에서 밤중에 글을 쓰시며 보경을 명하여 가라사대 동쪽 하늘에 별이 나타났는가 보라 보경이 밖에 나가서 우러러보고 대하여 가로대 검은 구름이 하늘을 가리워서 별이 보이지 아니하나이다 천사 문을 열고 동쪽 하늘을 향하여 입으로 한번 부시니 구름이 흩어지고 별이 나타나니라

 

97 팔월 열 여드렛날 저녁에 천사께서 말을 타고 대흥리에 오사 곧 안중선, 차윤경을 불러 명하여 가라사대 「이 길로 구릿골로 가서 일등 교자(轎子)와 일등 하인(下人)을 구하야 날 밝기 전에 당하여 오라 내일 부인을 데리고 구릿골로 이사하리라」하시니 두사람이 명을 받고 곧 떠나니라 이튿날 아침에 천사께서 부인에게 일러 가라사대「네가 구릿골로 가면 네몸이 부서질 것이요 이곳에 있으면 네 몸이 크리니 이곳에 있는 것이 옳으니라」하시고 홀로 떠나사 살포정에 이르러 교자를 만나매 드디어 말을 버리고 교자에 바꾸어 타시고 구릿골로 가시니라

 

98 구월에 천사 양지 일곱조각에 각가「병자기이발(病自己而發) 장사병쇠왕관대욕생양태포(葬死病衰王冠帶浴生養胎胞)」라 써서 봉하여 형렬을 주시며 가라사대 전주에 가서 아무아무 일곱사람에게 나누어 주고 돌아오라 종도들이 그 글 뜻을 묻거늘 가라사대 이제 말하여도 모를 것이오 성편(成編)한 뒤에는 스스로 알게 되리라 형렬이 명을 받고 전주에 이르러 김낙범, 김병욱, 김광찬, 김준찬, 김윤근 다섯 사람에게 나누어 주고 그 밖에 두 사람을 만나지 못하여 전하지 못하고 돌아오니 천사 기다려서 전하지 아니하였음을 꾸짖으시니라

 

99 시월에 낙범을 명하사 백미 스무말을 약방에 들여두었더니 형렬이 마침 양식이 떨어져서 갑칠로 하여금 그 쌀에서 반말을 갈라내었더니 천사 알으시고 꾸짖으시니라

 

100 시월에 천사께서 구릿골로부터 대흥리에 오시어 종도들과 함께 밖에 나가사 무를 뽑아 나누어 먹으시며 내일 고부인을 구릿골로 데려가실 의논을 하시고 들어오사 부인에게 일러 가라사대 「내 털토수와 남바우를 네가 쓰고 우리 둘이 걸어갈지라 우리가 그렇게 걸어서 곳곳을 구경하며 가면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부러워하여 말하기를 저 양주(兩主)는 둘이 똑같아서 천정연분(天定緣分)이로다 하리니 세상사람들은 우리를 구경하고 우리는 세상사람을 구경하며 슬슬 걸어가는 것이 좋으리라」하시더니 그 이튿날 말씀치 아니하시니라

 

101 이달에 고부(古阜) 와룡리(臥龍里)에 이르사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이제 혼란한 세상을 바루려면 황극신(皇極神)을 옮겨와야 하리니 황극신은 청국(淸國) 광서제(光緖帝)에게 응기(應氣)되어 있느니라” 하시고 또 가라사대 “황극신이 이땅으로 옮겨오게 될 인연은 송우암(宋尤庵)이 만동묘(萬東廟)를 세움으로부터 시작되었느니라” 하시고 종도들을 명하사 밤마다 시천주(侍天呪)를 읽게 하시되 친히 곡조(曲調)를 먹이사 며칠을 지난 뒤에 가라사대 “이 소리가 운상(運喪)하는 소리와 같도다” 하시고 또 가라사대 “운상하는 소리를 어로(御路)라 하나니 어로는 곧 임금의 길이라 이제 황극신의 길을 틔웠노라” 하시고 문득 “상씨름이 넘어간다”고 외치시더니 이때에 청국 광서제가 죽으니라 인하여 세계일가(世界一家) 통일정권(統一政權)의 공사(公事)를 행하실새 제자들을 앞에 엎드리게 하시고 일러 가라사대 “이제 만국제왕(萬國帝王)의 기운을 걷어 버리노라” 하시더니 문득 구름과 같은 이상한 기운이 제왕의 장엄(莊嚴)한 거동의 모양을 이루어 허공(虛空)에 벌려 있다가 이윽고 사라지니라

 

102 와룡리 신경수의 집에서 공우에게 물어 가라사대 너의 살과 나의 살을 떼어서 쓸곳이 있으니 너의 뜻이 어떠하뇨 대하여 가로대 쓸 곳이 있으시면 쓰시옵소서 하였더니 그 뒤로 떼어 쓰신 일은 없으나 익일(翌日)부터 천사의 용모(容貌)와 공우의 용모가 심히 수척(瘦瘠)하여 지는지라 공우 여쭈어 가로대 살을 떼어 쓰신다는 말씀만 하시고 행치는 아니 하셨는데 그 뒤로 선생과 저의 용모가 함께 수척하여짐은 무슨 연고이니까 천사 가라사대 살은 이미 떼어 썼느니라 묵은 하늘이 두 사람의 살을 쓰려하거늘 만일 허락하지 아니하면 이는 배은(背恩)이 되는 고로 허락한 것이로다 하시니라

 

103 하루는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범의 성질이 너무 사나웁다 하므로 내가 그 성질을 알아보려고 일찍 손바래기 뒷산에서 호둔(虎遁)을 하여 보았더니 일체(一切) 인류(人類)가 개나 도야지와 같이 보이니 범을 그대로 두면 인간에 작해(作害)가 많겠으므로 종자(種子)만 남겨두고 없이 하여버렸노라

 

104 하루는 공사를 보실때에 글을 써서 불사르며 가라사대 이는 천지귀신축문(天地鬼神祝文)이니라 하시니 이러하니라 「천지귀신축문(天地鬼神祝文) 소원인도(所願人道) 원군블군 원부불부 원사불사(願君不君 願父不父 願師不師) 유군무신 기군하립(有君無臣 其君何立) 유부무자 기부하립(有父無子 其父何立) 유사무학 기사하립(有師無學 其師何立) 대대세세 천지귀신수찰(大大細細 天地鬼神垂察)」

 

105 하루는 원일과 덕겸에게 명하여 가라사대 너희 두 사람이 덕찬의 모방(房)을 치우고 이레 동안을 한 도수로 하여 문밖에 나가지 말고 중국일을 가장 공평하게 재판하라 이 재판으로 중국일이 결정되리라 두 사람이 명하신 대로 이레동안 전심으로 연구하더니 이레가 지난 뒤에 원일을 불러 불어 가라사대 중국 재판(裁判)을 어떻게 하였느냐 대하야 가로대 청조(淸朝)가 실정(失政)하고 열국(列國)의 침략을 당하여 백성이 의지할 곳이 없사오니 이는 하늘이 주는 기회라 선생의 무상(無上)한 권능으로 이를 평정(平定)하시고 제위(帝位)에 오르사이다 옛말에 천여불수(天與不受)면 반수기앙(反受基殃)이라 하였나이다 천사 대답치 아니하시고 다시 덕겸에서 물어 가라사대 너는 어떻게 재판하였느냐 덕겸은 이레동안 연구하여도 요령(要領)을 얻지 못하였더니 묻는 말씀에 문득 생각이 나서 대하여 가로대 물중지대(物重地大)하기 세계에 짝이없고 예악문물(禮樂文物)이 크게 발달되었던 대명제국(大明帝國)의 산하(山河)와 인민(人民)이 이적(夷狄)의 칭호(稱號)를 받던 청국(淸國)에게 정복되었으니 어찌 원한이 맺히지 아니하겠나이까 이제 그 국토와 주권을 회복하게 함이 옳을까 하나이다 천사 무릎을 치시며 칭잔하여 가라사대 네가 재판을 잘 하였도다 이 재판으로 인하여 중국이 회복되게 되리라 하시니 원일이 불평하여 가로대 이제 명나라 백성의 해원공사로 돌리면 우리나라 일은 어떻게 하려 하시나이까 가라사대 중국 인민이 부흥(復興)하여야 우리도 이어서 부흥하게 되리라 중국이 오랫동안 조선의 조공(朝貢)을 받아 왔으니 이 뒤로 스무다섯해 만이면 중국으로부터 보은신(報恩神)이 넘어오리라

 

106 하루는 천사 남(南)으로 향하여 누으시며 덕겸에게 일러 가라사대 내몸에 파리를 앉지 못하게 잘 날리라 하시고 잠들으사 반시간 쯤 지난 뒤에 덕찬이 덕겸을 불러 점심을 먹으라 하니 덕겸이 천사의 명령이 있음을 말하고 가지 아니하거늘 덕찬이 다시 가로대 잠들어 계시니 관계없다 하므로 인하야 모든 파리를 멀리 쫓고 발을 옮기려 할 새 천사 문득 일어나 앉으시며 가라사대 네가 밥얻어 먹으려 다니느냐 공사를 보는 중에 그런 법이 없나니 윤회(輪回)로 돌려먹으라 하시고 그 뒤에 덕겸과 겸상(兼床)하여 잡수신 후 양지에 무수히 태극(太極)을 그려 놓으시고 또 그 사각(四角)에 다른 글자를 쓰신 후 덕찬에게 동도지(東桃枝)를 꺽어오라 하사 덕겸에게 일러가라사대 태극을 세는데 열번째에 가서는 동도지를 물고 세도록 하라 하시므로 그대로하여 다 세이니 사십구개러라 천사 가라사대 맞았다 하시며 또 가라사대 만일 잘못 세었으면 큰 일이 나느니라 하시며 동도지를 들으시고 큰소리를 지르신 뒤에 그 문축(文軸)을 약방으로 가져다 불사르시니라 그 뒤에 양지에 용(龍)자 한자를 써서 약방 우물에 넣으라 하사 그대로 하니 그 종이가 우물 속으로 들어가니라

 

107 하루는 공우를 명하사 고부에 가서 돈을 주선(周旋)하여오라 하시어 약방을 수리(修理)하신 뒤에 갑칠을 명하사 활 한 개와 화살 아홉 개를 만들어오라 하시고 공우로 하여금 지천(紙天)을 쏘아 맞히게 하신 뒤에 가라사대 이제 구천(九天)을 맞혔노라 하시고 또 가라사대 고부 돈으로 약방을 수리한 것은 선인포전(仙人布氈) 기운을 씀이로다

 

108 하루는 호(虎)담요를 펴 놓으시고 가라사대 만물의 영장이 되는 사람이 짐승을 제어함이 옳거늘 이 짐승은 사람을 잡아먹으니 어찌 변괴(變怪)가 아니리요 그 악기(惡氣)가 눈에 있으니 악기를 제하리라 하시고 붓에 먹을 묻혀 그 눈을 찍으시니라

 

109 하루는 약방에서 백지 한권을 가늘게 잘라서 풀을 붙여 이은 뒤에 한 끝은 사립문에 한 끝은 집 앞 감나무에 맞추어 떼어서 한 끝을 약방 문구멍으로 꿰어서 방안에서 말아 감으시며 원일로 하여금 청솔가지로 불을 때어 부채로 부치게 하시니 집이 크게 흔들리므로 종도들이 모두 놀래어 문밖으로 뛰어 나가더라 감기를 다하여 측간(厠間) 붓고개에 달아매고 불을 피우라 하시고 경학을 명하여 빗자루로 부치라 하사 측간이 다 타지니 가라사대 종이가 덜 탔는가 보라 하시거늘 자세히 살피니 과연 한조각이 측간 옆 대밭 댓가지에 걸려서 남아있는지라 그대로 아뢰니 속히 태우라 하시거늘 명하신대로 하니 하늘을 우러러 보시며 가라사대 속하다 하시거늘 모두 우러러보니 햇머리가 서 다가 한쪽이 터졌더니 그 남은 종이 조각이 탐을 따라 햇머리가 완전히 잇대어 서는지라 가라사대 이는 기차 기운을 돌리는 일이로다

 

110 하루는 창조의 집에 계실 새 짚을 물축여 상투모양으로 맺기도 하고 풀기도 하시며 가라사대 머리를 깎으리니 가위를 가져오라 하시고 글을 써서 불사르신 뒤 그 짚을 땅에 묻으시니라

 

111 최창조의 집에서 종도 수십인을 둘러 앉히시고 각기 글 석자씩을 부르라 하시니 천자문의 처음부터 부르기 시작하여 덕겸이 일자까지 부르니 가라사대 덕겸은 일본왕도 좋아 보이는 가 보다 하시며 남을 따라 부르지 말고 각기 제 생각대로 부르라 하시니라 그 다음날 밤에 담배대 진을 쑤셔내시며 덕겸으로 하여금 한번 잡아 놓치지말고 뽑아내어 문밖으로 내어버리라 하시거늘 명하신 대로 하니 온 마을의 개가 일시에 짖는지라 덕겸이 여쭈어 가로대 어찌 이렇듯 개가 짖나이까 가라사대 대신명(大神明)이 오는 까닭이니라 가로대 무슨 신명이니까 가라사대 시두(時痘) 손님이니 천자국(天子國)이라야 이 신명이 들어오느니라 하시니라

 

112 하루는 양지책(洋紙冊)에 글을 무수히 써서 한자씩 떼이사 종도들로 하여금 마음대로 무수히 찢게 하신 뒤에 한조각씩 세어서 불사르시니 모두 삼백여든세조각이라 가라사대 한 조각이 부족하니 자세히 찾으라 하시거늘 두루찾으니 사람 그린 한조각이 요밑에 들어 있는지라 이에 마저 불사르시며 가라사대 이것이 곧 황극수(皇極數)라 당요(唐堯) 때에 나타났던 수가 이제 다시 나타나도다 하시니라

 

113 하루는 등불을 처마에 달고 공사를 행하실 때에 가라사대 오랜만에 어렵게 빠져 나오도다 하시고 글을 쓰시니 이러하니라 「면분수구심생신(面分雖舊心生新) 지원급사속망망(只願急死速亡亡) 허면허소거래간(虛面虛笑去來間) 불토심정견여의(不吐心情見汝矣) 세월여유검극중(歲月汝遊劒戟中) 왕겁망재십년호(往劫忘在十年乎) 부지이지지부지(不知而知知不知) 엄상할설대흥로(嚴霜寒雪大鴻爐)」

 

114 동짓달에 고부 와룡리에 이르사 신경수의 집에 머무르시며 벽 위에 글을 써 붙이시니 이러하니라 (정의도)

 

115 동짓달 스무 여드렛날 천사 정읍대흥리 차경석의 집에 이르사 포정소(布政所)를 정하시고 공사를 행하시니 대개 아래와 같으니라

 

116 하루는 천사께서 마당에 말(斗)을 엎어놓고 그 위에 요를 깔고 왼손에 칼과 오른손에 망치를 들고 앉으사 부인으로 하여금 땅에 앉게 하신 뒤에 말을 가리키시고 다시 부인으로 하여금 칼과 망치를 들고 말 위에 앉게 하시고 천사께서 땅에 앉으사 부인에게 말을 가리키시니라

 

117 하루는 천사께서 남(南)을 등지고 북(北)을 향하여 서시고 부인으로 하여금 북을 등지고 남을 향하여 서게 하신뒤에 그 가운데 술상을 차려놓게 하시고 무수히 글을 써서 술상 위에 놓으시고 부인과 함께 서로 절하시니라

 

 

118 하루는 양지에 이십사방위자(二十四方位字)를 둘러쓰시고 중앙에 「혈식천추도덕군자(血食千秋道德君子)」라 쓰신 뒤에 가라사대 천지가 간방(艮方)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하나 그것은 그릇된 말이요 이십사방위에서 한꺼번에 이루어졌느니라 하시고 또 가라사대 이 일은 남조선(南朝鮮) 배질이라 혈식천추도덕군자의 신명이 배질을 하고 전명숙이 도사공(都擄工)이 되었느니라 이제 그 신명들에게 어떻게 하야 만인에게 앙모(仰慕)를 받으며 천추에 혈식을 끊임없이 받아오게 된 까닭을 물은즉 모두 일심(一心)에 있다고 대답하니 그러므로 일심을 가진 자가 아니면 이 배를 타지 못하리라 하시고 모든 법을 행하신 뒤에 불사르시니라

 

119 하루는 공사를 행하실 새 글을 쓰시며 가라사대 이것은 체면장(體面章)이니라 하시니 이러하니라

유세무신십이월칠일(維歲戊申十二月七日)

도술(道術) 감소고우(敢昭告于)

황공복지문안(惶恐伏地問安) 기체후만사불충불효무서신(氣體候萬死不忠不孝無序身) 읍축어군어부어사(泣祝於君於父於師) 기체후대안(氣體候大安) 천만복망복망(千萬伏望伏望)

 

120 하루는 여러 종도들에게 소원을 물으시고 다시 경석에게 물으시니 경석은 열지(裂地)를 원하거늘 가라사대 너는 병부(兵部)가 마땅하니라 하시니 경석이 불쾌히 여기는지라 천사 일러 가라사대 직신(直臣)이 아니면 병권을 맡기기 어려우므로 이제 특히 네게 맡기노라 하시니라

 

121 섣달 스무날 종도들에게 이십사절후(二十四節候)를 읽히시고 밤중에 경석의 집 앞 버드나무 밑에 벌려 세우시고 북쪽을 향하여 휘파람을 부시니 문득 방장산으로부터 실구름 한줄기가 일어나서 사방을 둘러 문턱 모양을 이루거늘 천사 훈계(訓戒)하여 가라사대 곤(梱) 이내(以內)는 짐(朕)이 제지(制之)하고 곤(梱) 이외(以外)는 장군이 제지하라 하시니라

 

122 하루는 종도들에게 명하사 과거의 모든 명장(名將)을 써들이라 하시니 경석이 여쭈어 가로대 창업군주(創業君主)도 명장이 되겠나이까 가라사대 그러하니라 경석이 모든 창업군주와 명장을 낱낱이 기록하고 맨 끝에 전명숙을 써서 올린데 가라사대 왜 전명숙은 맨 끝에 썼느냐 경석이 대하여 가로대 왼편으로부터 보시면 전명숙이 첫머리가 되나이다 천사 가라사대 네 말이 옳도다 전명숙은 진실로 만고(萬古) 명장이라 백의한사(白衣寒士)로 일어나서 능히 천하를 움직였느니라 하시니라

 

123 하루는 경석에게 일러 가라사대 전날에는 네가 나의 말을 쫓았거니와 이 공사에는 내가 네 말을 쫓으리니 모든 일을 묻는대로 잘 생각하여 대답하라 하시고 물어 가라사대 서양사람이 발명한 모든 문명이기(文明利器)를 그대로 두어야 옳으냐 거두어버려야 옳으냐 대하여 가로대 그대로 두는 것이 인간생활에 이로울 듯 하나이다 천사 가라사대 네 말이 옳으니 그들의 문명이기가 하늘로 부터 내려온 것이니라 하시고 또 여러 가지를 물으신 뒤에 공사로써 결정하시니라

 

124 하루는 고 부인으로 하여금 춤추게 하시고 친히 장고를 치사 가라사대 이것이 천지굿이니 너는 천하일등무당(巫堂)이요 나는 천하일등재인(才人)이라 이당(黨) 저당 다 버리고 무당의 집에서 빌어야 살리라 하시고 인하여 무당도수를 붙이시니라

 

125 하루는 종이 서른장되는 양지책에 전(前) 열다섯장에는 면(面)마다 「배은망덕만사신(背恩忘德萬死身) 일양시생(一陽始生)」이라 쓰시고 뒤 열다섯장에는 면마다 「작지부지성의웅약(作之不止聖醫雄藥) 일음시생(一陰始生)」이라 쓰신 뒤에 경면주사(鏡面朱砂) 가루와 보시기 한 개를 놓고 광찬에게 일러 가라사대 이 일은 살길과 죽을길을 결정하는 것이니 잘 생각하여 말하라 광찬이 여쭈어 가로대 선영신(先靈神)을 부인(否認)하거나 박대(薄待)하는 자는 살 기운을 받기 어려울 것이로소이다 천사 한참 생각하시다가 가라사대 네 말이 옳도다 하시고 보시기를 종이로 싸서 주사 가루를 묻혀가지고 책장마다 찍어돌리시며 가라사대 이것이 마패(馬牌)니라 하시니라

 

126 하루는 차윤경에게 일러 가라사대 저녁에 여덟사람을 얻어서 너의 집에 모아놓고 나에게 알리라 윤경이 명하신대로 여덟사람을 약속하여 집에 모이게 하였더니 문득 아홉사람이 모이게 된지라 윤경이 천사께 사유를 고하니 가라사대 무방하니 한사람은 나의 시종으로 쓰리라 하시고 윤경의 집에 이르사 등불을 끄신 뒤에 천사께서 한 사람을 데리고 중앙에 서시고 여덟사람을 팔방으로 벌려 세우신 뒤에 건감간진손이곤태(乾坎艮震巽離坤泰)를 외우게 하시고 방관(傍觀)한 종도 이십여인으로 하여금 각기 정좌(定座)케하여 따라 외우게 하사 밤이 깊어서 그치게 하신 뒤에 불을 켜시고 그 사람들에게 각가 훈계하신 뒤에 한편 눈이 먼 차공숙에게 일러 가라사대 너는 통제사(統制使)라 연중(年中) 삼백육십일을 맡았나니 돌아가서 삼백육십인을 구하여오라 이 일은 곧 팔봉(八封)을 맡기는 공사니라 공숙이 명을 받들고 돌아가서 수일 후에 한사람을 데리고 오거늘 천사께서 그 직업을 물으시니 농사에 전력(專力)하여 다른 출입이 없고 다만 추수후에 한번 시장출입이 있을 따름임을 아뢴데 가라사대 참으로 순민(淳民)이로다 하시고 정좌(定座)하여 잡념을 두지말라 하신 뒤에 윤경에게 밖에 나가 구름이 어느 곳에 있는가 보라 하시니 윤경이 나가 살핀즉 하늘이 맑고 오직 천사 계신위에 돈잎만한 구름 한점이 떠 있을 뿐이어늘 윤경이 그대로 하뢰니 가라사대 다시 나가서 그 구름이 어디를 향하여 펴이는가 보라 윤경이 다시 나가보니 벌써 구름이 온 하늘을 덮고 북쪽하늘만 조금 터져서 가리우지 못하였는지라 그대로 아뢰니 가라사대 그 곳이 조금 터졌다고 안될리 없으리라 하시고 두어시간 후에 그 사람을 돌려보내시니라

 

127 하루는 글을 써서 불사르시니 이러하니라 「인생세간하자미요(人生世間何滋味) 왈의왈식(曰衣曰食)이요 의식연후(衣食然後)에 왈색야(曰色也)라 고(故)로 지어의식색지도(至於衣食色之道)하여는 각수천지지기야(各受天地之氣也)니 혹세무민자(惑世誣民者)와 기인취물자(欺人取物者)도 역수천지지기야(亦受天地之氣也)니라」

 

128 하루는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있는 기운 그대로 풀어 버릴 수 밖에 없다하시고 상량공사(上樑公事)를 보실 때 경석에게 백목(白木)을 가져오라하사 공사를 보시다가 백목이 부족하다 하시고 경석으로 하여금 백목을 더 가져오라하사 이어서 공사를 마치시니라

 

129 기유년 설날 경석의 집에서 현무경(玄武經)을 쓰시어 흰병에 물을 담은 뒤에 양지에 글을 써서 권축(卷軸)을 지어 병(甁)입을 막아 놓고 그 앞에 백지를 깔고 백지 위에 현무경을 놓아 두시니라 천사 화천(化天)하신뒤 에 병마개를 빼어서 펴보니 「길화개길실 흉화개흉실(吉花開吉實 凶花開凶實)」이라는 글과 병세문(病勢文)도 쓰여 있었는데 병세문은 이러하니라

병유대세

病有大勢

 

병유소세

病有小勢

 

대병무약 소병혹유약 연 대병지약 안심안신 소병지약 사물탕팔십첩

大病無藥 小病 或有藥然 大病之藥 安心安身 小病之藥 四物湯八十貼

 

기 도

祈 禱

 

시천주조화정영세물망만사지 지기금지원위대강

侍天主造化定永世不忘萬事知 至氣今至願爲大降

 

대병출어무도

大病出於無道

 

소병출어무도

小病出於無道

 

득기유도즉 대병 물약자효 소병 물약자효

得其有道則 大病 勿藥自效 小病 勿藥自效

 

지기금지사월래 예장

至氣今至四月來 禮章

 

의 통

醫 統


망기군자무도

忘其君者無道

 

망기부자무도

忘其父者無道

 

망기사자무도

忘其師者無道

 

세무충세무효세무열 시고 천하개병

世無忠世無孝世無烈 是故 天下皆病

 

병 세

病 勢

 

유천하지병자 용천하지약 궐병내유

有天下之病者 用天下之藥 厥病乃癒

 

성부

聖父

 

성자 원형이정봉천지도술약국 재전주동곡생사판단

聖子 元亨利貞奉天地道術藥局 在全州銅谷生死判斷

 

성신

聖神

 

대인대의 무병

大仁大義 無病

 

삼계복마대제신위원진천존관성제군

三界伏魔大帝神位遠鎭天尊關聖帝君

 

지천하지세자 유천하지생기

知天下之勢者 有天下之生氣

 

암천하지세자 유천하지사기

暗天下之勢者 有天下之死氣

 

동유대성인 왈동학

東有大聖人 曰東學

 

서유대성인 왈서학 도시교민화민

西有大聖人 曰西學 都是敎民化民

 

공자노지대사구

孔子魯之大司寇

 

맹자선세제량지군

孟子善說齊梁之君

 

근일일본국문신무신병무도통

近日日本國文神武神竝務道統

 

조선국상계신중계신하계신 무의무탁 불가불문자 계어인 궁상각치우 성인내작

朝鮮國上計神中計神下計神 無依無托 不可不 文字戒於人 宮商角徵羽 聖人乃作

선천하지직 선천하지업 직자의야 업자통야 성지직 성지업

先天下之職 先天下之業 職者醫也 業者統也 聖之職 聖之業

 

130 또 종이에 철도선(鐵道線)을 그려놓고 북쪽에 점을 치사 정읍이라 쓰시고 남쪽에 점치사 사거리라 쓰신 뒤에 그 중앙에 점을 치려다가 그치기를 여러번 하시더니 대흥리를 떠나실 때에 점을 치시며 가라사대 이 점이 되는 때에는 세상이 끝나게 되리라 하시니라

 

131 이튿날 모든 일을 마치시고 사흗날 고사를 지내려 하실새 차문경이 술이 취하여 고샅에 돌아다니며 경석의 집에서 강모(姜某)가 역모(逆謀)한다고 큰 소리로 외치니 이 말이 천원 병참(兵站)에 들리어 헌병이 출동하려 하는지라 천사 알으시고 고부인과 경석에게 일러 가라사대 너희는 집을 지키고 나를 대신하여 내일 자정에 문틈을 봉하고 모든 제수(祭需)를 화로에 구으며 술병은 마개만 빼고 지성으로 심고하라 이것이 곧 고사(告祀)니라 하시고 떠나시니라 사흩날 새벽에 고부인과 경석이 명하신 대로 행한 뒤에 날이 밝으니 일 헌병 수십명이 몰려와서 천사를 찾다가 얻지 못하고 돌아가니라

 

132 이날 천사 백암리 경학의 집으로 가셨더니 경석이 공우와 윤경을 보내어 무사(無事)히 된 경과(經過)를 아뢰니 가라사대 내가 공사를 마친 뒤에 경석을 시험함이러니 무사히 겪어내니 다행하도다 하시니라

 

133 하루는 종도들에게 물어 가라사대 대(竹)의 기운이 만물중에 제일 크니 그 기운을 덜어쓰리라 하시더니 이 해에 대가 크게 망하니라

 

134 백암리로부터 구릿골 약방에 이르러 계실 때 여러 종도들을 벌려 앉히시고 「삼국시절(三國時節)이 수지지어사마소(誰知止於司馬昭)」를 큰 소리로 읽히시니라

 

135 하루는 공사를 보실새 글을 쓰시니 이러하니라

일삼오칠구(一三五七九)

이사육팔십(二四六八十)

성기국 총묘천지신 기지천지신(成器局 塚墓天地神 基址天地神)

운 영대사해박 득체 득화 득명(運 靈臺四海泊 得體 得化 得明)

 

136 하루는 공사를 보실새 글을 쓰시니 이러하니라

도전어야 천개어자 철환천하 허령

道傳於夜 天開於子 轍環天下 虛靈

 

교봉어신 지벽어축 불신간이족지각

敎奉於晨 地闢於丑 不信看我足知覺

 

덕포어세 인기어인 복중팔십년신명

德布於世 人起於寅 腹中八十年神明

 

137 하루는 공사를 보실새 글을 쓰시니 이러하니라

무내팔자지기금지원위대강

無奈八字至氣今至願爲大降

 

욕속부달시천주조화정영세불망만사지

欲速不達 侍天主造化定永世不忘萬事知

 

구년홍수 칠년대한 천추만세세진

九年洪水 七年大旱 千秋萬歲歲盡

 

불선유

佛仙儒

 

일원수 육십삼합위길흉도수

一元數 六十三合爲吉凶度數

 

십이월이십육일재생신강일순

十二月二十六日再生身姜一淳

 

138 하루는 공사를 보실새 글을 쓰시니 이러하니라

오주

五呪

 

천문지리 풍운조화 팔문둔갑 육정육갑 지혜용력

天文地理 風雲造化 八門遁甲 六丁六甲 智慧勇力

 

도통천지보은

道通天地報恩

 

139 하루는 공사를 보실새 글을 쓰시니 이러하니라

지왈 천지화복지

至曰 天地禍福至

 

기왈 천지화복지

氣曰 天地禍福氣

 

금왈 지무망

今曰 至無忘

 

강왈 천지화복강

降曰 天地禍福降

 

140 하루는 공사를 보실새 글을 쓰시니 이러하니라

성사

聖師

 

의통 경주용담

醫統 慶州龍潭

 

무극신 대도덕봉천명봉신교대선생전여률령심행

無極神 大道德奉天命奉神敎大先生前如律令審行

 

선지후각 원형리정포교오십년공부

先知後覺 元亨利貞布敎五十年工夫

 

141 하루는 공사를 보실새 글을 쓰시니 이러하니라

「천하분운(天下紛運) 자작사당(自作死黨) 이불안성상지심(以不安聖上之心) 이불안성부지심(以不安聖父之心) 이불안교사지심(以不安敎師之心)」

 

142 하루는 공사를 보실 새 글을 쓰시니 이러하니라

「불지형체(佛之形體) 선지조화(仙之造化) 유지범절(儒之凡節)」

 

143 하루는 공사를 보실 새 글을 쓰시니 이러하니라

「한담서화(閑談敍話)로 가기풍진(可起風塵)이오 한담서화(閑談敍話)로 능소풍진(能掃風塵)이니라」또「천지종용지사(天地從容之事)도 자아유지(自我由之)하고 천지분란지사(天地紛亂之事)도 자아유지(自我由之)니라」

 

144 하루는 공사를 보실 새 글을 쓰시니 이러하니라

「불수편애편오왈인(不受偏愛偏惡曰仁) 불수전강전편왈례(不受專强專便曰禮) 불수전시전비왈의(不受全是全非曰義) 불수자총자명왈지(不受恣聰恣明曰智) 불수남물남욕왈신(不受濫物濫欲曰信)」

 

145 하루는 공사를 보실 새 글을 쓰시니 이러하니라

「덕무이명 과징비식(德懋耳鳴 過懲鼻息)」「잠심지하 도덕존언(潛心之下 道德存焉) 반장지간 병법재언(反掌之間 兵法在焉)」

 

146 하루는 공사를 보실 새 글을 쓰시니 이러하니라 「비인정불가근(非人情不可近) 비정의불가근(非情義不可近) 비의회불가근(非義會不可近) 비회운불가근(非會運不可近) 비운통불가근(非運通不可近) 비통령불가근(非通靈不可近) 비영태불가근(非靈泰不可近) 비태통불가근(非泰統不可近)」

 

147 하루는 공사를 보실 새 글을 쓰시니 이러하니라 「정심수신제가치국평전하 (正心修身齊家治國平天下) 위천하자불고가사(爲天下者不顧家事) 걸악기시야(桀惡其時也) 탕선기시야(湯善其時也) 천도교걸어악(天道敎桀於惡) 천도교탕어선(天道敎湯於善) 걸지망 탕지흥 재이윤(桀之亡 湯之興 在伊尹)」「속수지지(束手之地) 갈공모계(葛公謀計) 불능선사(不能善事) 와해지여(瓦解之餘) 한신병선(韓信兵仙) 역무내하(亦無奈何)」

 

148 하루는 공사를 보실새 글을 쓰시니 이러하니라 「궐유사상포일극(厥有四象抱一極) 구주운조낙서중(九州運祖洛書中) 도리불모금수일(道理不慕禽獸日) 방위기맹초목풍(方位起萌草木風) 개벽정신흑운월(開闢精神黑雲月) 편만물화백설송(遍萬物華白雪松) 남아숙인선삼재(男兒孰人善三才) 하산불양만고종(何山不讓萬古鍾)」「원형이정도일월(元亨利貞道日月) 조인장부통명명(照人臟腑通明明)」

 

149 하루는 윤경이 이르거늘 천사 일러 가라사대 천지에서 현무(玄武)가 쌀을 부르니 네 형의 기운을 써야 할지라 돌아가서 네 형에게 혀와 입술을 움직이지 말고 시천주를 읽되 기거(起居) 동작(動作) 할 때라도 잠시도 쉬지 말고 읽게하라 하시니라

 

150 하루는 약방에 가서 종도(從徒) 여덟 사람을 벌려 앉히시고 사물탕(四物湯) 한첩을 지어 그 봉지에 사람을 그리사 두 손으로 드시고 시천주 세 번을 읽으신 뒤에 여러 사람에게 차례로 돌려서 그와 같이 시키시고 「남조선 배가 범피중류(泛彼中流)로다」라고 노래하시며 가라사대 상륙하였으니 풍파(風波)는 없으리라 하시니라

 

151 하루는 약방에서 삼십육만신(三十六萬神)을 쓰시고 운장주(雲長呪)를 쓰사 종도들로 하여금 칠백번씩 외우라 하시며 가라사대 이제 국가(國家)에나 사가(私家)에나 화둔(火遁)을 묻었는데 날마다 바람이 불다가 그치고 학담으로 넘어가니 사람이 많이 상할까하여 그리하노라 하시니라

 

152 하루는 전주 용머리 고개에 계실새 광찬으로 하여금 방약합편(方藥合篇)에 있는 약 이름에 주묵(朱墨)으로 점(點)치라 하사 불사르시니라

 

153 하루는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이제 청국 일을 볼 터인데 길이 너무 질어서 가기가 어려우므로 청주 만동묘에 가서 천지 신문(神門)을 열고자하나 또한 가기가 불편하니 다만 음동(音同)을 취하여 청도원에 그 기운을 붙여서 일을 보려하노라 하시고 형렬과 공우를 데리고 청도원으로 가실 때 청도원 고개에 이르사 성황묘(城隍廟)마루에 잠깐 쉬어 앉으셨다가 다시 일어나시며 가라사대 청국은 아라사 군사에게 맡길 수 밖에 없노라 하시고 김송환의 집에 이르사 글을 써서 불사르시고 밤에 유찬명의 집에서 유(留)하시면서 대신문(大神門)을 열고 공사를 보실새 무수한 글을 써서 불사르시니라

 

154 하루는 약방 마루에 앉으시고 유찬명을 마루 밑에 앉히사 순창오선위기(淳昌五仙圍碁)와 장성옥녀직금(長城玉女織錦)과 무안호승예불(務安胡僧禮佛)과 태인군신봉조(泰仁群臣奉詔)를 쓰이시고 또 청주만동묘(淸州萬東廟)를 쓰이사 불사르시니라 이 때에 찬명이 좀 방심(放心)하였더니 천사 가라사대 신명이 먹줄을 잡고 섰는데 어찌 방심하느냐 하시니라

 

155 하루는 용머리 고개에 계실새 마당에 촛불을 밝히시고 「천유일월지명(天有日月之明) 지유초목지위(地有草木之爲) 천도재명고(天道在明故) 인행어일월(人行於日月) 지도재위고(地道在爲故) 인생어초목(人生於草木)」이라는 글을 써서 불사르시니 구름이 가득차고 바람이 급히 불며 비가 내리되 촛불은 꺼지지 아니하니라 천사 찬명을 명하사 서북쪽 하늘에 별이 나타났는가 보라 하시니 찬명이 우러러 살핌에 다만 구름사이에 별 한 개가 보이거늘 그대로 아뢰니 다시 동남쪽 하늘을 보라 하시거늘 또 우러러보니 구름이 많이 흩어지고 별이 많이 보이는지라 그대로 아뢰니 가라사대 서북(西北)은 살아날 사람이 적고 동남(東南)은 살아날 사람이 많으리라 하시니라

 

156 하루는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오늘은 청국(淸國) 만리창(萬里廠) 신명(神明)이 이르리니 대접하여야 하리라 하시고 술을 사서 종도들로 더불어 마시시니라

 

157 하루는 청국 기우제(祈雨祭)를 지내리라 하시고 돝 한 마리를 잡아서 찜하고 소주를 사서 종도들로 더불어 마시시니라

 

158 사월에 전주 용머리 고개 김주보의 집에 계실새 이치복이 이르거늘 가라사대 이런 때에 나이 적은 사람이 나이 많은 사람의 절을 받느니라 하시고 치복에게 사배(四拜)를 받으시니라 천사 가라사대 금년에는 바가 없나니 만일 오늘 비가 오지 아니하면 천지의 동과혈(冬瓜穴)이 말라 죽을지라 그러므로 서양으로부터 우사를 불러넘겨 비를 주리라 하시고 술상을 부르사 치복에게 술 두잔을 주시고 한 잔은 요강에 부으시니 요강에는 피가 좀 있더라

 

159 다시 양지 석장을 펴놓고 귀마다 「천곡(泉谷)」이라 쓰시거늘 치복이 여쭈어 가로대 어떠한 사람이니이까 가라사대 옛날에 원노릇 가서 절사(節死)한 사람이니라 하시고 치복과 송환을 명하사 양지를 마주잡아들게 하시고 가라사대 그 모양이 상여(喪輿)에 호방산(護防傘)과 같도다 하시고 양지를 땅에 놓게 하신 뒤에 갑칠을 명하사 가라사대 밖에 나가서 하늘에 구름이 있는가 보라 갑칠이 나가보니 서쪽 하늘에 한점의 구름이 있거늘 돌아와 아뢰니 가라사대 구름이 하늘을 덮었는가 보라 하시거늘 다시 나가보니 경각에 구름이 하늘을 덮었는지라 들어와 아뢰니 양지 중앙에 호승례불(胡僧禮佛) 군신봉조(群臣奉詔) 오선위기(五仙圍碁) 선녀직금(玉女織錦)이라 쓰시며 치복에게 일러 가라사대 궁을가(宮乙歌)에 「사명당(四明堂)이 갱생(更生)」이란 말을 중 사명당(四溟堂)이란 말로 알아 왔으나 그릇된 말아요 이 사명당을 이름이라 조화는 불법(佛法)에 있으니 호승예불 기운을 걷어 조화를 쓰고 무병장수는 선술(仙術)에 있으니 오선위기 기운을 걷어 무병장수케 하고 군신봉조는 장상(將相)이 왕명을 받는 것이니 그 기운을 걷어 나라를 태평케 할 것이요 선녀직금은 선녀가 비단을 짜는 것이니 그 기운을 걷어 창생(蒼生)에게 비단 옷을 입히리니 유월 보름날 신농씨(神農氏) 제사를 지내고 나서 일을 행하리라 올해가 천지의 한문(閈門)이라 이제 일을 하지 못하면 일을 이루지 못하리라

 

160 또 양지에 이십칠년이라 쓰시거늘 그 뜻을 물은 대 가라사대 홍성문이 회문산에서 이십칠년동안 헛공부를 하였다 하니 이로부터 이십칠년동안 헛도수가 있노라 또 양지 한 장을 열 두조각으로 내어 조각마다 글을 쓰신 뒤에 한 조각은 친히 불사르시고 열 한조각은 치복을 명하여 불사르시니 문득 비가 크게 내려 이 비로 인하여 보리를 잘 먹게 되니라

 

161 이 뒤에 치복과 여러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불가지(不可知)는 불(佛)이 가(可)히 그칠 곳이란 말이오 그 곳에서 가활만인(可活萬人)이라고 일러 왔으니 그 기운을 걷어 창생을 건지리라 하시고 교자를 타고 불가지로 가시며 옛 글 한 수를 외우시니 이러하니라 「금옥경방시역려(金屋瓊房視逆旅) 석문태벽검위사(石門苔璧儉爲師) 사동초미수능해(絲桐蕉尾誰能解) 죽관현심자불리(竹管絃心自不離) 포락효성상가리(匏落曉星霜可履) 토장춘류일상수(土墻春柳日相隨) 혁원옹필유하익(革援瓮畢有何益) 목사경우의양이(木柌耕牛宜養滯)」 김성국의 집에 이르사 용둔(龍遁)을 하리라 하시고 양지 이십장을 각각 길이로 팔절 넓이로 사절로 잘라 책을 매시고 보시기에 실로 「米」표와 같이 둘러매어 오색(五色)으로 그 실올을 물들이시고 보시기 변두리에는 푸른 물을 발라 책장마다 찍어 돌리신 뒤에 그 책장을 다 떼어 풀로 붙여서 연폭(連幅)하여 사절(四折)로 꺾어 접어서 시렁에 걸어 놓으시니 오색찬란(五色燦爛)한 문채(文彩)가 용형(龍形)과 같더라 이에 그 종이를 걷어서 교자를 내려 놓았던 자리에 불사르시니라

 

162 다시 비에 물을 적셔 그 방벽(房壁)에 인형을 그리고 그 앞에 청수를 놓고 꿇어앉으사 상여(喪輿) 소리를 하시며 가라사대 이마두(利瑪竇)를 초혼(招魂)하여 광주 무등산 상제봉조(上帝奉詔)에 장사(葬事)하고 최수운을 초혼하여 순창 회문산 오선위기에 장사하노라 하시고 종도들에게 이십사절(二十四節)을 읽히시며 가라사대 그 때도 이 때와 같아서 천지의 혼란한 시국(時局)을 광정(匡正)하려고 당태종(唐太宗)을 내고 다시 이십사절을 응(應)하여 이십사장(二十四將)을 내어 천하를 평정(平定)하였나니 너희들도 장차 그들에게 못지 않은 대접을 받으리라 하시니라

 

163 이 공사를 마치시고 덕찬을 데리고 싸리재를 넘어 오시다가 고사리 캐는 노구(老軀)가 지나감을 보시고 그에게 향하여 중이 동냥을 비노라 하시니 노구 가로대 없나이다 하거늘 천사 다시 비시니 가로대 쌀 두되만 있나이다 하거늘 가라사대 그 중에 한흡만 베풀기를 원하노라 노구 허락하거늘 그 쌀을 받으시며 덕찬에게 일러 가라사대 중은 본래 걸식(乞食)하는 것이니 이 땅을 불가지(佛可止)라 함이 옳도다 하시니라

 

164 청도원 김송환의 집에 이르시니 마침 신경원이 이르는지라 가라사대 네가 올줄 알았노라 하시고 양지 한 장을 주어 유불선(儒佛仙) 석자를 쓰이신 뒤에 천사 유자 옆에 니구(尼丘)라 쓰시고 선자 옆에 고현(苦縣)이라 쓰시고 불자 옆에 서역(西域)이라 쓰사 불사르시고 이 길로 약방에 돌아오사 각처 종도들에게 유월스무날 약방으로 모이라고 통지(通知)를 띠우시니라

 

165 하루는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내가 천지공사를 맡아봄으로부터 연사(年事)를 맡아서 일체(一切) 아표신(餓殍神)을 천상(天上)으로 올려 보냈노니 이 뒤로는 굶어죽는 폐단(弊端)이 없으리라

 

166 하루는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묵은 하늘이 사람을 죽이는 공사만 보고 있도다 이 뒤에 일용백물(日用百物)이 모두 핍절(乏絶)하여 살아 나갈 수 없게 되리니 이제 뜯어 고치지 아니치 못하노라 하시고 사흘동안 공사를 보신 뒤에 가라사대 간신히 연명(連命)은 해나가게 하였으나 장정(壯丁)의 배는 채워주지 못하게 되리니 배고프다는 소리가 구천(九天)에 사모치리라

 

167 하루는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내가 이 공사를 맡고자함이 아니로대 천지신명(天地神明)이 모여들어 법사(法師)가 아니면 천지를 바로잡을 수 없다 하므로 괴롭기는 한량(限量)없으나 어찌 할 수 없이 맡게 되었노라 하시니라

 

168 천사 매양 뱃소리를 하시거늘 종도들이 그 뜻을 묻자 조선을 장차 세계상등국(世界上等國)으로 만들려면 서양 신명을 불러 와야 할지라 이제 배에 실어오는 화물표(貨物標)를 따라서 넘어오게 되므로 그러하노라 하시니라

 

169 하루는 글을 많이 써서 종도들에게 주사 태인 신방죽(神濠) 쇠부리깐에 가서 그 풀무불에 넣어 사르라 하시거늘 종도들이 명하신대로 하였더니 수일 후에 김갑칠을 명하사 전주 김병욱에게 가서 세상 소문을 들어오라 하시거늘 갑칠이 병욱에게 가니 때 마침 일본 신호(神戶)에 큰 화재가 일어나서 피해가 많다 하는지라 갑칠이 돌아와서 그대로 아뢰니 천사 가라사대 일본은 너무 강렬한 지기(地氣)가 모여 있으므로 그 민족성이 사납고 탐욕이 많고 침략열(侵略熱)이 강하여 우리나라가 예로부터 그들이 침로(侵鹵)를 받아 편한 날이 적었나니 그 지기를 뽑아 버려야 우리나라도 장차 편할 것이요 저희들도 또한 뒷날 안전(安全)을 누리리라 그러므로 내가 이제 그 지기를 뽑아버리기 위하여 전날 신방죽 공사를 보았는데 신방죽과 어음(語音)이 같은 신호에 화재가 일어난 것은 장래에 그 지기가 크게 뽑혀질 징조니라 하시니라

 

170 천사 간혹 수십일씩 굶으사 가라사대 뒷날 박복(薄福)한 중생에게 식록을 붙여줌이로다 하시고 또 여름에 솜옷을 입으시며 겨울에 홑옷을 입으신 때가 많으사 가라사대 뒷날 빈궁에 빠진 중생으로 하여금 옷을 얻게 함이로다 하시니라

 

171 하루는 이도삼에게 일러 가라사대 사람을 해롭게 하는 물건을 낱낱이 헤이라 하시니 도삼이 범과 사자와 이리로부터 모기와 이와 벼룩과 빈대에 이르기까지 자세히 세어 아뢰자 천사 가라사대 후천(後天)에는 사람을 해롭게 하는 물건을 모두 없애리라 하시니라

 

172 유월 스무 이튿날 약방마당에 자리를 깔고 천사 그 위에 누우사 치복을 명하여 새 자리를 그 앞에 펴라 하시더니 문득 공자(孔子)를 부르시며 가라사대 소정묘(小正卯)를 죽였으니 어찌 성인(聖人)이 되며 삼대(三代) 출처(出妻)를 하였으니 어찌 제가(齊家)하였다 하리요 그대는 이곳에서 쓸데없으니 딴 세상으로 갈지어다 하시고 또 석가모니(釋迦牟尼)를 부르사 가라사대 수음(樹陰)속에 깊이 앉아 남의 자질(子姪)을 유인(誘引)하야 부모의 윤기(倫氣)와 음양(陰陽)을 끊게하여 인종(人種)을 절멸(絶滅)시키려 하니 그대가 국가를 아느냐 선령(先靈)을 아느냐 창생(蒼生)을 아느냐 그대는 이곳에서 쓸데없으니 딴 세상으로 나갈지어다 하시고 또 노자(老子)를 부르사 가라사대 세속에 산모(産母)가 열달이 차면 신 벗고 침실에 들어앉을 때마다 신을 다시 신게 될까하여 사지(死地)에 들어가는 생각이 든다 하거늘 여든 한해를 어미 뱃속에 있었다하니 그런 불효가 어디있으며 그대가 이단(異端) 팔십권(八十卷)을 지었다하나 세상에서도 본자가 없고 나도 못 보았노라 그대로 이 세상에서 쓸데없으니 딴 세상으로 나갈지어다 하시니라

 

173 천사 천지공사를 마치신 뒤에 「포교오십년공부종필(布敎五十年工夫終畢)」이라 써서 불사르시고 여러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옛사람이 오십살에 사십구년동안 그름을 깨달았다 하나니 이제 그 도수를 썼노라 내가 천지운로(天地運路)를 뜯어고쳐 물 샐틈없이 도수를 굳게 짜놓았으니 제 도수에 돌아 닿는대로 새 기틀이 열리리라 너희들은 삼가 타락(墮落)치 말고 오직 일심(一心)으로 믿어 나가라 이제 구년동안 보아온 개벽공사의 확증(確證)을 천지에 질정(質正)하리니 너희들도 참관(參觀)하여 믿음을 굳게 하라 오직 천지는 말이 없으니 뇌성(雷聲)과 지진(地震)으로 표징(表徵)하리라 하시고 글을 써서 불사르시니 문득 천둥과 지진이 아울러 크게 일러나더라

 

174 공사를 행하실 때에는 식사나 대소변 기타 어떠한 다른 일로도 중지하심이 없이 반드시 공사를 마치신 뒤에 다른 일을 보시니라

 

175 대저 천사께서 구년동안 공사를 행하사 천지운로를 뜯어 고치시고 후천세계 인간생활의 모든 질서를 결정하시니 세간(世間) 만사 만물에 어느 것이나 천사의 필단(筆端)에 거쳐나가지 아니한 것이 없어 공사(公事) 건수(件數)가 실로 무한하지마는 당시 종도들이 기록하여 둔 것이 없고 수십년 후에 생존한 종도들의 구술(口述)대로 필기(筆記)하여 그 중에서도 의미가 분명치 못한 것은 빼어버리고 의미가 통하는 것만 기록한 것이 이 뿐이라 더구나 갑진 을사 양년에 반드시 큰 공사가 많이 있으련만 구술하는 종도들이 모두 잊어버리고 전하지 못한 것은 큰 유감(遺憾)이라 아니할 수 없노라

 

 

관련글 더보기